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는 순간 “나도 성공했구나” … 이재용도 젠슨 황도 선택, 6천만원대 국산차

<플러스 포인트>
▶車도 하늘 아래 귀천이 따로 없다
▶성공하면 타는 차, 세단→미니밴
▶車생역전, 짐차에서 리무진으로
▶성공하면 이젠 카니발 하이리무진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더냐”
신분 사회에 격렬히 저항한 혁명가, 고진감래를 통해 인생역전을 꿈꾸는 사람들이 자주 쓰는 말입니다.
현실은 매우 다릅니다. 신분차별제 카스트(caste)가 사라지지 않는 ‘악습’으로 맹위를 떨치는 인도만큼은 아니지만 대다수 나라에서는 여전히 돈과 권력에 따라 신분이 직·간접적으로 결정됩니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와 ‘기생충’에 나오는 금수저(머리 칸)와 흙수저(꼬리 칸)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자동차 세상에도 카스트가 맹위를 떨쳤습니다. 사람이 자동차를 탈 수 있게 된 순간, 덩달아 뿌리를 내렸죠.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상류사회 사람들만 소유할 수 있었던 신분과시용 도구였기 때문입니다.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운전자(또는 탑승자)의 신분을 상징하기 시작했죠.
상류층은 의식주 못지않게 자신의 신분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애용했습니다. “난 너희들과 격이 달라”라며 존재의 차별감과 위압감을 말없이 알려주기 위해서입니다.
집과 달리 이동의 편리성을 지녔기에 그만큼 쉽고 빠르게 “난 달라”를 보여줄 수 있었죠.
미국 포드가 ‘포디즘’으로 불리는 대량생산으로 자동차 대중화 길을 개척한 뒤에도 카스트는 여전히 맹위를 떨쳤습니다. 차가 아닌 브랜드나 차종이 신분을 직·간접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이 됐습니다.
자동차가 생활필수품이 되고 렌탈 서비스, 차량 구독 서비스 등이 등장하면서 ‘차종=신분’ 분위기는 약해지고는 있습니다.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여전히 신분이나 직위에 따라 탈 수 있는 차종이 달라지는 카스트 유산이 남아있습니다.
크기=가격=신분, 車 카스트
탑승자가 ‘높은 신분’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대표 차량은 리무진(Limousine)입니다. 리무진은 독일어로 ‘세단’이라는 뜻이죠.
자동차 시장에서는 평범(?)한 세단과 구별해 운전석과 뒷좌석 사이를 유리 칸막이로 분리한 승용차를 의미합니다. 마차 시대 마부 자리에 지붕이 없었던 것에서 유래했다고 하네요.
자동차 시장에서는 운전사가 따로 있고 실내가 넓으며 화려하게 장식된 고급 세단을 리무진으로 불렀습니다.
요즘도 대통령이나 수상 등 국가수반이 타는 전용 차량이나 귀빈 접대용으로 사용합니다.
좌석이 편한 버스에도 ‘리무진’이라는 단어를 쓰기도 하지만 이때는 ‘버스’라는 단어를 뒤에 붙입니다.
리무진 세단은 쇼퍼드리븐카(핸들은 운전사에게 맡기고 오너는 뒷좌석에 앉는 차)를 대표합니다. ‘회장님 차’, ‘VIP 차’로 부르기도 하죠.
국내에서는 제네시스 G90과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가 회장님 차를 대표합니다.
더 럭셔리한 롤스로이스·벤틀리·마이바흐 차종도 있지만 판매 대수가 적고, 눈에 잘 띄지 않아 ‘대표주자’ 자리는 제네시스 G90과 벤츠 S클래스에 양보한 상태입니다.
리무진 세단의 최대 장점은 ‘안락함’입니다. 항공기 1등석보다 편안하죠.
단점도 있습니다. 차체가 낮고, 길이가 길어 넓고 긴 도로에서만 달려야 합니다. 탑승 공간은 넓지만 화물 공간은 상대적으로 좁습니다. 차에 탈 때는 몸을 구겨 넣거나 고개를 숙이는 불편도 감수해야 합니다.
