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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October 11, 2026

10대 72% “노무현 조롱 밈 안다”…극우 키우는 인스타그램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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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들은 요즘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을 통해 각종 혐오와 조롱 콘텐츠, 가짜뉴스 등을 접한다. 이미지는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많이 공유되는 실제 ‘밈’을 갈무리했다. 그래픽 송권재 기자
10대들은 요즘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을 통해 각종 혐오와 조롱 콘텐츠, 가짜뉴스 등을 접한다. 이미지는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많이 공유되는 실제 ‘밈’을 갈무리했다. 그래픽 송권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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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3학년 송윤철은 휴대전화를 두대 쓴다. 하나는 학교에서 쓰고, 하나는 집에 두고 다니며 정치·사회 등 세상 소식을 본다. 인스타그램 계정도 각각 따로 만들었다. “넌 빨강이야, 파랑이야?” 학교용 휴대전화 인스타그램에 정치·사회 관련 게시물이 뜨면 친구들이 묻는 게 부담스러워서다.

두대의 휴대전화 속 인스타그램이 보여주는 세상은 완전히 다르다. 친구들과 공유하는 ‘학교용’ 휴대전화 인스타그램 추천 피드에는 트랙터, 드론 등 농기구 영상이 뜬다. 윤철의 꿈은 큰 규모로 농사를 짓는 농부다. 집에 있는 휴대전화의 피드에는 극우 성향의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이 올라온다. “음악이나 유머 계정을 팔로잉하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 고인 모독 밈이 떠요.” 이런 밈은 조회수가 높아, 피드에도 자주 노출된다. 친구들이 밈을 공유해주기도 한다. 친구들은 “운지해”라는 말을 종종 쓴다. ‘운지’는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조롱하는 표현이다. ‘5·18, 북에서 지령받은 간첩들 무기고 탈취’라고 쓰인 게시물을 본 적도 있다. 윤철은 인스타그램에 뜨는 이런 게시물을 “신뢰하진 않”지만 “그냥 재밌는 유행”이라고 생각한다.

윤철만이 아니다. 한때 디시(디시인사이드),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 안에서 움텄던 ‘음지’ 문화가 인스타그램 등 대중적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라는 ‘양지’로 들어오면서 아예 ‘주류’가 됐다. 한겨레 디스토리팀은 10대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이러한 혐오와 조롱, 극우적인 성향의 게시물에 얼마나 노출돼 있는지 직접 확인해봤다. 전국의 14~18살 청소년 604명을 설문 조사했다(9월4~11일 온라인 조사).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얼굴이 들어간 밈이나 ‘MC무현’ ‘운지’ 등의 표현을 지난 6개월 사이에 본 적 있냐고 물었더니, 응답자의 71.9%가 “봤거나 안다”고 답했다.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합성사진이나 밈, ‘탱크데이’ 등의 표현을 봤거나 알고 있는 응답자도 66.6%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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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의 인스타그램 속 세상은 실제로 어떤 모습일까. 디스토리팀은 설문조사 응답자 가운데 서울과 경기 성남·수원, 충남 태안, 경남 거제, 전남광주 등에 사는 청소년 10명을 직접 만나 인스타그램 피드를 함께 들여다봤다. 중학교 3학년 한정혁의 휴대전화에는 노 전 대통령 관련 밈이 거의 매일, 5·18 관련 밈이 주 1회가량 뜬다. 같은 반 친구 30명 가운데 20명가량이 인스타그램 디엠(DM·다이렉트 메시지)을 통해 각종 밈을 공유한다. 정혁은 “(인스타그램) 릴스 10개를 내리다가 1~2개 정도는 친구들끼리 ‘이거 봐’ 하는 의미로 공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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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보다 더 강력한 힘은 ‘알고리즘’이다. 노 전 대통령 관련 밈을 봤거나 안다고 답한 응답자(434명) 가운데 59.4%가, 5·18 관련 밈을 봤거나 안다고 답한 응답자(402명) 가운데 70.4%가 “(인스타그램 등의) 추천 피드에 떠서 우연히” 봤다고 밝혔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디지털 플랫폼에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추천하는 시스템은 극단적이거나 편향적인 관점을 더 강화하는 구실을 한다.

특히 10대에게 인스타그램은 단순히 ‘놀이터’가 아니라, 세상을 보는 가장 중요한 ‘창’이다. 중학교 3학년 김가연은 인스타그램에서 본 세상 소식을 “뉴스”라고 칭했다. 배재고 야구단의 ‘5·18 조롱’ 사건도, 대통령 탄핵 소식도 “인스타로 처음” 봤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10대 604명에게 ‘사회문제와 관련한 정보를 어디서 접하느냐’고 물었더니, 열명 중 넷이 인스타그램(41.1%)을 꼽았다. 2위 유튜브(28.1%)와의 격차가 컸다. 3위는 친구와 지인의 ‘공유’(9.8%)였고, 포털뉴스(7.8%)와 텔레비전·종이신문(5.3%)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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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리팀과 인터뷰한 10대들이 보여준 자신의 휴대전화 인스타그램 피드에 뜨는 정치·사회 콘텐츠
디스토리팀과 인터뷰한 10대들이 보여준 자신의 휴대전화 인스타그램 피드에 뜨는 정치·사회 콘텐츠

