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스피서 210조원 팔아치운 외국인...반도체 던지고 바이오·K뷰티·방산 담았다

외국인 투자자의 ‘셀 코리아’가 멈추지 않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해 들어 코스피에서 210조원 넘게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했다. 지난달에만 18조6000억원 넘게 팔았고, 이달 들어서도 3거래일 동안 4조3490억원을 순매도하고 있다.
종목별로 보면,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를 대거 내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성장성이 높거나 실적에 비해 주가가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여온 바이오·화장품·방산주 등을 사들였다.
◇반도체 팔고, 실적 보이는 종목만 골라 샀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외국인 순매도 1~2위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였다. 각각 94조4420억원과 89조370억원을 팔아치웠다. 두 종목 합계는 183조원이 넘어 외국인 전체 순매도액의 약 87%를 차지한다. 이어 현대차 11조3780억원, SK스퀘어 7조8590억원, 삼성전자 우선주 5조7670억원 순이었다.
외국인의 ‘팔자’가 이들 종목에 집중된 배경으로는 비중 조절과 차익 실현이 꼽힌다. 국내 증시의 강세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견인해 온 데다 두 종목이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을 넘게 차지하게 되자 한국 비중을 조정하려는 글로벌 펀드는 이 두 종목부터 덜어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반도체 피크아웃(고점 통과) 우려,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추격, 미국 빅테크의 대규모 회사채 발행에서 불거진 AI 거품론 등이 겹쳤다.
외국인이 산 종목은 업종이 제각각이다. 순매수 1위는 1조6700억원을 사들인 셀트리온이다. 셀트리온은 신제품 판매가 늘면서 3분기 매출 1조5755억원, 영업이익 5253억원으로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다. 미국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바이오시밀러(생물의약품 복제약)가 관세 대상에서 빠진 점도 매수를 끌어들였다. 2위 에이피알(1조2360억원)은 미국·유럽에서 K뷰티 수요가 커진 덕을 봤다. 이어 K2 전차 수출로 실적이 늘고 있는 방산주 현대로템(1조1740억원), 지주사 SK(1조1440억원), 대한항공(1조1170억원) 순이었다. 시장에서는 성장성, 실적 개선, 주주 환원 확대 기대가 공통된 매수 이유로 꼽힌다.
다만 매수 규모는 매도에 비하면 미미하다. 순매수 상위 7개 종목을 모두 합해도 약 8조원으로, SK하이닉스 한 종목 순매도액의 10분의 1이 채 되지 않는다. 한 금융 투자 업계 관계자는 “순매수에 비해 압도적인 순매도 규모를 보면 외국인이 한국 증시로 돌아왔다기보다 한국에 투자해 둔 자금 일부를 업종별로 분산해 위험을 회피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외국인 복귀, 최소 3개월은 더 걸려”
관심은 외국인이 언제 다시 사들이느냐다. 증권가 전망은 신중한 편이다. 하나증권은 지난 4일 보고서에서 “코스피 반등과 외국인 순매수 복귀는 최소 3개월 이후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코스피가 고점 대비 크게 떨어지고 외국인 매도가 장기간 이어졌던 2002년, 2008년, 2020년을 분석한 결과다. 비슷한 조건이 갖춰진 뒤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선 비율은 1개월 뒤 30%, 3개월 뒤 26%에 그쳤다. 그러나 6개월 뒤에는 57%, 1년 뒤에는 94%로 높아졌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 외국인 매도세는 상당히 고착화돼 있다”며 “추세적 복귀가 시장 기대처럼 즉각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했다.
단기 변수도 줄줄이 남아 있다. 11월 중순으로 예정된 앤트로픽 상장, 미국·이란 간 협상, 다음 달 8~9일 예정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대표적이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앤트로픽 상장 전에는 대형 IPO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우려가 있지만, 상장 이후에는 수급 부담이 사라지고 AI 수익성에 대한 불투명성이 줄어 외국인 투자 심리가 살아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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