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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September 11, 2026

[점선면]헌법, 내년이면 영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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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을 표현한 일러스트. 김상민 화백

헌법을 표현한 일러스트. 김상민 화백

독자님은 대한민국 헌법을 다 읽어보신 적이 있나요? 헌법은 국민의 권리와 의무, 국회, 정부, 법원, 헌법재판소, 선거관리, 지방자치, 경제 등 모든 분야를 세세하게 망라하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 헌법이 마지막으로 개정된 지가 벌써 39년입니다. 1987년 개헌 국민투표를 마지막으로 같은 헌법을 계속 준용하고 있어요. 법안을 만들고 실행하는 근간인 헌법이 시대를 반영하지 못한고 있습니다. 개헌 논의가 시급한데 대통령 임기 논란이 발목을 잡아요. 우리, 개헌할 수 있을까요?

헌법 전문, 권력구조, 기본권…다양해진 개헌 과제

지금까지 정치권에서 논의된 개헌 의제들을 살펴볼게요.

먼저 헌법 전문 개정이 있습니다. 현재 전문에 있는 3·1 운동과 4·19 혁명뿐 아니라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도 함께 수록하자는 겁니다. 수많은 생명이 민주화로 가는 길 위에서 피흘린 역사를 합심해서 기억하자는 뜻이에요.

권력구조 개편 논의도 주요합니다. 5년 단임인 대통령 임기를 4년 연임제나 중임제로 바꾸는 안이 제시돼 왔어요. 5년 단임제는 최악의 경우 5년마다 국정 운영 기조가 완전히 바뀌어 버린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4년 연임제는 국정 운영의 연속성을 도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자질이 부족한 대통령이라면 임기를 5년에서 1년이라도 단축할 수 있게 되고요.

대통령의 권한을 총리·국회 등으로 분산해서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를 내려놓자는 의견도 오래 전부터 제시됐습니다. 승자독식형 대통령제에서 벗어나면 정치가 극한 대립을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안이에요.

기본권도 빼놓을 수 없죠. 헌법을 고칠 때 그동안 누적된 사회 변화를 반영하려면 기본권 논의가 가장 풍부하게 나올 겁니다. 행복을 추구할 권리, 교육과 근로의 권리,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가 현재 헌법에 보장되어 있습니다. 이밖에도 안전할 권리, 미래세대가 지속 가능한 환경에서 살아갈 권리, 필요한 돌봄을 받을 권리, 성평등에 관한 권리 등이 기본권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요.

이재명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행정수도 세종’도 개헌과 관련이 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2004년 행정수도 이전을 위헌이라고 판단한 바 있거든요. 행정수도 이전을 안정적으로 추진하려면 헌법을 먼저 손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국토 균형발전 정신을 헌법에 반영하자는 주장도 관련이 있습니다. 수도권 집중이 심각한 것을 생각하면 시급한 과제고요.

최근에는 6·3 지방선거에서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관리를 부실하게 한 사실이 낱낱이 공개되면서, 선관위도 감사를 받게 하자는 취지의 개헌 의견이 힘을 얻었습니다. 12·3 불법계엄 이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국회가 현재보다 더 강하게 통제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고요. 오는 10월 검찰의 수사권이 완전히 박탈되고 나면 검사의 영장 청구에 관한 헌법 조항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문제도 생깁니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권도현 기자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권도현 기자

여건은 무르익었다, 정치만 빼고

하나하나 모두 중요하고 토론할 부분이 많습니다. 개헌을 하려면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닐 거예요.

여건은 무르익었습니다. 국회사무처가 지난 2월 발표한 개헌 관련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7명(68.3%)이 개헌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여야가 이미 의견 합치를 봤던 부분도 있습니다. 5·18 민주화운동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는 안이에요. 심지어 윤석열 전 대통령이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담겠다고 공약하기도 했습니다. 5·18 민주화운동이 헌법에 실려 있었다면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5·18 관련 망언이 난무하는 토론회를 감히 열 수 없었을 거예요.

준비가 안 된 건 정치뿐인 것 같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 ‘4년 중임제 또는 연임제 개헌’을 언급한 이후 정치권에서는 논의가 완전히 교착 상태예요. 조정식 국회의장이 현직 대통령의 임기 연장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잘못 말하며 꼬이기 시작했고, 이후 야권이 ‘개헌은 이재명 대통령 임기 연장’이라는 주장을 펼치며 논의가 오염됐습니다. 헌법 제128조는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고 분명히 정하고 있는데도요.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같은 맥락에서 “이번 정부에서 개헌은 없다”고 선언해 버렸습니다. 제1야당 지도자가 ‘상대방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천명하는 건 우리 정치의 불행한 징후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선택에도 깊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임기를 ‘셀프 연장’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게 아무리 상식이어도,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더 빨리 선을 그었어야 합니다. 개헌 논의의 물꼬를 틀 수만 있다면 더욱 그렇게 했어야 하고요.

늦게나마 이재명 대통령이 “제 임기는 헌법상 명확하게 제한돼 있다”고 정리를 했습니다. 이제라도 입장을 밝힌 것은 다행이지만 해외 순방 중 나온 원칙론에 그쳐 아쉽습니다. 청와대 참모들이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잇따라 밝힌 만큼 개헌 논의가 어서 다시 시작되기를 바랍니다. 이 사회가 모처럼 이전투구식 다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를 놓고 토론할 기회가 될 것 같거든요. 뭔가를 합심해서 바꿔본 경험이 있는 공동체와 그렇지 않은 공동체의 차이는 너무나 클 거예요. 우리 민주주의가 진짜로 자랑스러워지는 체험을 꼭 해보고 싶어집니다.

“하나를 보더라도 입체적으로” 경향신문 뉴스레터 <점선면>의 슬로건입니다. 독자들이 생각해볼 만한 이슈를 점(사실), 선(맥락), 면(관점)으로 분석해 입체적으로 보여드립니다. 매주 월·수·금요일 오전 7시, 하루 10분 <점선면>을 읽으면서 ‘생각의 근육’을 키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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