흙수저 꼬리 칸의 ‘퀀텀점프’
폼은 나지만 불편하고 과도하게 무게만 잡는 ‘폼생폼사’ 리무진 세단의 대안으로 등장한 차종이 밴(Van)입니다.
밴은 짐을 옮기는 포장이 달린 큰 마차 또는 기차 화물칸(주로 꼬리 칸)에 해당합니다.
처음에는 화물칸이 있는 차를 밴이라고 불렸지만 현재는 지붕이 있는 상자 형태 화물트럭을 주로 밴이라 일컫습니다.
밴은 승차감이 세단보다 떨어져 예전에는 주로 사람이나 화물을 나르는 ‘짐차’로 사용됐습니다.
첨단 편의 기술이 발전한 요즘에는 ‘리무진’으로 거듭나는 차생역전(車生逆轉)을 이뤄냈습니다. 사람도 쉽지 않은데 꼬리 칸에서 머리칸으로 ‘퀀텀점프’를 해낸 셈입니다.
리무진 세단보다 뛰어난 실내 개방감과 공간 활용성 및 이동성에다 리무진 세단보다 부족했던 편의성까지 보완한 결과죠.
리무진 세단 못지않게 ‘성공하면 타는 차’로 대접받기 시작했습니다.
밴은 크게 대형 밴과 미니 밴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두 차종을 컨버전(개조)해 리무진으로 사용합니다.
리무진으로 개조된 수입 대형 밴은 2010년대 초반까지 연예인들에게 인기를 끌어 ‘연예인 밴’이라고 불렸습니다.
대형 밴은 연예인들의 단순한 이동 수단에 머물지 않습니다. 넓은 실내 공간과 허리를 펼 수 있는 높은 차고, 항공기 1등석보다 뛰어난 좌석, 홈시어터 등을 갖춰 ‘달리는 호텔’이 됐죠.
대형 밴은 스타들만 선호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기업들도 대형 밴을 비즈니스 용도로 사용합니다. 일부 재벌들은 출퇴근용이나 가족 나들이용으로 밴을 구입하기도 하죠.
국내에서 대형 밴 바람을 일으킨 모델은 ‘연예인 차’로 불린 익스플로러 밴, 스타리모 밴, 스타크래프트 밴 등입니다. 쉐보레 익스프레스 밴을 베이스 모델로 삼았죠. 밴 앞에 붙은 이름은 컨버전 업체명입니다.
2020년대 들어서는 벤츠 스프린터가 대형 밴 대표주자가 됐습니다. 벤츠 스프린터는 ‘서서 타는 마이바흐 또는 벤츠 S클래스’라고 불렸습니다. 현대차그룹도 쏠라티를 앞세워 벤츠 스피린터에 도전장을 냈지만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리무진 세단보다 더 크고 더 넓고 더 안락한 대형 밴에도 단점이 있습니다. 좁은 도로나 골목이 많은 국내에서는 이동에 제약이 생기기 때문이죠.
그 결과, 국내에서는 대형 밴보다는 이동성이 우수한 미니 밴이 ‘성공하면 타는 차’로 더 주목받고 있습니다.
9인승 이상인 미니 밴은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출·퇴근길, 주말, 휴가철, 명절 연휴 등에 고속도로가 꽉 막혀 다른 차들이 쩔쩔맬 때도 ‘논스톱’으로 시원하게 달릴 수 있습니다.
이름만 ‘미니’이지 실제로는 ‘슈퍼’ 역할을 하는 슈퍼 밴이자 슈퍼 카가 됩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미니밴을 업무용으로 쓰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카니발, ‘성공하면 타는 미니밴’ 됐다
‘성공하면 타는 미니밴’에 적극적인 브랜드는 기아와 토요타입니다.
국내에서 성공하면 타는 미니 밴으로 가장 주목받는 차종은 기아 카니발입니다. 넘사벽(넘기 어려운 사차원의 벽)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죠.
현대차 스타렉스 후속인 스타리아도 있지만 승합차 성향이 좀 더 강해 의전용 시장에서는 카니발에 열세입니다.
기아의 목적기반모빌리티(PBV)인 PV5도 ‘VIP용’으로 이용되기는 하지만 카니발 자리를 대체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하이루프를 적용해 전고를 높여 공간 활용성을 향상한 카니발 하이리무진은 임원 차, 연예인 차, 국회의원 차로도 인기 높습니다.
