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모성의 실체를 묻다…연상호 신작 ‘실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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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의 두번째 저예산 프로젝트 영화 ‘실낙원’이 21일 개봉한다. 첫번째 저예산 프로젝트 ‘얼굴’(2025)이 1970년대 고도 성장기의 청계천 일대 영세 공장 골목을 배경으로 했다면, ‘실낙원’은 인공지능(AI)으로 죽은 이를 시각적으로 재현하는 게 일상화된 근미래 탄광촌 근처 소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얼굴’은 주요 배우와 스태프들이 개런티 대신 지분 참여 방식으로 작품에 합류해 제작비 2억원, 촬영 기간 3주에 완성됐다. 누적 관객수 108만명, 누적 수익 100억원을 넘기며 투자가 얼어붙은 영화 시장에서 새로운 제작 방식으로 주목받았다. ‘실낙원’은 ‘얼굴’보다 한 회차 많은 14회차 촬영에, 5억원의 제작비로 완성됐다. 연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정이’의 주연을 맡았던 김현주가 10살 아이를 사고로 잃은 엄마를 연기한 심리 스릴러다.
싱글맘 소영(김현주)의 외아들 선우(유지완)는 캠핑 갔다 다른 아이들과 함께 실종된다. 폐광에서 일부 아이들이 주검으로 발견되고 선우 등 나머지 아이들은 영구 실종으로 사건이 마무리된 뒤, 소영은 ‘낙원의 아이들’이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선우를 만난다. 늘 10살인 선우와 대화하며 9년의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진짜 선우를 찾았다는 경찰의 연락을 받는다. 하지만 소영 앞에 나타난 19살 청년(배현성)은 원래 알던 선우의 사랑스러움도, 그 어떤 흔적도 느낄 수 없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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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낙원’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고유성을 학습하고 재현할 수 있는 시대에 인간의 정체성은 무엇인가를 묻는다. 집단과 다른 단독자로서 인간의 가치를 그린 전작 ‘군체’와도 이어지는 주제 의식이다. 연 감독은 “에이아이와 인간, 보편성과 개별성의 싸움 등 고민해오던 주제를 압축해 표현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소영은 자신의 아들이라고 믿기 힘든, 그러나 유전적으로 자신이 아들임이 입증된 19살 선우와, 그가 기억하는 어린 아들의 재현인 인공지능 선우 사이에서 혼란과 갈등을 느낀다. 진짜 아들의 어두운 실체가 드러나며 소영의 심리적·윤리적 딜레마는 벼랑 끝으로 치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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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19살 선우가 등장할 때까지 인공지능이 가져올 삶과 죽음의 변화, 그리고 그것이 야기할 모순적 상황에 대해 긴장감 있게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다만 이후 소영의 딜레마를 본격적으로 풀어내는 후반부에서는 논리적 비약이 잦아진다. 진짜 아들과 인공지능 아들 사이에서 소영이 겪는 혼란은 지나치게 압축돼 있고, 그가 마지막 모성으로 벼랑 끝 결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주마간산처럼 진행되며 밀도가 떨어진다.

영화만큼이나 흥미로운 건 프리퀄 형식으로 영화의 세계관을 연결하는 짧은 동영상 시리즈 ‘실낙원―유니버스’다. 개봉 전 유튜브 등에 공개된 4부작 영상은 연 감독이 쓴 각본을 바탕으로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해 제작했다. 노인이 스마트 안경 같은 장치를 쓰고 세상을 떠난 아내와 다시 만나 그리운 미역국 레시피를 배우고, 아내가 사별한 남편을 같은 방식으로 되살려 지내다 다른 남자를 만나 이혼을 결심하고, 세상을 떠난 엄마를 인공지능으로 되살렸지만 데이터가 오염되면서 점차 낯선 인물로 변해가는 등 흥미로운 설정의 이야기들이 인공지능 시대 스토리텔링의 확장성을 가늠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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