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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September 22, 2026

척 슈머, 트럼프 폭주 멈출까…미 중간선거, 민주당도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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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에서 발생한 9·11 테러 25주년을 맞은 지난 11일(현지시각) 뉴욕의 국립 9·11 메모리얼에서 열린 추모식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오른쪽부터)과 부인 미셸 오바마,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부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등이 가슴에 손을 얹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2001년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에서 발생한 9·11 테러 25주년을 맞은 지난 11일(현지시각) 뉴욕의 국립 9·11 메모리얼에서 열린 추모식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오른쪽부터)과 부인 미셸 오바마,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부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등이 가슴에 손을 얹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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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미국 중간선거는 연방 상·하원의 다수당만 가르는 선거가 아니다. 민주당에는 트럼프 시대에 어떤 방식으로 맞서고, 어떤 세대 지도부를 세울지를 묻는 선거이기도 하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에게는 수십년간 다듬어 온 자신의 정치적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는 무대다. 민주당이 상원을 되찾는다면 그의 후보 영입과 선거 전략은 다시 평가받을 것이다. 반대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세대교체를 요구해 온 당내 목소리는 더욱 커질 수 있다.

나는 이 논쟁을 단순한 지도부 교체 문제로만 볼 수 없다. 슈머와 나의 인연은 한국 민주주의가 가장 위태롭던 시기에 시작됐기 때문이다. 1985년 2월 김대중 선생은 2년여의 미국 망명 생활을 마치고 귀국을 준비하고 있었다. 전두환 군사정권 아래에서 사형선고까지 받았던 정치지도자의 귀국이었다. 필리핀의 베니그노 아키노가 망명지에서 돌아오다 마닐라 공항에서 암살된 지 불과 1년 반밖에 지나지 않은 때였다.

당시 뉴욕에 온 지 1년된 20대 후반의 나는 김대중 선생의 안전한 귀국을 위해 미국 정치권의 도움을 요청하러 다니던 한인 중 한 명이었다. 그렇게 찾아간 사람이 연방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소위원장이던 스티븐 솔러즈 의원이었다. 그는 우리의 설명을 진지하게 들은 뒤 김대중 선생의 신변 안전을 위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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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리에서 만난 또 한 사람이 당시 연방 하원의원이던 척 슈머였다. 슈머는 젊은 시절 솔러즈의 보좌관으로 정치에 입문했고, 솔러즈가 연방하원으로 옮긴 뒤 그가 떠난 뉴욕주 하원의원 자리를 이어받은 인연이 있었다.

솔러즈는 슈머의 정치적 멘토였다. 두 사람 모두 브루클린의 유대인 공동체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었다. 한 참모가 솔러즈에 대해 “그가 관심을 갖는 것은 브루클린과 나머지 세계, 두 가지 뿐”이라고 했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 실제 그의 정치는 지역의 삶과 국제정치를 연결했다. 그는 필리핀의 마르코스 독재에 맞섰고, 캄보디아 평화 과정에 깊이 관여했으며, 한국의 군사독재와 인권 탄압을 외면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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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솔러즈는 미국 연방의원으로서는 처음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을 만났다. 북-미 간 외교관계가 없고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높았던 시절이었다. 북한 체제를 신뢰해서 간 것이 아니었다. 충돌을 막으려면 상대방의 의도와 계산을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북한과 대화하면서도 한국의 민주주의와 인권 문제에서는 물러서지 않았다. 대화는 양보가 아니라 충돌을 막기 위한 정치의 수단이었다.

슈머의 정치 역시 자신의 뿌리와 미국의 국익을 연결한다는 점에서는 솔러즈와 닮은 부분이 있다. 2024년 3월 상원 연설에서 슈머는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당시 브루클린의 제임스 매디슨 고등학교에서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귀에 대고 이스라엘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걱정했던 기억을 꺼냈다. 평생 이스라엘의 안전을 강하게 옹호해 왔던 그는 그 연설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길을 잃었다”고 공개 비판했다. 가자 전쟁이 잦아들기 시작하면 이스라엘에서 새 선거를 치러 국민이 국가의 진로를 다시 선택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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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목에는 한-미 관계가 새겨들을 만한 교훈이 있다. 이스라엘의 안전을 미국 공화당이나 보수진영의 지지만으로 지킬 수 없듯 대한민국의 안보와 한반도 평화 역시 미국의 어느 한 정당에만 맡길 수 없다. 한국의 진보 정치인이 민주당만 찾고 보수 정치인이 공화당만 상대한다면 한-미 관계는 미국의 선거 결과에 따라 지나치게 흔들릴 수 있다.

1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8월 휴회 이후 열린 첫 주례 오찬 모임 뒤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1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8월 휴회 이후 열린 첫 주례 오찬 모임 뒤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한국의 이념 구분을 미국 정치에 그대로 대입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한국의 보수와 미국 공화당, 한국의 진보와 미국 민주당은 역사적 배경도 이해관계도 다르다. 외교는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도 국가의 입장을 설명하고 정권이 바뀌어도 유지될 수 있는 지지를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 동맹을 중시하되 특정 정권과 동일시하지 않고, 북한과 대화하되 인권과 민주주의의 원칙을 포기하지 않는 균형이 필요하다.

