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세 현장을 색색의 조각보로 모으다 [.txt]

광고
물 위에 둥둥 떠서 화려한 연보라색 꽃을 피우는 부레옥잠은 남아메리카 태생이다. 유럽인들의 침략, 식민주의 통치, 산업 자본주의 확산 등을 겪는 통에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물이 잘 흐르면 별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댐, 운하, 저수지 등을 만드는 식민주의적 물 관리가 전 세계에 정착되어 유속이 느려진 통에 부레옥잠은 강을 온통 뒤덮어 생태계를 파괴하고 수자원을 고갈시켰다. 인간이 만든 환경이 전 세계에서 균일하게 보장되어, 아예 유성 생식을 포기하고 자가 복제를 하는 데에까지 이른다. 인간은 특정한 의도(제국주의적·산업적)를 가지고 자연을 변형해 ‘인프라’(기반 시설)를 만들지만, 부레옥잠의 사례에서 보듯 인프라는 언제나 의도와 다르게 ‘이탈’(feral)하는 ‘인간 외 존재’(nonhuman)들을 낳는다. 중국으로 수출된 목재에 숨어든 북아메리카의 벌레가 그 땅 살던 진균과 합작해 나무들을 몰살하고, 목축을 하겠다고 판 우물 때문에 생물학적으로 텅 비어 있는 황무지가 늘어난다.
이처럼 인간의 영향력이 어떤 선을 넘어서는 현상에 대해 학자들은 ‘인류세’(anthropocene)란 개념을 내놓고, 전 지구를 하나의 시야에 놓는 거대한 논의들을 펼쳐왔다. 문제는 인류세가 지구 전체에 관한 것이라 해서 모든 것을 하나로 싸잡을 수 없다는 데 있다. ‘패치 인류세’는 인류세의 여러 현장을 저마다의 ‘패치’(조각보)로 파악함으로써 이 낯선 인류세를 좀 더 차분하고 깊이 바라보는 길을 제안한다. ‘세계 끝의 버섯’으로 유명한 인류학자 애나 로웬하웁트 칭과 그의 동료들이 함께 썼다. 그림과 지도로 이뤄진 독특한 형식의 디지털 프로젝트 ‘페럴 아틀라스’(Feral Atlas)와 짝을 이룬다.
KioskNews shows a cleaned-up reading view extracted from the publisher’s page — the original always lives on their site, not 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