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대비 실익’ 불확실한 호르무즈 파병…전문가들 “사회적 논의 거쳐야”
사회대전환연대회의 등 시민노동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7일 서울 청와대 앞 분수대광장에서 정부의 호르무즈 파병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문재원 기자
정부가 중동 지역에 조사단을 파견하는 등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검토하고 있으나 “구체적 방안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며 신중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파병에 따른 위험은 비교적 예상 가능하지만, 통상·안보 등 한·미 현안에서 얻을 실익은 불확실하다며 정부가 쟁점 등 논의 내용을 공개하며 사회적 논의에 보다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파병은 너희들이 수입하는 원유를 지키기 위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는 식의 인식을 갖고 있다”며 “한·미 관계를 지금보다 매끄럽게 하는 데 도움은 되겠지만, 파병했다고 대미 투자나 관세에 대한 압박을 일거에 해결해줄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9일(현지시간) “한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원유의 60%를 들여오는데도, 내가 ‘도움을 주겠느냐’고 물으니 ‘사양하겠다’고 했다”고 언급했다. 지난달 30일 방영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는 “한국의 경우 4만명(실제 2만8500명)의 미군이 그곳에 있다”며 파병을 압박했다.
이혜정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의 논리로 파병을 압박하는 게 아니다”라며 “파병을 한다고 미국으로부터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이익 계산이 잘 안 된다”고 했다. 반면 전봉근 국립외교원 명예교수는 “통상·안보 협상 등에서 ‘플러스’를 기대하기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을 줄이며 한·미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는 북·미 대화 성사를 대비해 미국과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지만, 파병은 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이 북·미 대화에서 한국을 ‘패싱’할지는 미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라며 “북한에 제공할 인센티브에 드는 비용을 한국이 분담하도록 요구하거나 한국이 가진 대북 정보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미국이 한국과의 협력을 필요로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파병 시 이란의 보복 가능성은 낮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동 전문가는 “물리적인 보복뿐 아니라 향후 휴전이 되더라도 한국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제한하는 등 경제적 보복에 나설 수 있다”고 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 7일 엑스에 한국어로 글을 올려 한국이 파병하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파병은 국내 정치적으로도 정권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하락 추세인 가운데 민주·진보 진영에서 파병 반대 여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미국의 파병 관련 요구 사항과 파병에 따른 예상 손익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와 관련해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이어가고 있다. 국방부가 호르무즈 해협 현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파견한 조사단이 이날 귀국했으나 조사 내용에 대한 언론 질의응답 등은 진행하지 않았다. 이혜정 교수는 “호르무즈 해협 전황이 안정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현지 정세에 대한 부분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미 국방 당국은 다음주 부산에서 하반기 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를 개최하는 방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미국 측이 파병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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