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장수 노인은 귀가 클까?…성인 이후 1년에 몇mm씩 자란다
참고 이미지. 프리픽
“어릴 때는 몰랐는데, 나이 들수록 귀가 커지는 것 같다.” 흔히 나이가 들면 코와 귀가 커진다는 이야기를 한다. 단순한 착각일까. 실제 연구를 찾아보면 귀는 성인이 된 뒤에도 길이가 조금씩 증가한다는 결과가 여러 차례 보고됐다.
가장 유명한 연구 가운데 하나는 1995년 영국 의학계에 발표된 연구다. 영국에서 일차진료를 담당하는 의사(GP) 제임스 히스코트는 1995년 영국의학저널(BMJ)에 ‘왜 나이 든 남성은 큰 귀를 갖는가?’라는 제목의 연구를 발표했다.
히스코트는 30~93세 환자 206명의 왼쪽 바깥귀 길이를 자로 측정해 나이와 귀 길이의 관계를 분석했다. 평균 연령은 53.75세였고, 귀 길이는 평균 67.5㎜였다. 분석 결과 나이가 많을수록 귀 길이가 길어지는 경향이 나타났으며, 회귀분석에서 귀 길이는 나이가 한 살 증가할 때 평균 0.22㎜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에서 제시된 95% 신뢰구간은 연간 0.17~0.27㎜였다.
이 연구를 두고 ‘귀는 1년에 0.22㎜씩 자란다’는 이야기가 퍼졌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단서가 있다. 연구진이 같은 사람의 귀를 1년마다 측정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연령대의 사람들을 한 시점에서 측정한 단면 연구였다는 점이다. 따라서 0.22㎜는 개인의 귀가 매년 실제로 늘어나는 양이라기보다,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의 나이와 귀 길이 사이의 통계적 관계를 나타내는 값이다.
이후 다른 연구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관찰됐다. 네덜란드 레이던대학교 메디컬센터 연구진은 2007년 국제법의학회지에 성인의 외이 변화를 분석한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1353명의 귀 사진을 분석해 나이에 따른 외이의 변화를 살폈다. 그 결과 남성의 귀 길이는 나이가 한 살 많아질 때 평균 0.178㎜, 여성은 0.16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귓불 길이 역시 남성 0.115㎜, 여성 0.100㎜씩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귀의 너비도 남녀 모두 연간 0.073㎜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모든 부분이 똑같이 커지는 것은 아니었다. 연구진은 귓불의 팽창이 연골 부분의 변화보다 크게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나이가 들수록 귀가 길어 보이는 데 귓불의 변화가 상당 부분 관여할 수 있다는 의미다. 2008년 독일 프라이에대학교 베를린 자유대학 연구진은 독일 베를린에서 신생아부터 92세까지 1448명의 귀를 촬영한 자료를 분석했다. 귀의 길이와 너비 등 15개 항목을 측정해 약 1만9000개의 데이터를 비교한 결과, 귀는 어린 시절 빠르게 성장한 뒤에도 성장이 완전히 멈추지 않고 평생에 걸쳐 형태와 크기가 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귀 길이는 여성의 경우 출생 때 평균 52㎜에서 20세 무렵 61㎜, 70세 이상에서 72㎜로 길어졌다. 남성은 52㎜에서 20세 무렵 65㎜, 70세 이상에선 78㎜로 증가했다. 다만 모든 부위가 계속 커지는 것은 아니어서 귀 안쪽의 일부 너비나 귓바퀴 가장자리 두께 등은 성인이 된 뒤 거의 변하지 않았다.
어린 아이의 귀 발달 과정을 보면 변화가 더 뚜렷하다. 1992년 캐나다 토론토 소아병원과 토론토대학교 연구진이 북미 백인 1590명을 대상으로 1~18세 사이 귀의 성장 과정을 분석했다. 그 결과 귀의 너비는 1세 때 이미 성인 크기의 93.5%에 도달했지만, 귀의 길이는 76.4%에 그쳤다. 1세 이후 18세까지 귀 길이가 평균 12.3㎜ 더 자란 셈이다. 귀 너비는 남자 7세, 여자 6세 무렵 성숙한 반면 귀 길이는 남자 13세, 여자 12세에 성숙 단계에 도달했으며, 이후 18세까지도 평균 1.1~1.4㎜가량 더 길어졌다. 즉 이 연구는 귀가 부위에 따라 성장 속도가 다르고, 특히 길이는 너비보다 훨씬 늦게까지 성장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귀는 왜 성인 이후에도 계속 길어지는 것일까. 정확한 이유는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귀의 바깥쪽을 이루는 외이에는 연골과 피부, 결합조직 등이 포함돼 있는데, 나이가 들면서 조직의 탄력성이 변하고 중력의 영향을 받으면서 형태가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 있다. 특히 귓불은 연골이 없는 부위여서 노화에 따른 변화가 더 두드러질 수 있다.
2023년 학술지 ‘메디컬 가설’에는 캐나다 맥마스터대학교의 모하메드 아브라힘 박사가 귀가 나이 들수록 길어지는 이유를 설명하는 가설을 제시한 논문을 발표했다. 아브라힘은 나이가 들면서 얼굴, 특히 귀 앞쪽의 지방이 축적·재분포하면서 귀에 지속적인 인장력이 가해지고, 이 때문에 귀가 아래쪽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논문은 기존 연구에서 관찰된 귀 길이 증가 현상을 소개하면서 평균 연장 속도가 약 0.22㎜였다는 연구 결과를 언급했지만, 귀가 길어지는 정확한 기전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나이가 들면서 키가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고 해서 몸의 모든 부위가 변화를 멈추는 것은 아니다. 얼굴의 주름처럼 눈에 띄는 변화가 있는가 하면, 귀처럼 아주 느리게 형태가 달라지는 부위도 있다. 어느 날 오래된 사진 속 자신의 귀와 지금의 귀를 비교해보면, 생각보다 재미있는 차이를 발견할 수도 있다.
KioskNews shows a cleaned-up reading view extracted from the publisher’s page — the original always lives on their site, not 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