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의 ‘청소년 SNS 제한’ 미국만 하면 끝? [세상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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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복경 | 더가능연구소 대표
지난 8월 말,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가 미국 47개 주 정부 등과 청소년 이용 제한 조치에 합의했다. 13살 미만 계정을 탐지해서 삭제하고, 13~17살 청소년의 페이스북·인스타그램 합산 하루 이용 시간을 2시간으로 제한하며,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접속을 차단하고, 수업 시간인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알림을 무음으로 처리하며, 해당 사항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독립 감시기구를 5년 동안 운영하면서 감독하는 내용이다. 메타는 왜 이런 합의를 했을까?
2021년 9월, 미국 언론 월스트리트저널이 ‘페이스북 파일’이라는 연속 기획 보도를 했다. 보도는 메타 내부 고발자 프랜시스 하우건이 제공한 문서를 토대로 했다. 메타가 10대를 ‘가치 있지만 아직 개척되지 않은 수용자’로 규정하고, ‘인스타그램이 10대 소녀 3명 중 1명의 신체 이미지 문제를 악화시킨다’는 내부 연구가 있었음에도 10대 공략 전략을 추진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해 10월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하우건은 ‘메타가 아이들의 안전보다 이윤을 선택했다’고 폭로했다. 11월 미국의 주 정부들은 주지사의 소속 정당에 관계없이 초당파적으로 모여 전국 단위 조사 개시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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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동안 조사가 진행되었고, 조사 결과를 토대로 2023년 10월 각 주 법무부 장관들이 함께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사유는 ①무한 스크롤, 자동재생, 좋아요·알림 등으로 미성년자의 강박적 사용을 유도하도록 플랫폼을 의도적으로 설계했으며, ②청소년 이용으로 발생하는 피해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은폐했고, ③13살 미만 아동의 개인정보를 부모 동의 없이 수집했으며, ④플랫폼 안전성에 대한 허위 진술을 통해 대중을 기만했다는 것이다. 제소 이후 다시 긴 증거조사가 진행되었고, 2026년 8월 본안 소송이 개시된 지 5일 만에 메타는 위 내용에 합의했다. 합의한 이유는, 소송이 진행될 경우 패소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내부 제보 이후 5년, 주 정부 공동 제소 3년여 만의 일이다. 사실 메타 내부의 알람은 2021년이 처음이 아니었다. 2017년 11월, 페이스북 초대 사장 숀 파커는 공개 행사에서 페이스북 설계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어떻게 이용자의 시간과 주의를 최대한 소비하게 할 것인가’가 설계의 핵심 원리이며, ‘‘좋아요’가 만드는 사회적 인정 피드백 루프는 도파민 분비를 노린 것’이라고 했다. 이 발언은 2023년 소송을 위한 소장에 ‘중독적 설계는 의도된 것’이라는 주장의 핵심 논거로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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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동안 주 정부들이 공동 조사와 소송을 진행하는 동안, 미 연방의회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거대 플랫폼의 입장에 선 하원, 특히 공화당의 입법 지연 전략으로 의회는 표류 상태에 있다. 2021년 하우건의 폭로 이후 ‘아동 온라인 안전 법안’이 발의되었지만 회기 종료로 폐기되었고, 2023년 5월 재발의되었다. 2024년 1월 해당 법안은 상원을 통과했지만 하원 공화당 지도부의 반대로 다시 폐기되었다. 법안은 2025년 5월 다시 발의되었고 2026년 6월 하원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상원과 하원 법안 내용이 달라 최종 입법은 불투명하다.
하지만 주 정부들이 메타로부터 받아낸 합의의 의미는 분명하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사용자들이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도록 ‘중독적 설계’로 운영되어왔고, 메타는 아동과 청소년에게 미칠 폐해를 오래전에 인지했음에도 시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8월 합의는 소송에 참여한 미국 내 주들과 워싱턴디시, 미국령 지역에만 적용된다. 메타가 미국 내에서만 이렇게 운영했을까? 그럴 리가 있겠는가. 또, 알고리즘에 중독적 설계가 포함된 에스엔에스(SNS)가 메타뿐일까? 또한 그럴 리가 있겠는가. 그렇다면 미국 밖의 청소년들은, 온갖 에스엔에스의 ‘중독적 설계’에 노출된 한국의 청소년들은 어떻게 보호받아야 하는가? 오스트레일리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서는 이미 16살 미만 에스엔에스 계정을 금지하고 있고, 영국, 그리스는 법 제정 완료 후 2027년 시행을 예정하고 있으며, 노르웨이, 스페인, 덴마크, 포르투갈, 캐나다, 뉴질랜드, 필리핀 등에서는 입법 과정이 진행 중이고, 우리나라 국회에도 관련 법안이 발의되어 있다. 국회가 미국 연방의회의 오류를 반복하지 않고, 청소년들의 정보 안전권 보장에 시급히 나서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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