4인승 모델의 경우 럭셔리 리무진 세단이 오히려 부러워할 ‘달리는 1등석’이 됐습니다. 카니발은 컨버전 회사를 통해 의전용으로 개조되기도 합니다.
카니발을 업무용이나 의전용으로 사용하는 회사도 증가 추세입니다. 국토교통부 통계를 사용하는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8월 카니발 법인 구매 비중은 45.9%로 나왔습니다.
카니발은 중고차기업 케이카(Kcar)가 몇 년 전 임직원을 상대로 진행한 ‘귀향길 금의환향 패밀리카’ 설문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제네시스·벤츠 못지않게 성공하면 타는 차로 자리 잡고 있다는 뜻이겠죠.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깐부 회동’을 가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이동 수단도 카니발 하이리무진이었습니다.
가격도 착합니다. 카니발의 시작가는 준중형 차종과 비슷한 3000만원대입니다. 카니발 하이리무진 시작가는 6000만원대부터죠. 1억5000만원 이상 줘야하는 벤츠 S클래스와 비교하면 반값 이하입니다.
토요타 알파드, 렉서스 LM도 진출
카니발의 성공을 눈여겨본 한국토요타도 시에나를 통해 국내 미니밴 시장을 공략했습니다. 단, 카니발의 아성을 무너뜨리지 못했죠.
한국토요타는 이에 시에나보다 성공 이미지가 더 강한 알파드를 한국에 내놨습니다. 알파드는 일본에서는 ‘성공의 아이콘’으로 여겨지는 플래그십 미니밴입니다.
미니밴을 고급세단으로 개조한 게 아니라 고급세단을 미니밴 형태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외모는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존재감, 실내는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 환대·배려)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2열 공간은 오모테나시의 정수입니다.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시트는 항공기 1등석 부럽지 않습니다. 좀 과장하면 앉는 순간 “아, 성공했구나”라는 기분을 맛보게 해줍니다.
알파드는 국내에서도 성공하면 타는 차들이 노리는 법인차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지난 2023년 국내 출시되자마자 판매물량 500대가 모두 완판됐는데요, 개인보다는 법인이 임원·의전용으로 많이 구입했습니다. 당시 10대 중 8대가 법인 몫으로 알려졌습니다.
알파드 성공에 자신감을 얻은 한국토요타는 더 성공한 사람들을 위한 미니밴도 내놨습니다. 이번에는 프리미엄 브랜드인 렉서스를 통해서입니다. 렉서스 LM 500h입니다.
LM은 ‘럭셔리 무버(Luxury Mover)’의 약자입니다. 성공하면 타는 차답게 편안한 승차감과 기능성, 진동·소음 차단 설계, 다양한 편의사양 등을 갖췄습니다.
렉서스 LM은 벤츠, BMW, 제네시스 등이 선보인 프리미엄 세단보다 더 넉넉한 공간을 갖췄고 항공기 1등석 뺨치게 편안하고 안락한 시트를 적용했습니다.
‘정숙성의 대명사’ 렉서스가 만든 플래그십 모델답게 쾌적하고 편안하죠. 국내 출시 모델은 하이브리드 모델로 업무와 휴식에 초점을 맞춘 ‘달리는 오피스’를 지향했습니다.
주요 공략 대상은 최고경영자나 임원들에게 럭셔리 모빌리티 공간을 제공하려는 법인입니다.
렉서스 LM은 법인구매 비중이 매우 높습니다. 패밀리카 시장으로 영역을 넓힌 토요타 알파드의 법인 수요도 흡수했습니다.
올 1~8월 법인구매 비중은 토요타 알파드가 40.3%, 렉서스 LM 500h가 65.2%로 집계됐습니다.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생활의 동반자입니다. 집 다음으로 비싼 재산목록 2호이기도 합니다. ‘왜몰랐을카(CAR)’는 알아두면 쓸모 있고, 모르면 손해 보는 자동차 정보를 다룹니다. 자동차 마니아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결국엔 돈이 되는 차(車)테크 정보를 충실히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족(蛇足)도 있습니다. 언젠가는 귀하게 쓸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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