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4·5세 94%가 해외유학파···미 컬럼비아대 출신 22명 ‘최다’
재벌가에서 해외 유학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 코스가 됐다. 창업주 세대에선 손에 꼽을 정도였던 유학파가 4·5세에 이르러선 열에 아홉을 넘었다. 유학을 떠나는 시점도 대학원에서 학부로, 다시 미성년 시절로 앞당겨졌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7일 총수가 있는 대기업집단 89개 오너 일가 중 학력 확인이 가능한 350명을 분석한 결과, 4·5세 49명 중 46명(93.9%)이 유학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주 1세대는 34명 중 2명(5.9%)에 그쳤다. 2세대는 67.9%, 3세대는 78.7%로 세대가 내려갈수록 비중이 가파르게 높아졌다.
유학 방식도 달라졌다. 1~3세대는 국내 대학을 졸업한 뒤 해외에서 경영학석사(MBA) 등을 밟는 경우가 많았다. 4·5세는 유학 경험자 46명 중 33명(71.7%)이 학부부터 해외 대학에 진학했다. 국내 대학 졸업장 없이 후계 수업을 받는 오너가 늘고 있는 셈이다.
해외 대학 중에선 미국 컬럼비아대가 22명으로 가장 많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 이선호 CJ그룹 미래기획그룹장 등이 이 학교 출신이다. 뉴욕대(18명), 코넬대(16명), 스탠퍼드대(15명)가 뒤를 이었다.
눈에 띄는 건 한 가문이 같은 학교, 같은 학위로 몰리는 현상이다. 두산은 박용성 전 회장과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 박진원 두산밥캣코리아 부회장, 박태원 두산 한컴 부회장, 박석원 두산 사장 등 5명이 모두 뉴욕대 MBA를 땄다. GS는 허세홍 GS칼텍스 대표, 허서홍 GS리테일 대표 등 오너 4세 4명이 모두 스탠퍼드대 MBA 출신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서경배 회장과 두 딸이 모두 코넬대를 나왔다. 미국 밖에선 중국 칭화대와 일본 게이오대가 4명씩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게이오대에서 MBA를 받았다.
국내 대학은 고려대(54명), 서울대(50명), 연세대(35명) 순이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고려대, 이재용 회장은 서울대 출신이다. 국내 대학을 나와 경영 전면에 선 현 총수 세대와 달리 다음 세대는 출발점부터 해외인 셈이다.
유학의 보편화는 국적 문제와도 맞물린다. CEO스코어가 올해 1월 공개한 별도 조사에선 오너 3·4세대의 외국 국적 비율이 9.4%로 1·2세대(1.7%)의 5배를 웃돌았다. 외국 국적자 41명 중 39명이 미국 국적이었다. CEO스코어 관계자는 당시 “외국 국적자 경영인에 대한 동일인 지정, 친족 기업 정보 공시 등이 새로운 정책적 과제로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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