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집사라서 행복했어’ 고양이와 함께한 17년의 구원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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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야성을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가장 친근하게 몸을 기대어 오는 이 동물은 존재 자체가 수수께끼이므로, 많은 작가가 그 마력에 관해 썼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나쓰메 소세키, 에드거 앨런 포는 모두 고양이가 등장하는 이야기를 썼고 실제로 ‘집사’였다. 메이 사튼의 소설 ‘신사 고양이’(마음산책) 서문에는 그의 고양이 톰 존스가 무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에게 ‘임보’(임시보호)를 받았으며, 이 기간 집필한 소설 ‘롤리타’에 영감을 줬을지도 모른다는 ‘농반진반’의 기대가 적혀 있다.
그러나 미국의 소설가 케일럽 카가 반려묘 마샤에 관해 기록한 책 ‘친애하는 나의 괴물’은 고양이를 향한 그 숱한 고백들의 밀도와 심도를 훌쩍 뛰어넘는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만약 당신이 단 한 순간이라도 ‘고작 고양이라니’ 같은 표현을 쓰고 싶다면, 나로서는 당신이 이 책을 읽으면서 그 ‘한낱’ 고양이가 어떻게 제게 주어진 야생의 세상을 통치했고 더군다나 내게 삶의 목적을 안겨주었는지 알게 되길 바랄 뿐이다.” 책은 아버지로부터 지독한 학대를 받고 자라 인간을 신뢰할 수 없게 된 그와, 동물 보호소에서 만난 시베리안 고양이가 17년 동안 서로를 어떻게 구원했는지 촘촘히 새긴 회고록이다.
단 하나의 동물에 대해 500쪽을 써 내려갈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마샤에 대한 카의 지독한 애정을 방증한다고 할 만하다. 카는 척박한 야생에 가까운 뉴욕주 미저리산에 집을 짓고 외딴곳에서 평생 마샤와 단둘이 생을 보냈다. 둘은 공교롭게도 암에 걸려 앞서거니 뒤서거니 세상을 떠났다. 2022년 마샤가 먼저 세상을 떠나자, 카는 소설 집필을 미뤄두고 2024년 숨을 거두기까지 생의 마지막 나날들을 마샤와의 이야기에 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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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우리는 어떤 소설 속 인물보다 매혹적인 한 고양이의 생에 대해 알게 됐다. “삶 자체를 의심하는 듯한 분위기”가 깔린 연녹색 눈동자를 가진 고양이, 노을과 별의 움직임을 사랑한 시적인 영혼, 옛 보호자들의 학대와 거리 생활의 트라우마를 이겨낸 생존자, 야생의 적들과 맞서는 용맹한 짐승, 낯선 방문객들의 양말을 훔쳐 경계를 위한 냄새 일람표를 저장해 두는 지략가! 마샤와 그의 집사 카가 무지개다리 너머에서 행복한 재회를 했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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