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입 효과…시총 5000억원에 매입 100억원 넘어야

자사주 매입 효과를 본 종목은 몸집이 5000억원 이상이면서 매입에 100억원 이상 쓴 곳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코스피 종목 평균을 8%포인트 이상 웃돌았다. 반면 시가총액이 5000억원보다 작은 기업은 100억원을 넘겨 사들여도 시장 평균을 밑돌았다. 자사주 매입의 약발이 회사 덩치에서 갈린 것이다.
본지가 2일 유가증권시장 자사주 매입 공시를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DART) 자료로 분석한 결과, 올해 1~7월 공시를 내놓은 108종목 중 절반 이상은 작년 말보다 주가가 낮아졌다. 자사주를 취득하면 1년 안에 소각하도록 의무화한 3차 상법 개정이 지난 3월 6일 시행됐지만 제대로 된 정책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자사주 매입 종목, 절반 이상 주가 하락
자사주 매입 공시를 한 108종목의 주가는 올 들어 지난달 30일까지 평균 7.2% 올랐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 전체 939종목 단순 평균은 0.74% 하락했다. 자사주를 산 종목 주가가 시장 평균보다 8%포인트 정도 높았다.
그렇지만 절반이 넘는 59곳(54.6%)은 주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평균이 플러스인데 과반이 하락한 것은 SK스퀘어(209.5%)⋅키다리스튜디오(148%)⋅LG전자(131.2%)⋅삼성전자(123.9%) 등 소수 종목이 평균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상승률 상위 5곳을 빼면 평균은 7.2%에서 0.65%로 내려간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4214.17에서 6838.04로 62.3% 올랐다. 108곳 중 코스피 상승률을 넘어선 곳은 9곳뿐이다.
◇대형주만 자사주 매입 효과…중소형주는 미미
작년 1월~지난 6월 코스피 144개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 공시 280건에 대해 공시 후 석 달간 주가를 봤더니 100억원 이상을 쓴 138건은 코스피 전체 평균보다 6.94%포인트 더 올랐다. 100억원 미만인 142건은 3.5%포인트 덜 올랐다.
돈을 많이 쓴 쪽이 유리해 보이지만 결과를 가른 것은 회사 덩치였다. 시총이 5000억원을 넘는 동시에 100억원 이상 쓴 119건은 시장 평균을 8.39%포인트 웃돌았다. 반면 5000억원에 못 미치는 기업은 쓴 돈이 100억원 이상이든(19건) 100억원 미만이든(109건) 시장 평균보다 모두 2%포인트 남짓 덜 올랐다. 덩치가 작으면 돈을 더 써도 주가가 움직이지 않았다. 덩치가 커도 100억원에 못 미치게 쓴 33건은 6.65%포인트 뒤처졌다. 효과가 나타난 것은 네 경우 중 하나뿐이었다.
자사주를 많이 사서 주가가 오른 것이 아니라, 많이 살 수 있는 덩치 큰 기업이어서 올랐다는 뜻이다. 자사주 매입 효과 부진엔 올해 외국인의 191조원 가까운 순매도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삼전닉스 자사주 매입마저 끝나면 진공 상태
올해 삼성전자(123.9%)와 SK하이닉스(172.8%)가 코스피를 주도했다. 지난달 30일 기준 두 회사 시가총액은 2867조원으로 유가증권시장 전체의 50.8%다.
삼성전자는 자사주 매입 효과를 본 대표 사례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24일부터 15조원을 들여 자사주 5328만5968주를 사들이고 있다. 공시한 취득 기한은 다음 달 21일이지만 하루 매수 한도(732만1653주)를 채워 사면 6일 정도에 끝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매입 목적은 임직원 주식 보상이라 소각 대상은 아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7월에는 자사주 매입 공시를 하지 않았고, 지난 8월 19일 처음 공시했다. 8월 20일부터 다음 달 19일까지 40조43억4000만원을 들여 2407만주를 사들여 소각한다.
자사주 매입은 투자자 구분에서 기타법인으로 잡힌다. 기타법인은 최근 한 달 시장을 떠받친 유일한 매수 주체로 평가된다. 8월 31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기타법인은 32조9778억원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22조1686억원)과 개인(14조3435억원)의 순매도를 받아낸 것이다.
그런데 두 회사의 자사주 매입이 끝나면 시장을 받쳐온 큰돈줄이 사라진다. 덩치가 작은 기업은 자사주를 사도 주가가 움직이지 않으니, 두 회사가 멈추면 지수를 밀어 올릴 힘도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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