가연은 자신도, 주변 여자친구들도 “딱히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했다. 인스타그램 추천 피드는 먹방, 아이돌, 화장 등의 콘텐츠로 채워져 있다. 그런 가연에게도 지난 6·3 지방선거 이후 ‘선거가 조작됐다’는 내용을 담은 게시물이 종종 떴다. 청소년 60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6·3 지방선거가 조작됐다는 부정선거 관련 게시물이나 표현’을 봤거나 알고 있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절반 가까이(46%) 됐다. 가연은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보면서 “솔직히 (더불어민주당이) 조작한 선거”라고 생각하게 됐다. 가연은 “이제 아무 당도 믿으면 안 되겠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에는 인공지능(AI)이 생성한 가짜뉴스도 많다. ‘전라도에 있던 북한군이 지령을 받고 5·18 민주화운동을 했다.’ 정혁이 본 인스타그램 게시물의 내용이다.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북한군 개입설’을 허위사실로 최종 결론 내린 바 있다. 정혁도 이 내용을 그대로 믿진 않았다. 하지만 학교에서 배운 역사와 인스타그램에서 본 역사가 “좀 다른 편”이라고는 생각한다. ‘역사 정보를 주로 어디서 접하는지’를 묻는 설문에 학교 수업·교과서(38.2%)와 유튜브·인스타그램(34.4%)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

디스토리팀과 인터뷰한 10대들이 보여준 자신의 휴대전화 인스타그램 피드에 뜨는 정치·사회 콘텐츠
디스토리팀과 인터뷰한 10대들이 보여준 자신의 휴대전화 인스타그램 피드에 뜨는 정치·사회 콘텐츠

온라인 속 세상은 휴대전화 바깥으로 나와 현실과 만난다. 17살 강지성은 초등학교 5학년 때 학교를 그만뒀다. 부모님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홈스쿨링을 하고 있다. 지성은 인스타그램 추천 피드를 통해 ‘가짜 투표용지를 대량으로 투입한 증거가 있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보고 ‘부정선거론’을 처음 접했다. 지성은 그 뒤에 교회 지인들과 함께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시위에 나갔다. 지성은 “매일 아침 신문을 읽고 제이티비시(JTBC) 뉴스 등을 보며 균형을 잡으려” 하지만 “기성 언론이 다루지 않는 문제를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접하면 되게 유익하다”고 말했다.

이혜정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이 떨어진 10대들이 (기성 언론과 달리) 걸러지지 않은 디지털 콘텐츠를 자주 접하게 되면, 더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극우 청년의 심리적 탄생’을 쓴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외국에서 16살 미만 에스엔에스 금지 정책을 논의한 이유가 소셜미디어가 ‘극우화 학습 매체’로 기능했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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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노 전 대통령 또는 5·18 관련 밈이나 표현에 공감하거나 ‘친구에게 공유했다’ ‘직접 게시물로 올렸다’는 응답자는 전체(604명)의 22.7%에 그쳤다. 노 전 대통령 관련 밈이나 표현을 봤거나 아는 응답자(434명)의 55.8%, 5·18 관련 밈을 본 적 있는 응답자(402명)의 66.7%가 ‘불쾌하다’고 답했다. 극우 문제를 연구하는 정치학자인 박선경 고려대 글로벌한국융합학부 교수는 “소수의 학생이 적극적으로 극우적인 표현을 확산시키고 다수의 학생은 이에 대해 ‘소극적 거부’에 가까운 시선을 보인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청소년 극우를 둘러싼 또래 환경에서 해법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기사에 등장하는 10대 청소년의 이름은 미성년자라는 점을 고려해 모두 가명을 쓴다.

인스타그램은 10대 청소년에게 ‘만능’이다. 친구와 대화하는 메신저, 재밌는 영상을 보는 플랫폼, 뉴스 등 사회문제와 역사 정보를 습득하는 통로 구실을 모두 맡는다. 그야말로 세상을 보는 ‘창’이다. 그 공간에 최근 1~2년새 극우적인 세계관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각종 혐오와 조롱 콘텐츠, 가짜뉴스 등이 넘쳐난다. 유머와 밈, 세련된 미학을 무기로 장착해서 더 위험하다. 한국에선 새로운 현상이지만, 독일과 미국 등에선 인스타그램이 청소년과 청년층을 극우 세력으로 끌어들이는 ‘관문’이 된 지 오래다. 한겨레는 국내 언론 최초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스타그램 생태계를 분석하고, 10대 청소년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앞으로 5화에 걸쳐 인스타그램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집중 조명한다.

한겨레 디스토리팀은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제안을 기다린다. 제보 이메일은 dstory@hani.co.kr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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