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석도 뒷좌석도 ‘상석’…칼 간 BMW7 시리즈, 남은 숙제는 AI 비서[타보니]
지난 4일 경기도 하남시 미사리경정공원 주차장에 주차된 BMW의 순수전기차 ‘ i7 60 xDrive’ 부분 변경 모델. 오동욱 기자
“BMW가 칼을 갈았다.”
지난 4일 BMW코리아가 국내에 출시한 7시리즈의 미디어 시승 행사에서 심심치 않게 들렸던 말이다. BMW코리아는 이번 7시리즈가 직접 운전하는 차주와 뒷좌석에 타는 차주를 모두 만족시킨다고 자신했는데,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하드웨어는 완성도가 높았고, 주행 시 만족도도 높았다. 다만 소프트웨어는 한계를 보였고, 카피바라를 닮은 앞면의 생김새는 고객의 취향을 탈 것처럼 보였다.
이날 시승한 차량은 BMW의 차세대 전동화·디지털 기술이 처음 적용된 전기차 모델 ‘i7 60 xDrive’다. 서울 광진구에서 경기 가평군까지 약 100㎞를 3시간가량 왕복했다. 15분가량은 전문 드라이버의 도움으로 뒷자리 승차감을 경험했다.
문 여는 순간부터…빈틈 줄인 하드웨어
지난 4일 경기도 하남시 미사리경정공원 주차장에서 BMW의 순수전기차 ‘ i7 60 xDrive’ 부분 변경 모델이 자동으로 문을 열고 있다. 오동욱 기자
하드웨어의 완성도는 차를 마주했을 때부터 드러났다. 손잡이 아래 버튼을 누르자 문이 저절로 열렸고, 초단거리 레이더가 주변 사람·물건과의 거리를 읽어 폭을 알아서 조절했다.
외관은 여전히 취향이 갈릴 만했지만, 실내 디자인은 완성도가 높았다. 인상 깊었던 것은 기능과 디자인 중 무엇도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이번 부분 변경 모델은 중앙 화면 옆에 동승석 전용 디스플레이를 처음 탑재했다. 화면 크기는 14.6인치로 작지 않다. 하지만 번잡스럽기보다 오히려 선과 면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다는 이미지가 강했다. 입체적인 대시보드를 활용해 전체적인 조화를 만들어낸 덕이 컸다. 입체감이 신기해 보조 화면을 사용하는 내내 화면보다 대시보드로 손길이 더 많이 갔다.
지난 4일 경기도 하남시 미사리경정공원 주차장에 주차된 BMW의 순수전기차 ‘ i7 60 xDrive’ 부분 변경 모델의 1열 디자인. 오동욱 기자
지난 4일 BMW의 순수전기차 ‘ i7 60 xDrive’ 2열에 있는 바워스 앤드 윌킨스 스피커의 모습. 오동욱 기자
청각적 경험에도 공을 들인 티가 났다. 차 문을 닫고 노래를 틀 때 두 충격이 느껴졌다. 하나는 완전 밀폐형 이어폰을 낀 듯한 차폐감이고, 다른 하나는 큰 공터에서나 들을 수 있던 입체적 음향이었다. 최대 36개의 스피커를 강조하지 않아도 가슴과 등으로 느껴지는 진동부터 남달랐다.
주행감은 예상과 달랐다. 단단함보다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느낌이 선명했다. 국도에도 자잘한 노면 진동은 올라오지 않았고, 굽은 길에서도 차체가 기울거나 휙 도는 느낌이 적었다. 그렇다고 힘이 적은 것은 아니었다. 가속은 안정적이지만 오르막에서도 폭발적이었다. 속도가 붙는 감각이 크지 않아 신경 쓰지 않으면 법적 제한 속도를 금방 넘길 듯했다.
주행 보조 기능은 최근 타본 차 중 손꼽을 만한 수준이었다. 고속도로의 완만한 굽은 길에서 차로를 바꿔도 차선과의 간격을 함께 맞춰 ‘덜컥’ 걸리는 느낌이 없었다. 앞차와의 거리를 맞출 때도 급한 가·감속이 없어 움직임이 부드러웠다. 크루즈 속도는 10㎞/h 단위로 조정되고, 크루즈 작동 버튼 아래 ‘ok 버튼’ 하나로 내비게이션 도로 정보에 맞춰 속도를 바꿀 수도 있는 점도 편리했다.
지난 4일 경기도 하남시 미사리경정공원 주차장에 주차된 BMW의 순수전기차 ‘ i7 60 xDrive’ 부분 변경 모델. 오동욱 기자
공간을 개념부터 재구성한 2열…소프트웨어는 숙제
지난 4일 경기도 하남시 미사리경정공원 주차장에 주차된 BMW의 순수전기차 ‘ i7 60 xDrive’의 2열을 최대한 눕힌 모습. 오동욱 기자
7시리즈는 뒷좌석 경험을 빼놓기 어렵다. 전속 기사가 운전하는 상황을 전제에 둔 차이기 때문이다. 운전석보다 2열 좌석에서 회전이나 가·감속 시 안정감과 여유가 강조된 것도 그래서 당연하다.
7시리즈가 다른 점이라면 공간 개념을 재구성했다는 점이다. 떠나기 위한 공간이 아닌 머물기 좋은 공간을 만들었다. 동승자석 뒷좌석은 차체가 제공하는 여유로움을 그대로 누릴 수 있게 만들었다. 등받이는 최대 43도까지 젖혀지고, 다리 받침과 발 받침이 나온다. 완전 일자로 눕진 못하지만 잠을 자기엔 충분히 안락했다. 천장의 31.3인치 화면은 뒷좌석의 성격을 한 번 더 바꾼다. 화면에 카메라가 달려 이동 중에 화상회의를 할 수 있고, HDMI 연결도 지원해 노트북 모니터로도 쓸 수 있어 보였다.
다만 AI 음성비서와 같은 소프트웨어 성능은 아쉬웠다. 음성비서가 할 수 있는 일이 장소 검색과 길 안내, 창문 여닫기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경쟁사 차량은 단순 길 안내를 넘어 자료를 검색하고 정리해 알려주는 등 탑승자와 상호작용까지 가능한 수준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런 아쉬움은 더 크게 남았다. 음성 인식 자체도 매끄럽지 않았다. 바깥 소음을 훌륭하게 막아낸 차였지만, 이날 음성비서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조용한 상황에서 다시 말해달라”는 답이었다.
지난 4일 경기도 하남시 미사리경정공원 주차장에 주차된 BMW의 순수전기차 ‘ i7 60 xDrive’의 2열 시어터 스크린의 모습. 오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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