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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September 20, 2026

달에서 티끌 모아 외계인 흔적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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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아폴로 17호 우주비행사 해리슨 슈미트가 월면에서 토양을 채취하고 있다. 달 토양의 자연 성분을 분석하기 위한 것이었다.  미국 항공우주국 제공

1972년 아폴로 17호 우주비행사 해리슨 슈미트가 월면에서 토양을 채취하고 있다. 달 토양의 자연 성분을 분석하기 위한 것이었다. 미국 항공우주국 제공

미국 ‘외계 지적생명체 탐사 연구소’
달 표면 흙에서 인공 물질 탐색 추진
“우주를 건너온 먼지의 최적 저장소”
대기·물 없어 영구적으로 보존 가능

# 미국 국가우주비행위원회 의장인 헤이우드 플로이드 박사가 우주선 좌석에 앉는다. 창밖으로 푸른 지구와 도넛 모양의 우주정거장이 눈에 들어온다. 플로이드 박사의 목적지는 달 기지다. 출장 이유는 특이하다. 기지 대원들이 월면에서 ‘이상한 물체’를 발견해서다.

달에 도착한 플로이드 박사는 해당 물체와 대면하고는 할 말을 잃는다. 높이가 약 3m에 이르는데, 모양새가 딱 비석이다. 모서리가 90도를 이루는 직육면체이고, 표면은 잡티 하나 없이 매끈하다. 운석이나 태양풍 같은 자연 현상 때문에 우연히 만들어질 수 없는 공학적 외형이다.

거장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1968년 개봉작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한 장면이다. 영화 속에서 비석을 닮은 물체는 기술 문명을 가진 외계 지적생명체가 “내가 달에 왔었다”며 남긴 표식으로 묘사된다.

그런데 최근 현실 우주과학계에서 외계 지적생명체의 존재를 달 표면에서 찾자는 ‘진지한’ 제안이 나왔다. 발견하고 싶은 것은 직육면체형 비석이 아니다. 뭘 찾으려는 것일까.

전파 아닌 ‘파편’ 찾는 연구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외계 지적생명체 탐사(SETI) 연구소’ 소속 과학자들이 주축이 된 연구진은 지난달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 흥미로운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SETI는 1960년 미국 천문학자 프랭크 드레이크 박사가 시작한 연구 프로그램이다. 핵심은 우주 어딘가에 있을지 모를 똑똑한 생명체가 만든 ‘전파’를 찾는 일이다.

미국 국립전파천문대(NRAO)가 뉴멕시코주에서 운영하는 ‘초대형 전파망원경 배열’(VLA) 소속 안테나의 모습. 총 27기가 운영되고 있다.

미국 국립전파천문대(NRAO)가 뉴멕시코주에서 운영하는 ‘초대형 전파망원경 배열’(VLA) 소속 안테나의 모습. 총 27기가 운영되고 있다.

기술 문명을 갖춘 외계 지적생명체라면 인간처럼 TV, 라디오 등을 작동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생성한 전파를 사용할 것이라는 가정에 근거했다. 전파는 천체에서 자연적으로도 나오지만, 일부러 만든 전파와는 유형이 크게 다르다. 쉽게 구별할 수 있다.

기술 문명을 위해 만든 전파는 물이 새는 바가지처럼 발신지 행성 밖 우주로 발산된다. 그렇게 퍼진 전파 일부가 지구로 날아들 수 있다는 생각이 SETI의 뼈대다.

미국 국립전파천문대(NRAO)가 뉴멕시코주에서 운영하는 ‘초대형 전파망원경 배열’(VLA)이 그런 전파를 탐색하는 데 활용된다. VLA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전파망원경이다. 지름 25m짜리 대형 접시 안테나 총 27기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이번에 논문을 발표한 연구진은 전파가 아니라 다른 것으로 외계 지적생명체를 찾자고 제안했다. 달 표면에 깔린 흙이다.

이 주장에는 독특한 논리가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고도의 공업 능력을 지닌 생명체가 우주 공간에 존재한다면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자연계에 없는 물질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 인간은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스테인리스강’이 한 예다. 철에 크롬을 섞은, 녹슬지 않는 금속이다.

달 표면에 ‘흔적’ 쌓였을 가능성

이런 물질은 어떤 계기로 인해 행성 밖으로 흩뿌려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그들’이 만든 우주선이나 우주정거장이 미소 운석과 부딪친다면 파편이 생길 것이고, 그 가운데 소량은 먼 우주까지 떠내려갈 공산이 크다.

연구진에 따르면 0.3㎛(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 즉 사람 머리카락 두께 200분의 1 정도인 작은 파편이 우주의 열과 방사선을 이겨낼 정도로 튼튼하게 만들어졌다면 수천광년 거리를 건너는 일이 가능하다.

그런 파편이 태양계로 유입돼 우연히 달에 내려앉는다면 사실상 영구 보존된다. 달에는 대기도, 흐르는 물도 없기 때문에 풍화작용이 일어나지 않아서다. 인간이 존재하지 않았던 매우 오래전 달 표면에 떨어진 파편이라도 ‘박제’된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달 표면은 약 40억년 전부터 우주의 각종 물질에 노출됐다”며 “최적의 기록 보관소”라고 강조했다.

연구진이 달 토양에 눈을 돌린 데에는 절박한 이유도 있다. 지구 밖에서 날아드는 인공 전파를 찾으려는 전통적인 SETI 연구가 60년 넘게 아무 성과도 만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파 수집 외 다른 유형의 탐사를 인류 기술력 내에서 최대한 시도하려는 것이다.

현재 인간이 만든 무인 탐사선은 달 표면 토양을 지구로 어렵지 않게 퍼올 수 있다. 2030년대부터 미국과 중국이 각각 월면 상주기지를 운영할 것으로 보여 달 토양을 구하는 일은 더 쉬워진다. 일견 황당해 보일 수도 있는 연구진의 독특한 탐구가 “이 넓은 우주에 우리뿐인가”라는 인류의 오랜 궁금증에 대한 답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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