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에 버려지는 악어거북·왕도마뱀···생태계 위협하는 ‘위험한 소유욕’
충북 괴산군 괴산읍에 있는 충북아쿠아리움이 지난 30일부터 ‘버려진 생명, 새로운 만남’을 주제로 특별전을 개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공주 한 하천에서 포획돼 충북아쿠아리움이 임시보호 중인 ‘악어거북’ 모습. 충북도 제공.
충남 공주 사곡면 마곡천에서 지난 7월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악어거북’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당시 물놀이를 하던 피서객들이 신고했는데, 119구급대까지 출동했지만 포획에 실패했다. 생물다양성보전협회가 현장에 투입된 끝에야 잡을 수 있었다.
이 악어거북은 몸길이 70㎝, 등갑 길이 40㎝로 거대한 크기였다. 공명식 생물다양성보전협회 대표는 31일 “국내 야생 자연 수계에서 포획된 개체 중 가장 큰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악어거북은 북아메리카 남동부가 원산지인 국제 멸종위기종이자 국내 생태계교란 생물이다. 국내에서 자생하지 않는 동물이 하천에서 포획된 것이다.
공주시는 주인을 찾기 위해 공고를 냈지만 끝내 소유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갈 곳이 없어 안락사 위기에 처했던 악어거북은 다행히 지난 13일 충북아쿠아리움이 임시보호를 결정하면서 새 보금자리를 찾았다.
충북도는 괴산군 괴산읍 충북아쿠아리움에서 이 악어거북을 관람객에게 선보이는 ‘버려진 생명, 새로운 만남’ 특별전을 개최한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특별전은 특이하고 귀여운 외모에 이끌려 외래 야생동물을 입양했다가, 덩치가 커지고 성질이 포악해지자 하천에 몰래 내다 버리는 무책임한 사육 실태를 꼬집기 위해 마련됐다.
경기 수원 광교신도시 산책로 일대에 출몰해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던 70㎝ 길이의 나일왕도마뱀이 지난 8월 22일 포획됐다. 사진은 붙잡힌 도마뱀. 연합뉴스.
외래생물로 인한 사고와 출몰 신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충북 청주에서는 지난 20일 한 중학생이 불법 사육하던 맹독성 코브라를 다른 사람에게 판매하려다 손등을 물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코브라는 지정관리 야생동물인 ‘포레스트 코브라’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정관리 야생동물은 수입과 보관 등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경기 수원 광교에서는 지난 8월 국제 멸종위기종 2급 나일왕도마뱀이 포획됐다. 7월에는 여주시 창동 소양천에서 국제멸종위기종 1급 샴악어가 잡혀 국립생태원으로 옮겨졌다.
외래생물들은 주로 밀수와 온라인 커뮤니티 거래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20년부터 올해 7월까지 야생동물 밀수입 단속 건수는 총 158건으로 집계됐다. 2020년 8건에 불과했지만 2023년 45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1∼7월에만 10건을 기록했다.
문제는 외래생물이 유기되면서 생태계 교란을 넘어 이미 자체 번식 단계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여주서 포획된 국제멸종위기종 1급 샴악어 이송. 연합뉴스
공 대표는 “늑대거북은 이미 국내 자연에서 번식한 사례가 확인됐으며 이번에 포획된 악어거북도 자연 번식을 못 하리란 보장이 없다”며 “남들이 가지지 못한 특이한 동물을 갖고 싶어 하는 심리 때문에 맹독성이나 생태계 교란 외래종을 사육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쏟아지는 유기 동물로 국가 보호 시설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밀수 과정에서 적발되거나 버려진 동물을 수용하는 국립생태원 국제적 멸종위기종 보호 시설 포화율은 올해 8월 기준 92.4%에 달한다.
윤지현 충북도내수면산업연구소 아쿠아리움팀장은 “생명은 단순한 호기심만으로 선택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며 “과시와 호기심으로 사육한 외래생물로 인해 국내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는 것을 관람객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이번 특별전시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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