얇아지는 머리카락, 노화 탓만 했는데…매일 하는 ‘이 습관들’ 때문일 수도
프리픽
나이가 들면서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숱이 줄면 자연스러운 노화라고 생각하기 쉽다. 특히 갱년기를 전후해 머릿결이 푸석해지고 정수리가 비어 보이면 염색이나 트리트먼트, 볼륨을 살리는 펌으로 해결하려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머리카락이 가늘어지는 원인은 하나가 아니다. 호르몬 변화와 유전적 요인부터 두피 염증, 반복적인 화학 시술과 물리적 손상까지 여러 요인을 살펴봐야 한다. 매일 사용하는 헤어 제품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컨디셔너나 트리트먼트가 일반적으로 탈모를 일으킨다고 단정할 과학적 근거는 부족하다.
갱년기 머리카락, 실제로 달라진다
여성의 모발은 폐경 전후 호르몬 변화의 영향을 받는다. 국제학술지 ‘마투리타스’에 2025년 7월 발표된 종설 논문에서 아디티야 굽타 캐나다 토론토대 의대 피부과 연구진은 폐경 이행기에 나타나는 호르몬 변화가 모낭과 모발 성장 주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에스트로겐 분비가 줄어들고 호르몬 균형이 달라지면서 모발의 밀도와 굵기, 질감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폐경 이후에는 여성형 탈모와 휴지기 탈모 등도 나타날 수 있다.
그렇다고 머리카락이 가늘어지는 현상을 모두 나이 탓으로 돌려서도 안 된다. 미국피부과학회(AAD)는 여성형 탈모의 대표적인 초기 징후로 머리 전체의 모발이 점차 가늘어지거나 가르마가 넓어지는 현상을 꼽는다. 출산이나 질병, 수술, 심한 스트레스 이후에는 모발이 일시적으로 많이 빠지는 휴지기 탈모가 나타날 수 있고, 철분·단백질 등 영양소 부족이나 갑상샘 질환도 원인이 될 수 있다.
헤어 관리 제품, 영향 없을까
최근 해외 미용 매체에서는 헤어 관리 제품의 문제가 거론되기도 한다. 8만 명 이상의 모발을 살펴봤다는 미용사 우루마 유스케는 현지 생활매체에 “염색과 펌으로 손상된 모발을 트리트먼트나 코팅제로 관리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모발이 약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제품에서는 코팅제가 벗겨질 때 큐티클까지 함께 떨어져 나가고, 두피에 남은 제품 성분이 산화돼 탈모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컨디셔너 자체가 탈모를 유발한다는 주장의 과학적 근거는 확실하지 않다. 2023년 국제학술지 ‘코스메틱스’에 실린 모발 관리 성분 관련 종설 논문은 컨디셔너에 사용되는 막 형성 성분이 모발 표면을 매끄럽게 하고 큐티클의 결함을 메워 모발 사이의 마찰을 줄이는 원리를 설명했다. 실리콘 등 일부 성분은 모발 표면에 얇은 막을 형성해 윤기와 부드러움을 높이고 빗질할 때 발생하는 마찰과 손상을 줄이는 데 쓰인다.
오히려 미국피부과학회는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거나 빠지는 사람에게도 샴푸 후 보습 컨디셔너를 사용하라고 권한다. 컨디셔너가 모발을 코팅해 끊어짐과 갈라짐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모발에 바르는 제품을 두피에 과도하게 바르거나 충분히 헹구지 않아 자극이 생긴다면 사용법과 제품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헤어 제품이 두피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제품 속 향료나 보존제, 계면활성제 등 일부 성분은 사람에 따라 자극성 또는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다. 가려움과 화끈거림, 붉어짐, 각질 등이 반복된다면 제품 성분을 살펴볼 이유가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캠퍼스와 스탠퍼드대 피부과 연구진이 참여한 체계적 문헌고찰은 2022년 국제학술지 ‘더마타이티스’에 발표됐다. 연구진이 관련 문헌 99편, 환자 3185명과 31개 유형의 두피·모발 제품을 검토한 결과, 제품 관련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 사례에서 염색약이 41%, 샴푸가 28%, 컨디셔너가 22%를 차지했다. 향료 혼합물과 보존제 등 여러 성분이 알레르기 유발 물질로 보고됐다. 다만 이 비율은 검토된 문헌에서 보고된 제품 관련 사례의 분포이지, 컨디셔너 사용자 가운데 22%가 피부염을 겪는다는 뜻은 아니다.
헤어 제품과 탈모의 연관성을 조사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연구도 참고할 만하다. FDA는 특정 세정 제품을 사용한 뒤 탈모나 모발 끊어짐, 가려움 등을 겪었다는 소비자 신고를 접수한 뒤 컬럼비아대 연구진에 관련 제품과 성분의 영향을 조사하도록 했다. 2023년 제출된 연구 보고서에서는 일부 제품을 장기간 사용한 생쥐에서 비정상적인 모발 성장 주기가 관찰됐다.
실험에서는 생쥐에게 헤어 클렌징 제품을 장기간 바른 뒤 피부 조직과 모낭의 변화를 관찰했다. 소비자 신고가 접수된 제품을 사용한 생쥐는 털이 빠진 뒤 새로운 털이 자라기 시작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이 지연되는 양상을 보였다. 실험 85일째에도 모낭의 46.39%가 여전히 휴지기에 머물렀다. 같은 조건에서 제품을 바르지 않은 생쥐들의 모낭은 다음 성장 주기로 진행된 비율이 더 높았다. 즉 제품을 사용한 생쥐에게서 모발이 제대로 자라지 않은 것이다.
단 모발이 중간에서 끊어지는 현상과 모낭에서 머리카락이 빠지는 탈모는 구별해야 한다. 미국피부과학회는 잦은 염색·펌·화학적 스트레이트 시술이 모발을 손상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머리를 팽팽하게 당겨 묶는 습관도 지속되면 견인성 탈모를 일으킬 수 있으며, 심한 경우 모낭이 손상돼 영구적인 탈모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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