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보면 놓치는 것 [뉴노멀-2030 빅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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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 어피티 대표
10월에 들어서며 여기저기서 ‘연말정산’이라는 말이 보인다. 연말정산은 한해 동안 월급에서 미리 낸 세금과 실제로 내야 할 세금을 다음해 초에 맞춰보는 일이다. 회사는 매달 급여에서 세금을 미리 떼지만 부양가족이나 소비, 연금납입액처럼 사람마다 다른 사정까지 모두 반영하기는 어렵다. 매년 초 이런 항목을 다시 따져 더 냈으면 돌려받고, 덜 냈으면 더 낸다.
이름에 ‘연말’이 붙어 있으니 찬 바람이 불 때쯤 관심이 쏠린다. 실제 결과는 한해 동안 어떻게 돈을 쓰고 모았는지에 따라 달라지는데도 말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우리 매체의 2030 독자들은 돈 관리에 진심인데도, 질문을 받아보면 제도 이름에서 눈에 띄는 단어에 먼저 집중하는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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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게 ‘신용카드 등 사용금액 소득공제’다. 이름만 보면 신용카드를 잘 써야 공제를 많이 받을 것처럼 느껴진다. 실제로는 체크카드, 선불카드, 현금영수증도 포함한다. 총급여의 25%를 넘겨 쓴 금액부터 공제가 적용되고, 공제율은 신용카드 15%, 체크카드와 현금영수증은 30%다.
여러모로 따져보면 체크카드를 활용할 이유가 더 많다. 잔고 안에서 쓰다 보니 돈이 얼마나 남았는지, 다음 월급날까지 얼마를 더 쓸 수 있는지 살피면서 소비하기 좋다. 연말정산에서도 총급여의 25%까지는 어떤 카드를 써도 공제 대상이 아니고, 그 금액을 넘긴 뒤부터는 체크카드와 현금영수증의 공제율이 신용카드의 두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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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계좌 세액공제’에서는 ‘세액공제’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연금저축은 연 600만원, 개인형퇴직연금(IRP)까지 합치면 900만원까지 세액공제 대상이다. 혜택이 크다 보니 연말이 되면 남은 납입 한도부터 계산하곤 한다.
연금계좌에 세금 혜택을 주는 이유는 노후 준비를 돕기 위해서다. 현재의 세금을 덜어주는 대신 돈을 오래 모아 은퇴한 뒤 연금으로 받게 하는 제도다. 세액공제를 받은 돈을 중간에 다른 용도로 꺼내면 세금을 다시 부담할 수도 있다. 집을 구하거나 결혼을 준비하거나 일을 쉬게 될 때 필요한 돈까지 넣어 한도를 채울 필요는 없다. 얼마를 돌려받을 수 있는지보다 이 돈을 은퇴할 때까지 가져갈 수 있는지부터 따져보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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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등장한 금융정책도 비슷하다. ‘국민성장펀드’에서는 ‘성장’이,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아이에스에이)’에서는 ‘생산적’이라는 말이 눈에 띈다. 이름만 보면 내 자산을 더 잘 불려주는 상품처럼 들릴 수도 있다. 두 정책의 목적은 개인의 자산 증식만이 아니다.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는 국민 자금을 모아 첨단전략산업에 장기 투자하고 성과를 투자자와 나누는 상품이다. 생산적 금융 아이에스에이도 국내 주식과 주식형 펀드, 국민성장펀드 등에 투자하도록 해 가계 자금이 국내 자본시장과 성장기업으로 흘러가게 하려는 제도다.
세제 혜택이 있고 투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성장’이나 ‘생산적’이라는 이름이 내 돈의 성장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어떤 자산에 투자하는지, 돈은 얼마나 오래 묶이는지, 손실이 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까지 봐야 한다. 정부가 이 제도로 이루려는 목표와 내가 돈을 모으는 이유가 같지 않을 수도 있다.
연말정산의 ‘연말’, 신용카드 소득공제의 ‘신용카드’, 연금계좌 세액공제의 ‘세액공제’, 국민성장펀드의 ‘성장’, 생산적 금융 아이에스에이의 ‘생산적’. 이름에서 눈에 잘 띄는 단어만 따라가면 제도의 일부분만 보게 된다. 먼저 이 제도가 왜 만들어졌는지, 내 돈이 어디에 들어가고 얼마나 오래 묶이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받을 수 있는 혜택과 기대할 수 있는 수익, 감수해야 할 위험은 그다음이다. 그 내용을 다 알고도 지금 내 상황에 맞는다면 그때 선택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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