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곳곳서 등장한 ‘암살자(들)’…지금 정치권은 왜 영화에 꽂혔나

여야 ‘역사 왜곡’ 공방 넘어
투자·보훈·학교 관람까지 쟁점화
법사·정무·문체·교육위서 공방
문체부 “창작에 제약 있어선 안돼”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국정감사장으로까지 번졌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이어 법제사법위원회와 정무위원회, 교육위원회 국감에서도 영화가 도마에 오르면서 ‘암살자(들)’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논란의 중심에는 영화가 다룬 역사적 사건과 이를 바라보는 여야의 시각차가 있다.
‘암살자(들)’은 1974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영화가 당시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권력 내부의 개입 가능성을 암시하는 내용을 담으면서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역사 왜곡 논란이 제기됐다.
반면 민주당은 해당 내용을 역사적 사실로 단정한 것이 아니라 영화적 상상력의 영역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정감사 첫날부터 ‘암살자(들)’
논쟁은 국감 첫날인 지난 6일 법사위에서부터 불거졌다.
대법원 등을 대상으로 한 이날 국감에서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암살자(들) 영화에 산업은행, 한국벤처투자 같은 이재명 정부 핵심 금융기관들이 400억원이나 넘는 돈을 태웠다”며 “관련 증인을 불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400억원이 아니라 190억원이고, 돈 벌려고 투자한 것”이라며 “암살자들은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관이니까 그리 가라”고 맞받았다.
같은 날 정무위 국정감사에서도 ‘암살자(들)’이 등장했다. 정무위 국감에서는 국가보훈부 산하 경기북부 제대군인지원센터가 ‘암살자(들)’을 제대군인 주간 무료 관람 영화로 추진했던 사실이 도마 위에 올랐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국가 예산을 활용해 제대군인과 가족들에게 해당 영화를 관람하게 하는 것은 단순한 표현의 자유 문제와는 다르다”며 “보훈부가 영화를 선정할 땐 보훈적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영화 자체에 대한 정치권의 공세를 문제 삼았다. 한민수 의원은 영화가 다양한 기록을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만들어진 작품이라며 국민의힘을 향해 “공격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강일 의원도 “역사를, 팩트를 바꾼 내용이 없다”고 주장했다.
“역사 왜곡” vs “창작의 자유”…여야 충돌
7일에는 문체위에서 ‘암살자(들)’을 둘러싸고 여야가 정면충돌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영화 제작 경위, 악의적으로 내용을 편집한 의도를 궁금해하는 국민이 굉장히 많다”며 “허진호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 등은 반드시 증인으로 채택돼야 한다”고 했다.
김석기 의원도 “영화의 역사 왜곡 논란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며 “왜 이렇게 잘못된 역사 인식을 심으려 했는지를 불러서 물어봐야 되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창작의 자유를 내세워 맞섰다.
최민희 의원은 “국정감사장이 사상을 검열하는 자리도 아니고, 문화예술 창작의 자유를 억압하는 자리도 아니다”라며 증인 채택에 반대했다. 노종면 의원은 “자신들이 뿌리를 둔 독재의 실체가 드러나는 게 두려운 것”이라며 “이런 영화가 만들어지지 못하도록 감독과 배우를 압박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같은 날 교육위에서도 논쟁이 이어졌다.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은 울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 투표를 통해 ‘암살자(들)’ 단체 관람을 추진했다가 취소한 사례를 언급하며 영화가 학생들의 역사 인식에 미칠 영향을 문제 삼았다. 영화를 본 학생과 국민에게 왜곡된 역사 인식이 남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미디어 문해력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에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은 “국회는 영화 검열위원회가 아니다. 영화 한 편을 갖고 국민의힘이 당력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도 영화에 대한 해석을 문제 삼는 것은 “머릿속을 검열하는 것”이라며 예술에 대한 사전 검열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정치권에서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쟁이 영화의 역사 왜곡 여부를 넘어 공공기관의 영화 지원과 학교 단체관람 등으로 범위가 넓어지면서 공방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창작물의 내용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영화의 역사 왜곡 논란에 대해 “제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국민과 관객이 판단할 문제”라며 “상상력과 창작에는 제약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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