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학폭위 심의 늘었는데…증가분 78%는 ‘경미사안’
김상민 기자
2025학년도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심의 증가분 10건 중 약 8건은 학교장이 자체 해결할 수 있는 ‘경미사안’이지만 피해학생 측의 요구로 심의에 넘겨진 사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심의 건수 증가만으로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만큼, 사건 유형별 처리 결과를 세밀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5학년도 학폭위 심의는 2만9405건으로 전년보다 1570건(5.6%) 늘었다. 이 가운데 경미사안 기준을 충족했지만 피해학생 측의 요구로 심의에 넘겨진 사건은 1만5901건으로 전년보다 1222건 증가했다. 전체 증가분의 77.8%다.
학교장 자체 해결이 가능한 ‘경미사안’은 학교폭력예방법상 네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한 사건을 뜻한다. 2주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진단서가 발급되지 않고, 재산상 피해가 없거나 복구됐거나 복구를 약속했으며, 학교폭력이 지속적이지 않고 신고 등에 대한 보복행위도 아닌 경우다. 다만 이 같은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피해학생과 보호자가 학폭위 심의를 원하면 학교장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이 같은 경미사안의 학폭위 회부는 2021학년도 6828건 대비 지난해 2.3배 증가했다. 전체 심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3.6%에서 54.1%로 높아졌다.
경미사안 기준을 충족한 사건까지 학폭위에 회부되는 사례가 늘면서 학교 내 갈등을 공식 심의·처분 절차로 해결하는 ‘학교의 사법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지난 9월 “일상적인 관계 갈등까지 신고와 조사, 심의와 처분으로 이어지는 공식 절차에 의존하면서 학교의 사법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경미사안 기준을 충족했다고 해서 실제 피해 정도가 가볍거나 심의 요구가 불필요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학교폭력 대책을 마련하려면 심의 건수뿐 아니라 사건의 유형과 처리 결과를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교육부는 학부모 요구로 학폭위에 넘어간 경미사안의 심의 결과를 별도로 집계하지 않고 있다. 전체 학폭위 심의에서 ‘학교폭력 아님’으로 결정된 사건은 2021학년도 1661건(10.6%)에서 2025학년도 6497건(22.1%)으로 늘었지만, 이 중 경미사안이 얼마나 포함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강 의원은 “학부모 요구로 심의에 넘어가는 사건이 전체의 절반을 넘는데도 교육부가 그 사건들이 실제 학교폭력으로 인정됐는지조차 별도로 관리하지 않는 것은 정책적 공백”이라며 “해당 심의 결과를 별도 집계하고, 학교장 자체 해결제와 관계회복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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