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충격’, 스포티지 겁나 떨고 있니…‘파격’ 현대차, 확 바뀐 투싼 ‘진격’ [최기성의 허브車]

“과거는 묻지 마세요”
예상은 했다. 6년 만에 나오는데다, 2020년대 들어 ‘배다른 형제’ 기아 스포티지에 밀려나 만년 2위로 고착화되는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크게 달라진 모습으로 나타날 것을.
예상을 뛰어넘었다. 변해도 너무 변했다. 몰라볼 정도로 확 바뀌었다.
현대차 투싼(TUCSON) 후속이라는 말이 없었다면 완전히 새로 나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여길 수준이다.
디자인만 파격이 아니다. 크기, 성능, 사양 모두 준중형 SUV를 뛰어넘어 중형 SUV에 버금간다. 주제 파악 못하는 ‘하극상’을 저지른 셈이다.
‘파격 변신’ 이유는 분명하다. “고양이인 줄 알았는데 호랑이가 된 스포티지에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자존심도 많이 상했다.
SUV 분야에서 기아에 밀리면서 결국 국산차 1위 자리도 내준 현대차의 굴욕을 앙갚음하겠다는 각오도 엿보인다.
실제 국토교통부 통계를 사용하는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기준 스포티지는 3만1994대 판매됐다. 쏘렌토, 그랜저에 이어 3위다. 투싼은 2만1176대로 9위에 그쳤다.
기아는 쏘렌토, 스포티지, 셀토스 등 SUV 선전에 힘입어 같은 기간 26만8868대에 달하는 실적을 거둬들였다. 21만7962대 판매한 현대차를 제치고 국내 판매 1위 브랜드가 됐다.
투싼과 스포티지 싸움은 현대차와 기아 입장에서 피가 말릴 수 있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애들은 싸우면서 큰다”이다. “아무나 이겨라”며 싸움을 부추길 정도다.
경쟁차종 입장에서는? 충격이다. 1위와 2위 싸움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온통 쏠려 그나마 남아 있던 파이가 더 줄어들 수 있어서다.
겉과 속이 다른 이율배반 매력
현대차는 18일 CJ ENM 스튜디어센터(경기도 파주)에서 ‘디 올뉴 투싼 미디어 데이’를 열었다.
신형 투싼은 2020년 9월 출시된 4세대 모델 이후 약 6년 만에 선보이는 5세대 완전변경 모델이다.
겉은 강인함, 속은 안락함에 각각 초점을 맞췄다. 겉과 속이 다른 이율배반이다.
전장x전폭x전고는 4700x1905x1685mm다. 기존 모델보다 60mm 길어지고 40mm 넓어지고 20mm 높아졌다. 현재 판매되는 스포티지(4685x1865x1660mm)보다 커졌다.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 2785mm로 30mm 늘어났다. 스포티지(2755mm)보다 실내공간이 넉넉해졌다. 이 정도면 준중형이 아니라 중형급이다 .
첫 인상은 당찬 야무짐과 당돌함이다. 외모는 금속이나 바위를 깎아낸 조각품을 연상시킨다.
디자인 철학 ‘아트 오브 스틸’을 바탕으로 강철이 지닌 긴장감과 강인함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는 게 현대차측 설명이다.
건축 조명에서 영감을 받은 수직형 H-엣지 라이팅 주간주행등과 수평형 슬림 센터 램프는 깔끔하면서도 미래지향적이다.
수평형 슬림 센터 램프는 외부에서 광원이 직접 드러나지 않는 간접 조명 구조를 활용했다.
간접등의 은은한 빛이 전면부의 과감한 구조와 입체적인 면을 강조한다.
측면부는 직선의 매력을 통해 강인함을 강조했다. 깊고 볼드한 사이드 펜더와 리어 도어에는 풍부하고 입체적인 볼륨을 더했다.
절제된 도어 면과 차체를 수평으로 가로지르는 선명한 캐릭터 라인으로 강철 특유의 긴장감과 함께 역동성도 강화했다.
후면부는 수평선을 통해 안정감에 초점을 맞췄다. 볼드한 리어 범퍼와 강인한 스키드 플레이트는 SUV의 안정감있는 자세를 보여준다.
3차원으로 돌출된 렌즈 구조의 프리즘 리어 램프의 경우 점등 때 내부의 정교한 패턴이 보이도록 설계했다.
차급 뛰어넘는 안전·편의성 갖춰
실내는 거실에서 영감을 받았다. 인테리어와 시트에서는 포근함이 묻어난다.
크래시 패드는 상·하단이 분리된 플러팅 구조다. 먼저 출시된 그랜저와 아반떼처럼 대형 센터 디스플레이도 채택했다.
운전석 앞쪽에는 꼭 필요한 주행정보를 보여주는 슬림 디스플레이를 적용했다. 위·아래가 잘린 더블 디(D)컷 스티어링휠은 운전 중 시선 분산을 줄여주고 무릎 위 공간도 좀 더 넉넉하게 제공한다.
공조버튼과 비상등은 물리 버튼으로 구성했다. 운전 중 빠르고 편리하게 조작할 수 있다. 드라이브 모드도 스티어링휠 스포크에 넣었다.
중형급으로 길어진 휠베이스 덕에 실내 공간도 넉넉해졌다. 2열에 성인 3명이 앉아도 될 수준이다.
2열 헤드룸은 기존보다 29mm 늘어난 1031mm다. 승하차 편의성도 향상했다. 2열 도어 개방 각도를 기존 73도에서 83도로 확대해서다.
