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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September 14, 2026

“올해 주식·금만 오른 게 아니었네”…역대급 풍년인데 곡물값 급등,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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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철 KVPI 대표 ②
선물가격 대두 27%·옥수수 20%↑
중동 전쟁에 에너지 가격 치솟으며
곡물시장으로 투기성 자금 몰리고
파나마운하 정체 겹쳐 운임 급등

미국에서 생산된 옥수수.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에서 생산된 옥수수.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의 대두와 옥수수 작황은 역대급으로 좋습니다. 그런데도 선물가격이 1년 새 20% 넘게 올랐습니다. 이번 상승은 밭보다 거래소 안에서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김수철 가치구매연구소 대표는 최근 국제 곡물가격 상승을 작황 악화에 따른 공급 부족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진단했다. 중동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치솟자 투기자금이 곡물시장으로 몰렸고, 바이오연료 수요와 생산비 상승까지 겹쳤다는 설명이다.

최근 1년간 대두 선물가격은 27%, 옥수수는 20% 넘게 올랐다. 하지만 미국의 대두 재배면적은 역대 최대, 옥수수 생산량은 역대 두 번째 규모로 추정된다.

김 대표는 “코코아는 나무가 실제로 열매를 덜 맺어 가격이 오른 비교적 단순한 사례였다”며 “이번 곡물시장에서는 날씨가 아니라 중동의 좁은 해협에서 불씨가 붙었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봉쇄 이후 투기자금 몰려

곡물시장 흐름이 바뀐 것은 지난 2월 말 이란과 미국·이스라엘 간 무력충돌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부터다.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자 곡물이 인플레이션에 대비한 가치 보전 수단으로 떠오르며 투기자금이 유입됐다.

곡물 6개 선물의 투기적 순포지션은 1월 하순 순매도 25만8000계약에서 3월 중순 순매수 63만5000계약으로 돌아섰다. 8주 만에 4년래 최고 수준으로 불어난 것이다.

이들 포지션은 6월 한때 대부분 해소됐지만 8월 들어 다시 빠르게 쌓였다. 옥수수 선물 순매수 포지션은 2주 만에 19만1573계약 증가했다. 2006년 이후 1053주간 통계 가운데 아홉 번째로 큰 증가 폭이다.

김 대표는 “업계에서 이번 랠리를 ‘날씨가 아니라 포지셔닝 때문’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라며 “곡물 수급 전망이 크게 악화하지 않았는데도 자금이 한쪽으로 몰리면서 가격이 급등한 전형적인 포지셔닝 장세”라고 설명했다.

지난 1일 라이베리아 국적 화물선 ‘MSC 일리노이 VII’호가 파나마 콜론의 파나마운하 아구아클라라 갑문을 통과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지난 1일 라이베리아 국적 화물선 ‘MSC 일리노이 VII’호가 파나마 콜론의 파나마운하 아구아클라라 갑문을 통과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에너지 안보 우려로 바이오연료 수요가 늘면서 대두를 가공하는 크러시 수요도 증가했다. 비료와 에너지 가격 상승은 곡물 생산비를 끌어올렸다. 이 과정에서 미국 대두 재고는 반년 만에 21억부셸에서 10억6000만부셸, 옥수수 재고는 90억2000만부셸에서 52억9000만부셸로 감소했다.

김 대표는 “풍작이라고 반드시 가격이 내려가는 것은 아니다”며 “생산량뿐 아니라 바이오연료 수요와 재고, 에너지 가격, 투기적 포지션을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물 충분한 파나마 운하가 막힌 이유

같은 시기 파나마 운하는 저수지에 물이 충분했는데도 극심한 정체를 겪었다. 주요 수원인 가툰호 수위는 지난 2월 88.9피트로 예방 방류까지 시행했고 7월에도 87.7피트로 양호했다.

