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영업비밀·수사’ 이유만으론 정보공개 거부 못 한다···이의신청 확대·악성 청구 차단도
이유나 행정안전부 정보공개제도과장(왼쪽)이 지난 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정보공개제도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정부가 수사 중이거나 기업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공기관이 관련 정보를 비공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공개 범위를 확대하고 판단 기준을 구체화하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 해당 기관에 정보가 없다는 ‘부존재 결정’에도 청구인의 이의신청이 가능해지고, 단기간에 대량의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악성’ 공개 청구를 막는 장치도 마련된다.
행정안전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 개정안을 6일부터 다음 달 16일까지 40일간 입법예고한다고 5일 밝혔다.
개정안은 정보공개법 제9조(비공개 대상 정보) 조항 중 비공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5개 유형(법령상 비밀·비공개, 재판·수사, 공정한 업무수행 지장, 개인정보보호,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 침해 등)의 기준을 구체화했다. 현행법은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를 원칙적으로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일부 기관이 비공개 사유를 과도하게 해석해 정보공개를 거부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지난해 비공개 사유 7만2731건 중 재판·수사 관련 정보는 1만7220건(24%), 법인 등의 이익 침해는 1만1638건(16%) 등으로 2개의 사유가 약 40%를 차지했다.
법령상 비밀·비공개의 경우 단순히 ‘일반적인 직무상 비밀준수 의무’를 규정한 법률만으로는 정보공개를 거부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유나 행안부 정보공개제도과장은 전날 열린 설명회에서 “공직자윤리법처럼 특정 정보의 비공개를 명시한 경우에는 비공개가 가능하지만, 국가공무원법상 공무원의 비밀엄수 의무처럼 일반적인 비밀 준수 의무를 규정한 조항만으로는 정보 비공개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수사 관련 정보도 공개 범위가 확대된다. 재판의 심리나 결과에 직접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는 정보와 이미 종결돼 수사가 재개될 가능성이 구체적·객관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 등도 비공개 대상에서 제외한다.
기업의 영업비밀과 관련해서는 비공개 대상을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로 한정하고, 판단 기준을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에서 ‘구체적 손실이 발생할 명백한 우려’가 있어야 비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사전정보 공표 대상은 확대했다. 국민 건강·안전 관련 정책 정보와 감사 결과 및 후속 조치, 정책 관련 연구용역 결과, 공무원 징계 결과, 각종 위원회의 위원 명단과 회의 결과, 회의록 등이 포함됐다.
정보공개 결정에 대한 불복 절차도 개선한다. 기존에는 비공개·부분 공개 결정 등에 대해서만 이의신청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정보 부존재’ 결정이나 공개 결정에도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개정안은 또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악성 공개청구에 대한 방지책도 담았다. 실제 경기 용인에서는 한 언론인이 지난 8월 말부터 열흘간 용인시청 내 다수 부서를 대상으로 21개 분야, 2200여건의 정보공개청구를 신청해 용인시청 업무가 마비되는 일도 있었다.
이에 폭언·욕설·비방·협박 등 악성 정보공개 청구는 공공기관이 종결 처리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부당한 청구를 반복해 종결 처리된 횟수가 일정 기준을 넘으면 통합정보공개시스템 이용을 정지할 수 있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이번 개정안은 자의적인 비공개를 막고 이의신청 대상을 넓혀 적극적으로 정보공개를 확대하고 건전한 정보공개 문화를 조성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국민의 알 권리를 더욱 두텁게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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