현대차가 그랜저를 통해 처음 선보인 플레오스 커넥트도 SUV 최초로 적용했다. 차량을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고객의 일상과 연결되는 디지털 생활공간으로 확장했다.
플레오스 커넥트는 대형 언어 모델(LLM) 기반의 차세대 생성형 AI 에이전트 ‘글레오 AI(Gleo AI)’와 ‘플레오스 앱마켓’을 통해 개인의 취향과 상황에 최적화된 모빌리티 경험을 선사한다.
글레오 AI는 자연스러운 연속 대화를 이해해 단순한 차량 제어를 넘어 지식 검색은 물론, 여행 일정 추천과 감성적인 대화까지 지원한다.
편의성도 동급 최고 수준이면서 차급 이상이다.
100W 초고속 충전 USB, 멀티 에어 벤트, 2열 수동 사이드 커튼, 1열 릴렉션 시트, 오디오 바이 뱅앤올룹슨(Audio by Bang & Olufsen) 프리미엄 사운드도 채택했다.
안전성 향상에도 공들였다. 충돌로 메인 전원이 차단돼도 백업 전원을 활용해 도어 잠금 해제 기능을 유지해줘 탑승자가 빠르게 탈출할 수 있는 ‘도어 언락 전원 이중화’를 투싼에 최초 적용했다.
정차 또는 저속 주행 중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로 오인해 급하게 밟는 경우 구동력을 제한하고 제동을 수행하는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도 달았다.
차량이 지나온 궤적을 기억해 후진 시 자동으로 조향을 제어하는 ‘기억 후진 보조’도 동급 최초로 적용했다.
투명뷰를 포함한 ‘서라운드 뷰 모니터’, 인포테인먼트 화면을 통해 차량 하부 노면을 보여주는 ‘그라운드 뷰’도 동급 최초로 채택했다.
9개 에어백,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2(NSCC 2), SBW(전자식 변속 레버) P단 긴급제동, 후방 주차 충돌방지 보조 2(PCA-R) 등은 기본 사양이다.
알뜰한데도 힘도 좋아진 하이브리드
투싼은 1.6 터보 가솔린과 1.6 터보 하이브리드 두 가지 파워트레인으로 나온다.
1.6 터보 가솔린 모델의 경우 최고출력은 193마력(PS), 최대토크는 27.0kg·m이다.
현대차는 투싼 가솔린 모델에 기존보다 최고 출력을 13PS 향상시킨 1.6터보 엔진을 적용하고 8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했다.
투싼 하이브리드 모델은 성능과 효율을 높인 현대차그룹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했다. 시스템 최고출력은 245마력(PS)이고 복합연비는 17.4km/ℓ다.
내비게이션 정보를 기반으로 감속이 필요한 구간을 예측해 운전자에게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시점을 알려주는 ‘관성 주행 안내’도 적용, 에너지 효율도 높였다.
정차 중 일정 시간 동안 전기차처럼 무시동 상태에서도 공조, 인포테인먼트 등의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스테이 모드’도 적용했다.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을 겨냥해 터프한 오프로드 감성의 XRT 트림도 있다.
XRT 트림의 경우 전면부에 넓은 직사각형의 전용 프론트 그릴과 넓고 볼드한 스키드 플레이트를 적용했다. 묵직하고 압도적인 존재감을 구현했다.
측면부에는 차체 하부를 단단하게 감싸는 블랙 휠 아치 가니시를 적용해 보호 장비와 같은 견고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가니시에는 단조 카본에서 영감을 받은 패턴을 더해 시각적인 무게감과 XRT 트림만의 강인한 인상을 강조했다.
실내에도 XRT 트림 전용 패턴 시트와 다크 메탈 데코를 적용했다. 1·2열 플로어 프로텍션 매트와 터치식 테일게이트 LED 램프를 더했다.
가격은 미정이다. 신형 아반떼처럼 하극상을 저지른 점을 감안하면 300만원 이상 인상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복수는 나의 것
신형 투싼은 미국 지향적 디자인을 더 강조했다. 미국인들은 200~300m 떨어진 곳에서도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하는 차를 선호해서다.
반대로 길이 좁아서 차를 가까이에서 보게 되는 유럽인과 한국인은 정제되고 잘 생긴 차를 좋아한다.
과감하고 강렬한 디자인을 채택한 현대차가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상대적으로 정제되고 세련된 기아가 국내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이기도 하다.
투싼도 국내에서는 스포티지에 밀렸지만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 격전장인 미국에서는 인기 높은 모델이다. 1000만대를 돌파하며 글로벌 베스트셀러로 성장하는 데도 미국 시장 역할이 가장 컸다.
게다가 디자인 파격이 일으킨 낯섦은 시간이 지날수록 옅어진다. 낯섦은 설렘과 신선함도 일으킨다.
투싼에 앞서 파격을 시도했던 싼타페도 그랜저도 처음에는 호보다 불호가 많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그랜저는 부분변경으로 거듭나면서 오히려 대박을 터트렸다.
신형 투싼은 싼타페보다 디자인이 한층 정제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더 커지고 더 편해지고 더 안전해지고 더 똑똑해졌다.
복수를 위해 ‘파격’을 시도한 투싼은 스포티지에 ‘충격’이다. 투싼이 6년 만에 소리 높여 외치고 싶어하는 말이 있다.
KioskNews shows a cleaned-up reading view extracted from the publisher’s page — the original always lives on their site, not 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