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매일 패치중…정책에도 ‘확장팩’을 [BKL 게임&비즈리포트]

게임 이용자에게 가장 반가운 소식 중 하나는 업데이트다. 신규 캐릭터가 등장하고, 새로운 세계가 열리며, 불편했던 기능도 개선된다. 때로는 게임의 재미를 완전히 바꾸는 대규모 확장팩이 출시되기도 한다. 게임은 이렇게 끊임없이 진화한다. 그렇다면 게임산업을 지원하고 규율하는 법과 정책에도 새로운 확장팩이 필요한 시점은 아닐까.
오는 19일 부산에서 개막하는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2026’은 이러한 질문을 던지기에 좋은 무대다. 게임은 이제 단순히 개발사가 제작해 판매하는 완성품이 아니다. 출시 이후에도 콘텐츠와 기능이 계속 추가되고, 이용자들이 직접 콘텐츠를 만들며, 인공지능(AI)이 개발과 운영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게임의 세계가 넓어질수록 이를 지원하고 관리하는 정책의 역할도 함께 커진다.
한국의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은 2006년 제정됐다. 그동안 자체등급분류제도 도입,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 이용자 권익 보호 강화 등 다양한 제도 개선을 통해 변화하는 산업환경에 대응해 왔다. 게임산업의 발전과 이용자 보호를 위해 정부와 관계기관이 지속적으로 제도를 개선해 온 결과다. 다만 게임산업의 변화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개별 제도의 개선을 넘어 정책 전반의 기반을 함께 강화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수출 60% 게임, 예산은 6.9%
이러한 과제는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도 구체적인 숫자로 드러났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10월 12일 한국콘텐츠진흥원 국정감사에서 김승수 의원은 2024년 기준 게임산업이 전체 콘텐츠 수출액의 60.4%를 차지하지만, 2026년 콘텐츠산업 관련 예산 중 게임 분야의 비중은 6.9%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물론 수출액과 예산은 산정 목적이 달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 그렇더라도 한국 콘텐츠산업의 대표적인 수출 주역인 게임에 얼마나 많은 정책적 관심과 지원을 기울여야 하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수치다.
게임사는 세계시장에서 치열한 보스전을 치르고 있는데, 국내의 지원 시스템에도 그에 걸맞은 장비와 자원이 갖춰져 있을까. 특히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게임 개발의 특성과 글로벌 경쟁 환경을 고려하면, 정부 차원의 장기적인 지원 전략이 더욱 중요하다.
등급 심사 늘고 인력은 반토막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의 상황도 주목할 만하다. 같은 날 게임물관리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국내에서 등급이 결정된 게임물은 약 202만 건으로 전년보다 29.2% 증가했다. 반면 2026년 모바일게임 재택 모니터링단 예산은 전년 대비 44.7% 감소했고, 인력도 205명에서 103명으로 줄었다.
이는 단순히 관리·감독의 강화 여부를 논할 문제가 아니다. 자체등급분류가 확대될수록 게임위의 사후관리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게임위 역시 변화하는 산업환경에 대응해 이용자 보호와 사후관리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업무는 늘어나는데 이를 수행할 자원이 충분하지 않다면, 제도의 안정적인 운영에도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게임위에 필요한 것은 더 무거운 갑옷만이 아니라,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충분한 체력과 장비일 것이다. 전문인력의 안정적 확보와 사후관리 시스템의 고도화는 이용자 보호뿐 아니라 게임사에도 도움이 된다. 명확하고 일관된 기준이 마련될수록 기업은 법적 불확실성을 줄이고 새로운 콘텐츠 개발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흥과 보호, 함께 업데이트
반가운 움직임도 있다. 지난 10월 23일 국정감사 종합감사에서 이재정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게임 기술의 국제표준, 지식재산권 보호, AI 확산 등 게임산업의 미래 과제를 짚으며 정부의 관심을 당부했다. 이에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작 게임과 인디게임에 대한 지원, AI 인력 양성 등 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올해 지스타 참석도 약속했다. 산업의 현안을 국회와 정부가 함께 논의하고 구체적인 지원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장면이다.
이제 이러한 정책적 관심이 지속적인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특히 게임산업법 전부개정 논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지난해 9월 발의된 전부개정안은 게임의 문화적 가치를 강조하고, 자율규제와 산업 진흥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진흥과 관리 기능의 조화, 새로운 조직의 역할 등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게임산업의 발전이 곧 규제의 폐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게임에서 공정한 규칙이 있어야 이용자들이 안심하고 즐길 수 있듯, 산업에서도 이용자 보호를 위한 합리적인 규율은 필수적이다. 중요한 것은 규제의 강도를 일률적으로 높이거나 낮추는 것이 아니라, 위험의 특성에 맞게 정교하게 설계하고 이를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운영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게임사에는 혁신을 위한 예측 가능한 환경이, 문체부에는 장기적인 진흥정책을 추진할 정책적 기반이, 게임위에는 전문적이고 안정적인 관리체계를 운영할 충분한 자원이 필요하다. 세 주체가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때 비로소 게임산업의 경쟁력과 이용자 보호가 함께 강화될 수 있다.
이달 지스타에서는 새로운 게임과 기술이 관람객을 맞이할 것이다. 그 혁신을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법과 정책도 함께 진화해야 한다. 게임 이용자가 가장 반기는 업데이트는 화려한 패치 노트가 아니라 실제 플레이가 좋아지는 변화다. 게임산업을 위한 다음 정책 업데이트에도 이런 문장이 담기기를 기대한다.
‘산업 진흥 지원 확대, 이용자 보호 기능 강화, 혁신을 가로막는 렉 최소화’. 이는 한국 게임산업의 다음 레벨을 여는 최고의 확장팩이 될 것이다.
[BKL 게임&비즈리포트]에서는 법무법인 태평양 게임&비즈팀 구성원들이 게임 산업 전반에 대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확률형 아이템, 등급분류 등 주요 규제 이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박주성 변호사(변호사시험 5회)는 저작권, 특허권, 상표권 등 지식재산권을 중심으로 정보보호, 영업비밀 침해, 부정경쟁 분야의 자문 및 소송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게임, 스포츠, 콘텐츠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 분야에서 다수의 경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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