파나마운하청이 연말 강한 엘니뇨에 대비해 7월부터 선박의 최대허용 흘수를 49.5피트에서 49.0피트, 다시 48.5피트로 낮추면서 운하의 병목이 시작됐다. 하루 통항 선박 수는 유지됐지만 선박 한 척이 실을 수 있는 화물량이 줄면서 전체 처리능력이 낮아졌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에 호르무즈 봉쇄로 중동산 에너지를 대체하려는 미국산 원유·가스 수출선이 파나마 운하로 몰렸다. 평소라면 이 정도 충격은 흡수 가능했겠지만, 처리능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선박 수요가 급증하며 병목이 커졌다.

사진설명

통항 대기 선박은 올해 초 40척에서 지난달 113척으로 늘었다. 하루짜리 통항권의 평균 경매가격은 110만달러로 1년 전보다 16배 뛰었고 일부 경매에서는 378만달러까지 치솟았다. 일부 가스운반선의 대기기간은 19일에 달했다.

김 대표는 “불을 낸 것은 전쟁이지만 불이 크게 번지는 데는 날씨에 대비한 선제 조치가 기름을 부었다”며 “이번 정체를 단순히 가뭄 탓으로 설명하면 핵심을 놓치게 된다”고 말했다.

가격은 CFTC, 물류는 운임지수 봐야

기업은 두 위험의 성격에 따라 대응 방식도 달리해야 한다. 투기자금이 주도하는 가격 변동에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거래자별 포지션 보고서(COT)를 확인해야 한다. 펀드 순매수가 역사적 상위권에 도달했다면 상승 여력뿐 아니라 급격한 되돌림 위험도 커졌다고 판단해야 한다.

김 대표는 “포지션이 과열된 시장에서는 전량 고정가격으로 계약하기보다 일부를 변동가격으로 남겨 매입 시점을 분산해야 한다”며 “순매수가 과도하게 쌓였다면 구매 속도를 늦출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물류 병목에는 선사와 장기 운송계약을 맺어 선적 공간을 확보하고 조달 시점을 2~3주 앞당기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파나마를 통과하는 미국산 대신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산 비중을 늘리는 것도 대안이다.

미국 걸프발 발틱거래소 P7 운임은 t당 73.81달러로, 파나마를 거치지 않는 브라질 산토스발 P8 운임 51.98달러보다 약 22달러 비싸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김 대표는 “곡물 가격뿐 아니라 운임과 대기기간을 포함한 총조달비용을 비교해야 한다”며 “원산지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운송비 부담을 상당 부분 방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도 작황만 보고 곡물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수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국내 곡물 ETF와 펀드 대부분은 현물이 아닌 선물지수를 추종해 실제 수익률이 생산량보다 거래소의 선물가격과 투자자 포지션에 크게 좌우된다.

옥수수 선물가격은 지난 1일 부셸당 5.21달러로 3년래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며칠 만에 5.10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작황 악화가 아니라 수확·수급 보고서 발표를 앞둔 포지션 정리 물량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 대표는 “국내 곡물 ETF·펀드는 대부분 선물지수를 담는 구조”라며 “투자자가 보는 수익률은 ‘밭’이 아니라 ‘거래소 화면 안’의 가격, 그것도 지금은 상당 부분 펀드 포지셔닝에 좌우되는 가격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국제 농산물 시장에서는 생산량이 충분해도 전쟁과 에너지 가격, 투기자금, 물류 규제가 맞물리면 곡물값과 운임은 얼마든지 급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 회에는 다시 밭으로 돌아가지만, 이번엔 ‘지금 날씨’가 아니라 ‘다가올 날씨’를 다룬다. 커피는 오히려 브라질의 풍작 덕에 값이 눌려 있는 상태다. 그런데도 업계는 기후변화가 커피 재배지도 자체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커지는 중국 수요가 앞으로 수급을 어떻게 흔들지를 더 걱정하고 있다. 장기적 시각에서 커피 공급망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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