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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September 2, 2026

호황에 쌓아 불황에 푼다…162조원 ‘재정 저수지’ 신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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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급’ 내년도 예산안 브리핑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왼쪽에서 세번째)이 지난달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7년도 예산안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메가급’ 내년도 예산안 브리핑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왼쪽에서 세번째)이 지난달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7년도 예산안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호황에 쌓아 불황에 푼다…162조원 ‘재정 저수지’ 신설

‘전체 예산 20%’ 미래대응기금
전남광주 통합·AI 지원 등 활용
청년미래적금·국립대 장학금도
추경 편성 없이 재정 탄력 운용
정부 재량 30% 지출 변경 가능
국회 통제 우회 ‘쌈짓돈’ 우려도

정부가 신설하는 미래대응기금(미래기금) 162조3000억원은 내년 전체 예산 820조9000억원의 5분의 1에 달하는 초대형 규모다. 정부는 반도체 호황 등에 따른 세수 증가분을 기금으로 적립해 ‘K자형 양극화’ 완화와 첨단산업 육성에 투자하고, 향후 세수 감소에 대비하는 ‘재정 저수지’ ‘재정 비상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미래기금이 출범하면 호황기에 늘어난 세수를 쌓아뒀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게 되는 만큼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국가 재정 운용 방식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다만 정부 재량으로 30%까지 지출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국회의 예산 심의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1일 국무회의에서 미래기금 신설안을 포함한 2027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미래기금은 국내 67개 기금 중 국민연금(1458조8000억원), 공공자금관리기금(1167조5000억원), 외국환평형기금(315조9000억원), 주택도시기금(234조원)에 이어 다섯 번째 규모다.

미래기금의 기능은 크게 두 가지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대응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분야에 투자하고, 세수 변동에 대비한 재정 안정화 장치를 두는 것이다.

정부는 일단 기금의 약 30%인 52조9000억원(예비비 7조5000억원 포함)을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 인재 등 4대 분야에 투입한다. 나머지 70%인 109조4000억원은 향후 재정 여력이 필요할 때 쓸 수 있도록 총괄계정에 쌓아둔다.

분야별로는 지방에 가장 많은 15조3000억원을 배정해 전남광주 통합지원금 등 지역 성장 기반을 확충하는 데 쓸 예정이다. 성장동력 분야에는 14조2000억원을 투입해 AI와 반도체 산업을 지원한다. 청년 분야에는 13조3000억원을 배정해 혼인·출산 지원 및 청년미래적금을, 교육·인재 분야에는 10조1000억원으로 이공계·지방 국립대 장학금 등을 지원한다.

총괄계정에 적립되는 109조4000억원 가운데 12조5000억원은 신규 국채 발행 규모를 줄이는 데 활용한다. 나머지는 기금에 적립해두고 향후 세입이 줄거나 추가 재정 소요가 발생하면 기금 사업이나 일반회계에 쓸 방침이다.

미래기금이 도입되면 재정 운용 방식에도 변화가 생긴다. 지금까지는 예상하지 못한 재정 수요나 세수 결손이 발생하면 추경을 편성해 그해 소진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법에서 정한 범위 내에서 미래기금의 여유 재원을 꺼내 쓸 수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경기 호황기에 세수가 늘었다고 지출을 일시에 확대하거나, 불황기에 세수가 줄었다고 긴축에 나서는 재정 운용의 변동성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미래기금은 그러나 기금운용계획상 국회 심의 없이 정부 재량으로 주요 항목 지출액을 30% 이내에서 변경할 수 있고, 사용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점에서 정부의 ‘쌈짓돈’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국회 통제를 받는다는 입장이지만 포괄적 규정을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미래기금의 규모가 지나치게 커지고 청년·산업·지방·교육 등 광범위한 사업을 포괄하게 되면 재정 안정화 기금이 아니라 사실상 ‘제2의 일반회계’가 될 수 있다”며 “정부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쌈짓돈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최대 적립 한도와 일몰 기간을 정하고, 세수가 구조적으로 늘어난 것이 확인되면 관련 사업을 다시 일반회계로 편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기금 변경 시 정부가 국회에 통보한다고는 했지만 재정 집행 심의·의결 과정을 거치는 예산안 형식보다는 국회 통제에서 느슨할 것”이라며 “정부가 국회의 까다로운 예산 심의를 피하기 위해 일반 예산으로 추진해야 할 사업을 일부러 기금 형태로 우회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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