내가 슈머의 정치에서 주목하는 것도 이 지점이다. 그는 완전한 승리를 기다리기보다 현실에서 가능한 합의를 만드는 데 익숙한 정치인이다. 이것을 평화주의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이스라엘과 군사원조에 관한 그의 오랜 입장만 보더라도 그렇다.

내가 말하는 슈머의 ‘평화 정치’는 다른 뜻이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민주주의 안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갈등을 제도 안에 붙잡아 두는 정치다. 그 능력은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50 대 50으로 갈린 상원에서 잘 드러났다. 슈머는 조 맨친에서 버니 샌더스까지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은 민주당 의원들을 하나의 표결연합으로 묶어야 했다. 공화당 의원들과의 협상을 통해 초당적 인프라법과 반도체·과학법을 통과시켰고, 당내 이견을 조정해 인플레이션감축법을 성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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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을 열광시키는 형태의 리더십은 아니었다. 그러나 입법은 구호의 크기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표를 모아 결과를 만드는 과정이라는 점을 보여준 사례였다.

2026년의 슈머는 자신의 정치 방식 자체에 대한 거센 질문과 마주해 있다.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해 3월이었다. 그는 연방정부 셧다운을 피해야 한다며 공화당이 주도한 지출안의 상원 통과를 열어줬다. 하원 민주당과 진보진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에 맞설 중요한 협상 지렛대를 너무 쉽게 포기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후 강경하게 돌아섰지만, 2025년에 생긴 불신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슈머는 무엇을 위해 협상하고 어느 지점에서는 물러서지 않을 것인지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

11월 중간선거는 슈머의 장점과 한계를 동시에 시험하는 무대다. 현재 미 상원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려면 순증 4석이 필요하다. 슈머의 강점으로 꼽혀 온 것은 후보 영입이다. 그는 노스캐롤라이나의 로이 쿠퍼, 오하이오의 셰러드 브라운, 알래스카의 메리 펠톨라 같은 인지도가 높은 정치인들의 출마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모든 영입이 성공한 것은 아니다. 메인에서는 슈머가 공들여 영입했던 재닛 밀스 주지사가 지난 4월 자금난을 이유로 중도하차했다. 지금은 트로이 잭슨 전 메인주 상원의장이 수전 콜린스 공화당 상원의원에게 도전하고 있다.

이런 경합주들의 결과는 슈머의 후보 영입과 선거 전략에 대한 평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선거 이후 민주당 지도부의 세대교체 논쟁 역시 다시 불붙을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우려하는 것은 한 지도자의 자리만이 아니다. 슈머가 오랫동안 추구해 온 협상과 공존의 정치까지 낡은 것으로 몰아갈 가능성이다. 지도자가 바뀌는 것은 민주주의에서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협상하고 공존하는 능력까지 버려서는 안 된다.

미국 정치에서는 상대 정당을 경쟁자가 아니라 국가에 대한 위협으로 묘사하는 언어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모든 정치를 전쟁으로 이해하기 시작하면 선거는 상대를 제거하기 위한 수단으로 바뀔 위험이 있다. 민주주의는 승리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패배한 사람도 다음 선거를 기다릴 수 있다는 믿음이 남아 있어야 한다.

물론 화합은 침묵이 아니며 타협은 회피가 아니다. 민주주의의 규칙과 시민의 권리를 둘러싼 문제에서는 분명한 원칙이 필요하다. 미국 민주당에는 노동자와 중산층의 삶에 직접 닿는 경제정책, 민주주의의 제도를 지키겠다는 분명한 태도, 새로운 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언어가 요구되고 있다. 동시에 다른 의견을 가진 국민을 정치 공동체 밖으로 밀어내지 않는 관용 역시 민주주의에는 필요하다.

이 원칙은 한반도에도 중요하다. 한-미 동맹을 국내 정치의 편 가르기에 이용하거나 워싱턴의 어느 한 정파에만 기대면 한국 외교의 공간은 좁아진다. 한인사회 역시 어느 한 정당과의 관계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 민주당과 공화당을 가리지 않고 폭넓게 접촉하며, 한국의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가 미국의 국익에도 부합한다는 공감대를 넓혀 가야 한다. 풀뿌리 활동의 힘은 바로 그런 초당적 관계를 꾸준히 만들어 가는 데서 나온다.

1985년 김대중 선생의 귀국을 앞두고 솔러즈 의원을 찾아갔던 젊은 날부터 나는 정치가 사람의 생명과 나라의 운명에 실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아 왔다. 젊은 연방 하원의원이던 척 슈머는 이제 상원 민주당을 이끄는 지도자가 됐다. 중간선거는 그의 정치적 리더십을 평가하는 무대인 동시에, 극도로 양극화된 미국 정치에서 협상과 공존이라는 오래된 민주주의의 기술이 어떤 자리를 차지할 것인지를 다시 묻는 선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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