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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October 12, 2026

[창간기획 춘추정병시대] 이것은 왜 정상궤도가 아니란 말인가···어떤 고3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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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B특성화고 3학년 교실 방과후 모습. 김희진 기자

경기도 B특성화고 3학년 교실 방과후 모습. 김희진 기자

더위가 채 가시지 않은 9월 초. 벌써 2학기 막바지에 접어든 고3 학생들이 있다. 특성화고 3학년의 시간은 11월 수능 대신 10월 현장실습 기준으로 흐른다. 실습 회사가 정해진 학생들은 교실에서 출근 디데이를 꼽는다. ‘실습생’ 신분의 불안정한 사회진출을 앞둔 마음은 기대와 막막함이 엇갈린다.

특성화고는 일터로 곧장 나갈 기술 인재를 길러내는 학교다. 그러나 입시가 중심인 세계에선 여전히 ‘마이너리그’에 가깝다. 경향신문이 지난달 찾은 경기도 B 특성화고 3학년 한 반의 학생들은 중학교를 “버티던 곳”으로 기억했다.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자 학교는 지겹고, 두렵고, 자신 없는 곳이 됐다. 학생이었지만 공부로 경쟁하는 학생은 아니었다. 일부는 “대학은 못 갈” “일반계고 밑바닥 깔” 같은 평가 끝에 취업이 잘된다는 특성화고 진학을 택했다.

조은주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책 <세계에 속한다는 것>에서 이런 학생들을 “테니스에 관심을 가져본 적도, 테니스 선수가 되겠다는 생각을 품어본 적도 없이 테니스 코트 한복판에 서 있는 사람”에 빗댔다. 몸은 학교에 있지만 교육의 장에는 속하지 못한 이들이다. 특성화고는 흔히 이런 학생들이 모이는 곳으로 여겨진다. 중학교 내신 195점(200점 만점)이던 권채환이 특성화고에 가겠다고 하자 “모든 선생님과 선후배가 반대”했을 정도다.

정작 특성화고는 학생들에게 뜻밖의 가치를 줬다. 중학교를 “지루했던” 시간으로 기억하는 정우진(가명)은 이곳에서 즐겁다. 새로운 걸 배우고 실습하는 게 재밌다. 아침에 눈뜨면 “오늘 하루도 잘해보자”는 마음이 든다. 말수 적은 김현우(가명)도 “실습하니까, 행복한 기분”으로 학교에 온다. 전에 없던 열의도 생겼다. 김재영은 승강기기능사 시험에 아홉 번째 도전하고, 윤태영은 전기기능사를 준비하느라 밤을 새우기도 했다. 국영수는 여전히 지겨워도 전공만큼은 ‘공부로 경쟁하고 싶은’ 마음을 일깨웠다.

다만 학생들은 이 시간이 오래가지 않으리라는 걸 직감한다. 곧 학교를 떠나야 한다. 이곳에서 애써 쌓아 올린 것을 사회에선 헐값으로 칠지도 모른다. ‘사회가 전문기술 인력을 충분히 대우하는가’라는 질문에 13명 중 “그렇다”고 답한 학생은 6명에 불과했다. 답변을 종합하면 ‘고교 성적이 중소니 대기업이니 출발선을 결정짓고, 기술로 취업한 중소기업에선 아쉬운 대우를 받는다’로 요약된다. 중학교 교실에서 자신들을 줄 세웠던 ‘학업’이란 잣대가 사회에서도 기다리고 있다는 감각이다.

경기도 B특성화고 3학년 학생들이 교실에 앉아있다. 김나현 기자

경기도 B특성화고 3학년 학생들이 교실에 앉아있다. 김나현 기자

현장실습을 앞두자 막연하고 주눅 든 마음도 다시 고개를 든다. 학생들은 전공을 살려 취업하면서도 “계속 다니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한다. 사회에서 어떤 자리를 내어줄지 불안하다. 학교에서 배운 걸 쓸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지난해 같은 학교 전자과를 졸업한 김태준(19)은 “울며 겨자 먹기”로 3년 배운 전공과 무관한 회사에 들어갔다. 그는 아무것도 없이 퇴사하는 대신 일·학습병행제로 연계된 대학을 졸업하기 위해 일단 회사에 다니기로 했다.

현재 특성화고 3학년생들이 결국 도모하는 것도 대학이다. 졸업 직후 취업하겠다는 10명 중 6명은 언젠가 대학에 가겠다고 했다. 사회적 인식과 직급, 연봉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결국 대학 졸업장이 필요하다는 걸 이들은 이미 안다. 신건희는 “대졸과 고졸은 출발점도 끝도 달라서” 대학에 갈 생각이라고 했다. 지방 특성화고를 나와 공기업에서 일하는 장다은(22·가명)도 입사 5년 차에 야간대에 진학했다. “고졸 차별이 없다지만” 승진 등을 두고 겪는 “은근한 차별”이 싫었다. 공단·공사에 입사한 그의 동창들도 월급을 많이 받지만 “고졸이라” 차이가 난다.

생산직이라면 월급과 꿈꾸는 안정감 사이 간극은 더 크다. B 특성화고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온 이정우 교사는 “현장에 나가면 200만원 초반대 월급을 받고 10년은 지나야 학생들의 기술이 경쟁력이 된다”며 “그 기간의 불확실성에 아이들은 숨이 막히는 것 같다”고 했다. 대학 졸업장이란 기준은 선명한 반면 전공을 살려 오래 버티는 길은 흐릿하다. 2025년 전국 특성화고 졸업생 52.6%는 대학에 진학했다.

항공정비사가 꿈인 김재영은 이달 자동차부품 제조업체로 현장실습을 나간다. “꿈이 지금 회사랑 반대예요. 꿈에 가까워지려면 대학 가야 해요.” 여덟 번 떨어지고도 다시 시험장에 가는 열의도, 실습실에서 처음 맛본 성취감도 결국 같은 질문 앞에 선다. 대학은 나왔느냐는 질문. 하나의 정답만 정해둔 사회에서 아이들의 꿈과 흥미는 불안에 쓸려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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