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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October 14, 2026

“온실가스 줄일 기술만 찾지 말고… ‘10만 설계자’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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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옥 전 환경부 차관이 12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탄소중립아카데미 나무’ 창립과 관련해 인터뷰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안병옥 전 환경부 차관이 12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탄소중립아카데미 나무’ 창립과 관련해 인터뷰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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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를 시작하면, 흔히 칼로리부터 따진다. 하루 섭취 열량을 계산해 식사량을 줄인다. 하지만 운동과 수면, 생활습관을 그대로 둔 채 먹는 양만 줄여서는 오래 버티기 어렵다. 어렵게 뺀 살이 다시 찌는 ‘요요 현상’을 겪기도 한다. 탄소중립도 마찬가지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하고 감축 목표를 세워도, 기업의 생산 방식, 시민의 생활 습관 등을 바꾸지 않으면 한계에 부딪힌다.

안병옥 전 환경부(현 기후에너지환경부) 차관은 지금의 탄소중립 논의가 온실가스 감축량 계산과 기술 개발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방식으로는 ‘2050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쉽지 않다”며 “온실가스 감축 기술뿐 아니라 자원순환, 물순환 등 서로 연결된 문제를 함께 살피고,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일하는 사람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비영리 사단법인 ‘탄소중립아카데미 나무’(나무)를 창립하고 원장을 맡은 안 전 차관을 지난 12일 한겨레 사옥에서 만났다. ‘나무’는 14일 창립식을 했다.

안 전 차관은 한국 환경운동 1세대다. ‘환경운동’이라는 개념이 막 태동하던 1980년대 초반 반공해운동에 뛰어들었고, 독일 유학을 다녀온 뒤에는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정부에 변화를 요구했다. 이후 환경부 차관으로 정책을 만들고 집행했으며,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시절에는 정책이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폈다. 시민사회와 정부, 공공기관을 두루 거친 그가 새로 선택한 일은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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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키우는 일’은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시절부터 품어온 고민이었다. 당시 환경운동이 예전만큼 활력을 보이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젊은 활동가들의 분발을 요구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안 전 차관은 활동가 개인의 열정과 역량에만 기댈 수는 없다고 봤다. 시민사회에는 활동가를 교육하고 훈련하는 체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는 “크리스천아카데미처럼 환경운동에도 다음 세대를 키우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한국환경공단에서 퇴임한 뒤에야 오래된 숙제를 다시 꺼냈다.

그는 현재를 “2050 탄소중립을 위한 목표와 정책이 있지만, 이를 현장에서 제대로 실행할 인력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기후 규제가 무역과 공급망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기업의 대응 역량을 높이는 일은 시급하다. 하지만 탄소중립 업무 담당자가 경영진을 설득할 수 있을 정도로, 온실가스 감축이 기업 경영에 미칠 손익을 데이터로 분석하고 설명하기 쉽지 않다. 중소기업은 탄소중립의 필요성을 알더라도 이를 추진할 인력과 재정이 부족하다. 방대하고 전문적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보고서의 내용을 시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줄 사람도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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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안 전 차관이 내건 목표는 이이의 ‘10만 양병설’에 빗댄 ‘10만 탄소중립 설계자’ 양성이다. ‘나무’를 통해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에서 탄소중립을 실행할 사람을 키우고, 탄소중립 교육을 확산하는 공익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나무’라는 이름에는 자연의 나무와 함께 ‘나로부터 무탄소’라는 뜻을 담았다.

‘나무’의 교육은 지식 전달보다 현장에서 실행할 역량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내년 상반기 개설 예정인 8주 전문강좌에서는 기업과 공공기관 종사자, 시민단체 활동가 등이 자신의 일터에서 실천할 탄소중립 계획을 직접 세워야 수료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활용 탄소중립 전문가 과정과 알이(RE)100 전문가 과정 등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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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시민을 위한 교육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간다. 안 전 차관은 “기후위기가 심각하다는 이야기는 많이 강조돼 국민 다수가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럼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분명히 알려줘야 무력감에 빠지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시민 대상 ‘대안강좌’에서는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공동체와 대안기술을 활용하는 사람들의 사례를 소개할 예정이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사 등이 교수로 참여할 예정이다.

‘나무’의 또 다른 목표는 교육을 마친 이들이 각자의 일터와 지역사회로 돌아가 실제 변화를 이끌도록 하는 것이다. 기업에서는 경영진을 설득해 생산 방식을 바꾸고, 지역에서는 주민들과 함께 탄소중립 실천을 확산하는 역할이다. 탄소중립을 실현할 현장은 일터와 지역사회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개인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변화도 있다. 그는 “자동차를 타는 대신 많이 걷고, 육식 대신 채식을 많이 먹는 것처럼 의사들이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소개하는 ‘저탄소 활동’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지구를 위해 불편을 참고 희생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는 실천을 오래 이어가기 어렵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먹고 싶은 것을 무조건 참는 다이어트가 오래가기 어려운 것과 비슷하다. “지구의 건강과 나의 건강이 분리된 게 아니라는 생각이 제일 중요하다.” 하지만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사회 구조 등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 예가 2011년 스웨덴에서 진행된 ‘원 톤 라이프’ 실험이다. 4인 가족이 에너지 효율이 높은 주택에 살면서 전기차와 재생에너지를 이용하고 생활습관을 바꾼 결과, 1인당 연간 탄소배출량을 7.3톤에서 1.5톤으로 줄였다. 기업들이 주택과 전기차, 에너지 기술을 지원했기에 가능한 변화였다.

안 전 차관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으로 ‘주 4.5일제’를 꼽았다. 노동시간이 줄면 출퇴근 등에 따른 탄소배출도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큰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줄일 수 있는 영역이 많다”며 “할 수 있는 것부터 바꿔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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