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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September 27, 2026

즉흥안무로 본고장 탱고대회 첫입상…런던&쏠 "태극기 벅차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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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현

홍승준·정은경, 부에노스아이레스 세계탱고챔피언십 피스타부문 3위

"탱고, 배려·양보 배우고 위로 얻는 춤…한국 탱고 위상 알리고파"

이미지 확대 탱고 무용수 홍승준(왼쪽)·정은경

탱고 무용수 홍승준(왼쪽)·정은경

(서울=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세계 탱고 대회 피스타 부문에서 한국인 최초로 입상한 무용수 홍승준(왼쪽)·정은경이 2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 이후 트로피를 들어 올려 보이고 있다. 2026.9.26. fat@yna.co.kr

(서울=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아르헨티나 사람들에게 탱고는 한국인으로 치면 태권도 같은 것이거든요. 이렇게 의미 있는 대회 시상식 공연에서 아르헨티나 국기 사이에 태극기가 걸려 있는 걸 보는데 막 벅차오르더라고요." (정은경)

탱고 무용수 정은경은 최근 폐막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세계 탱고 챔피언십(Tango Buenos Aires Festival y Mundial) 대회에서 입상했던 순간을 이렇게 돌아봤다.

지난 1일 열린 대회 결선에 동료 무용수 홍승준과 함께 '런던&쏠' 팀을 이뤄 출전한 정은경은 '피스타'(Tango de Pista·즉흥 안무) 부문에서 한국인 최초로 입상, 최종 3위를 차지했다. 이전까지 한국인 수상 기록은 2004년 '에세나리오'(escenario·기성 안무) 부문 2위가 유일했다.

홍승준은 미국 뉴욕에서 회계학을 공부하다가 우연히 브로드웨이에서 큰 인기를 끈 '포에버 탱고'(Forever Tango) 쇼를 접하고 탱고에 입문했다. 발레 등 무용에 재능을 보였던 정은경은 외국 항공사 승무원으로 일하다 취미로 탱고를 시작했다. 둘은 2021년 서울아르헨티나탱고아카데미를 설립해 지도자로서도 무용수를 양성하고 있다.

2021년부터 6년 연속으로 부에노스아이레스 세계 대회 본선에 진출, 피스타 부문 한국인 최고 성적을 경신해온 런던&쏠은 국내 최정상 탱고팀 중 하나다. 대회 직전인 지난 7월에는 이재명 대통령 부부의 아르헨티나 공식 방문에 맞춰 부에노스아이레스 우시나 델 아르테 콘서트홀에서 김혜경 여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초청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최근 귀국해 각종 공연과 심사, 강습 준비로 바쁜 두 무용수를 지난 26일 서울 마포구 서울아르헨티나탱고아카데미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이미지 확대 탱고 무용수 홍승준(왼쪽)·정은경

탱고 무용수 홍승준(왼쪽)·정은경

[런던&쏠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감사하고 기쁜 마음뿐"이라고 이번 대회 수상 소감을 밝힌 이들은 "지역 예선 우승에 안주하지 않고 매일 시간을 들여 꾸준히 연습하고 교정을 반복한 결실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2003년부터 열린 세계 탱고 챔피언십은 부에노스아이레스시 당국이 주최하는 탱고 축제의 메인 프로그램으로 종주국인 아르헨티나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최정상 대회로 인정받는다. 탱고인에게는 '꿈의 대회'이자 '최종 목표'인 셈이다.

즉흥 안무를 심사하는 피스타 부문과 정해진 안무를 심사하는 에세나리오 부문으로 나뉘는 대회는 아시아태평양 등 각 지역 예선을 거치며, 지역 예선 통과자들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예선과 본선을 치른다. 올해 피스타 부문에선 지역 예선을 거친 약 800팀이 예선에 참가했고, 본선에는 39팀이 진출했다.

둘은 올해 대회가 유난히 눈물겨운 순간이 많았다고 돌아봤다.

정은경은 "예선에서는 전체 2등을 했지만 준결승에서는 10위권으로 순위가 떨어지는 등 힘겨웠던 대회였다"며 "그런데도 깜짝 놀랄 정도로 많은 현지인이 응원해 줬다. '점수와 상관없이 가장 박수를 많이 받은 팀'이라는 얘기도 들었다고"고 전했다.

"최종 경선에서 무대를 시작하기도 전에 눈물을 쏟았다"는 홍승준은 "현지 탱고인들이 보내는 박수와 격려에 눈물이 나오더라. 지구 반대편에서 온 사람들의 노력을 알아보고 응원을 해 준다고 생각하니 울컥했다"고 털어놨다.

런던&쏠은 리카르도 탄투리의 '한 줄기 감정'(Una emocion) 등 경연곡에 맞춰 결선 무대를 펼쳤다. 둘은 "탱고는 상대방과 교감하는 춤이기에 두 무용수가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다"고 입을 모았다.

"많은 여자 탱고 무용수들은 눈을 감고 춤을 추는데, 오롯이 상대방에게 집중해 파트너가 하고자 하는 말을 느끼고 춤으로 그에 대답하기 위해서죠. 탱고를 출 때는 자연스럽고 진실한 둘의 호흡을 관객에게 전달하는 데 집중하는 편이에요."(정은경)

입상을 기대하지 않았기에, 3위로 호명됐을 때는 믿기지 않았다고 했다. 아직 탱고계에서 종주국의 현지인들을 제치고 수상권에 들기란 '하늘의 별 따기' 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정은경은 "외국인에게는 4,5위가 한계일 것이라 생각했기에 특별상 격인 4위 호명이 끝나고는 체념했다"며 "3위 호명에서 대회 출전명인 '쏠'(Sol)이 불렸을 때도 잘못 들은 줄 알았다"고 웃음 지었다.

이미지 확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세계 탱고 대회 피스타 부문에서 입상한 홍승준(왼쪽)·정은경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세계 탱고 대회 피스타 부문에서 입상한 홍승준(왼쪽)·정은경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둘은 수상의 기쁨을 누리는 것도 잠시, 쉬지 않고 다음 목표를 향한 행보에 전념하고 있다. 자만하지 않고 연습을 더 해 대회 정상을 차지하는 것, 그리고 한국 탱고의 저변을 넓히는 것이다.

홍승준은 "더 많은 사람이 탱고에 관심을 가지고 입문했으면 좋겠다"며 "국내 탱고인의 수를 늘리기 위해 무용수 양성과 미디어 홍보 등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파트너와 함께하는 춤인 탱고는 서로 간의 이해와 배려, 양보가 필수예요. 단절의 시대에 파트너 간의 소통을 통해 사람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춤이라, 시작하시면 금방 그 매력에 흠뻑 빠지시게 될 거예요."(정은경)

국내외에서 두루 인정받은 둘인 만큼 해외 공연 계획도 줄줄이 예정돼 있다. 오는 11월에는 일본 탱고 대회에서 심사와 공연을 진행하며 내년에는 러시아·브루나이 등에서 공연한다.

"탱고의 매력과 한국 탱고의 위상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홍승준)

fat@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9월27일 09시01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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