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주4일제’ 실험중인 나라가 있다고?” 주52시간도 그림의 떡인데…

노동부 장관, 주4일제 구상 설명
“기술혁신 통해 생산성 높이고
中企·지방기업엔 별도 지원 방식”
필요시 실노동시간 단축 지원법도
“주4일제로 가기 위해서 첫 번째 방식은 법정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것이었지만, 지금 정부가 하는 것은 실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곳에 지원하는 방식입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주4일제 도입을 둘러싼 정부의 접근법을 직접 설명했다. 법정 노동시간부터 일괄적으로 줄이는 대신 기업들이 실제 일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를 통해 단계적으로 주4일제까지 나아가겠다는 구상이다.
이미 시동도 걸었다. 이미 정부는 올해 ‘4.5 플러스 워라밸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주4.5일제 등 실노동시간 단축을 시도하는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당초 220개 기업을 지원할 계획이었지만 실제 참여 기업은 357곳으로, 예상보다 157% 많았다.
김 장관은 지난 22일 자신의 유튜브 계정(김영훈TV)에 최근 출연했던 MBC ‘PD수첩’ 인터뷰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서 김 장관은 “특히 중소 제조업에서도 노동시간 단축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이 프로젝트의 진행상황을 보고했다.
그는 정부가 주4일제를 곧바로 법제화하는 대신 실노동시간 단축에 초점을 맞춘 것은 노동시간을 둘러싼 기업과 노동자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 장관은 “법정 노동시간은 주 40시간으로 정해져 있지만 왜 실노동시간은 줄어들지 않는가라는 고민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법정 노동시간을 줄이는 방식만으로는 오히려 기업 규모나 업종에 따른 노동시간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은 주52시간제조차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운 곳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기업과 공공기관, 금융기관 등이 주4일제를 논의하는 사이 중소기업 노동자들에게는 주5일제조차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채찍’보다 ‘지원’을 택했다. 주4일제 도입이 가능한 기업은 AI 등 기술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면서 자체적으로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돕고, 당장 주4일제가 어려운 중소기업과 지방 기업에는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별도 지원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김 장관은 “작은 사업장일수록, 지방에 있는 사업장일수록 지원하는 방식”임을 강조했다. 연차 사용을 활성화하거나 노사 합의를 통해 노동시간을 유연화하는 등 각 기업의 여건에 맞는 방식으로 실노동시간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의 초기 성과는 정부가 기대하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제시됐다. 참여 기업의 거의 절반이 제조업체였다는 점 때문이다.
중소 제조업은 대기업 원청의 납기일을 맞춰야 하는 등 노동시간을 줄이기 어려운 구조적 제약이 크다. 그럼에도 프로젝트 참여 제조업체들이 노동시간 단축에 나섰다는 것은 노사 합의와 정부 지원이 결합할 경우 변화가 가능하다는 의미라고 김 장관은 평가했다.
다만 정부 지원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느냐는 과제도 남는다. 김 장관은 초기에는 새로운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지만, 성공 사례가 축적되면 지원 없이도 효과가 확산될 수 있다고 봤다.
프로젝트 성과에 따라 향후 예산 확대와 지원 단가 조정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필요할 경우 ‘실노동시간 단축 지원법’ 마련 가능성도 언급했다.
김 장관이 노동시간 단축을 단순한 ‘휴일 확대’로 보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그는 “노동의 양으로 승부하던 시대는 지났다”며 AI 시대에는 얼마나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일을 혁신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술혁신으로 생산성이 높아진 만큼 그 성과를 노동시간 단축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이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산업재해와 이직 등 사회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주4일제를 시범적으로 도입한 한 병원현장의 간호사 조직의 사례도 소개했다. 노동시간이 줄어들면서 오히려 동료의 야간근무를 자발적으로 대신하는 등 조직 내 협업 분위기가 나타났고, 직장 내 괴롭힘 문제도 완화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김 장관은 현재 연 1800시간대인 실노동시간을 OECD 평균 수준인 1700시간대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그는 “장시간 저임금에 기초한 나라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 선도국가로 가기 위해 넘어야 할 과제”라며 노동시간 혁신을 인구·기후위기·AI 산업 대전환을 넘어서는 중요한 고리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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