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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September 19, 2026

“윤석열이 만약 그의 출금을 알았더라면”···‘이종섭 호주도피’ 1심 무죄 만든 세 가지[판결 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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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수사외압 의혹 피의자였던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2024년 3월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채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수사외압 의혹 피의자였던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2024년 3월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윤석열 전 대통령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은 시작부터 끝까지 논란의 연속이었다. 채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를 대사직에 임명한 점, 출국금지 상태였는데도 인사검증을 통과한 점, 법무부가 수사기관의 반대에도 출국금지를 해제한 점, 논란이 커지자 회의 참석을 이유로 임명 10여일만에 귀국했다 돌연 사임한 점 등은 ‘수사가 임박하자 호주로 도피하려 했다’는 의심을 키웠다. 이 전 장관 의 임기는 ‘도주대사 의혹’ ‘런종섭 의혹’이라는 오명만 남긴 채 25일 만에 끝났다.

이 의혹은 이명현 특별검사팀의 주요 수사 대상이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해 당시 호주대사 임명과 인사검증에 관여한 외교부, 법무부, 공직기강비서관실 고위직 6명을 ‘범인도피’ 혐의로 한꺼번에 재판에 넘겼다. 윤 전 대통령이 본인에게도 수사가 미칠 것을 우려해 이 전 장관을 해외로 보내려 했고, 외교부와 법무부는 인사검증 절차 등을 부실하게 진행해 ‘범인도피 범행’에 가담했다는 게 특검의 시각이다.

법원의 첫 판단은 ‘무죄’였다. 1심 재판부는 크게 세 가지 이유로 특검팀의 입증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① 공수처가 이종섭에 대한 수사를 거의 하지 않았다

법원은 “이종섭은 공수처에 고발만 됐을 뿐, 임명 절차가 시작될 때까지도 아무런 실질적인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봤다. 범인도피 혐의가 인정되려면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을 ‘범죄를 저지른 사람’ 또는 ‘형사처벌의 위험이 구체화한 사람’으로 인지했어야 하는데, 이 전제부터 인정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종섭에 대한 최종 인사검증이 완료될 때까지 소환 조사도 거론되지 않았고, 대사 임명이 발표된 이후인 2024년 3월7일에야 이종섭이 공수처에 자진 출석해 조사가 이뤄졌을 뿐”이라며 “윤석열이 호주대사 임명을 지시한 2023년 11월 무렵 이종섭에 대해 가진 인식은 ‘공수처에 고발돼 논란이 되고 있는 사람’ 정도의 추상적 수준에 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재판부는 이 전 장관이 귀국 및 사임한 뒤에도 공수처의 소환조사나 압수수색이 전혀 없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윤석열이 이종섭을 호주대사에 임명해 공수처의 수사를 정면으로 방해하려는 의도를 가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② 윤석열은 ‘이종섭 출국금지’ 사실을 몰랐다

공수처가 이 전 장관을 출국금지했다는 사실은 호주대사 임명 다음 날인 2024년 3월5일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들도 출국금지 사실을 이때 처음 알게 됐다고 판단했다. 호주 대사 임명을 지시하고, 실제 임명을 할 때까지도 윤 전 대통령은 이 전 장관이 출국금지된 상태인지 몰랐다는 판단이다.

특검팀은 대통령실이 인사검증 과정에서 출국금지와 수사 진행 상황을 인지했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내정 사실이 2023년 9월 무렵 언론을 통해 알려졌던 점, 그런데도 법무부가 여러 차례 출국금지 조치를 연장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법무부가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조치를 두고 대통령실과 긴밀히 소통했다면, 대통령의 의사에 반해 출국금지 연장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취지다.

재판부는 “만일 윤석열이 이종섭에 대한 출국금지 사실을 미리 알았고, 그럼에도 수사상 조치를 무력화하는 방편으로 호주대사 임명을 지시했다면 그 자체로 범인도피 의사가 분명한 경우에 해당할 수 있다”며 “그러나 피고인은 이종섭에 대한 출국금지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상태에서 임명 지시를 내렸고, 이를 그 자체만로 도피 목적을 가진 인사로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③ 대사직 임명은 ‘범인의 소재를 감추는’ 행위가 아니다

호주대사가 된다고 해서 수사가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주요하게 반영됐다. 재판부는 “대사직은 소재나 신분, 입지가 대한민국 정부와 상대국 정부에 의해 공식적으로 확인되는 지위에 있고, 대사관을 통해 상시 연락도 가능하다”며 오히려 국내에 있을 때보다 소재가 더욱 분명해지는 측면도 있다고 판단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2024년 3월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해병대  이종섭 주호주대사 출국을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2024년 3월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해병대 이종섭 주호주대사 출국을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어 “범인도피는 범인의 소재를 발견하지 못하게 하거나 ‘은닉’에 비견될 정도로 곤란하게 하는 행위를 의미하는 것이지, 수사가 다소 지연되거나 절차가 번잡해지는 모든 경우를 포괄하는 건 아니다”라며 “대사로 부임하는 것은 신원을 숨기고 연락을 두절한 채 잠적하는 통상적 의미의 ‘도피’와는 본질적으로 그 태양이 다르다”고 했다.

‘VIP 격노’는 첫 인정…특검 “사건 본질 놓쳐” 항소

한편 재판부는 사건의 발단이 된 ‘VIP 격노설’은 사실로 인정했다. 법원에서 해당 의혹이 인정된 것은 처음이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채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를 보고받은 2023년 7월31일 회의에서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고 화를 냈고, 곧바로 이 전 장관에게 전화해 “이렇게 줄줄이 엮으면 안 된다고 내가 누차 이야기하지 않았느냐”고 질책한 점을 인정했다.

특검팀은 지난 17일 “사건 전체의 본질을 놓친 1심 판결을 수긍하기 어렵다”며 항소했다. 특검은 “재판부는 윤석열의 ‘격노’ 사실, 이종섭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윤석열이 호주대사 임명을 지시한 사실 등 특검 수사로 규명된 사건의 사실관계는 대부분 인정했다”며 피고인들이 ‘수사외압 의혹’의 연장선에서 범인도피 의사를 공유하고 있었다는 점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건의 ‘본류’인 수사외압 의혹에 대한 재판은 아직 1심이 진행 중이다. 모든 의혹의 출발점이었던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은 무리한 수색지시를 내려 채 상병을 숨지게 한 혐의로 1심과 2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고,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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