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톡스] 유럽 2위 대국 프랑스는 왜 이 지경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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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선임기자 = # 전 세계인이 많이 찾는 문화·예술의 나라 프랑스가 흔들리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Z세대(1995∼2007년생) 10대 고등학생들과 교사들이 낡은 교실과 교원 감축안에 분노해 거리로 나왔다.
바다 건너 멀리에서 지켜본 프랑스의 현실은 믿기 어렵다. 고교생들이 최루가스 사이에서 플래카드와 연막탄을 손에 들고 경찰과 대치하며 시위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충격적이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독일 다음의 2위 경제 대국이 아닌가.
그런 프랑스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과거 남유럽 재정위기의 진원지였던 그리스나 이탈리아보다 위험한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프랑스의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5%에 육박하며 20여 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우면서 그리스와 이탈리아보다 높아진 것이다. 세계 최고의 복지와 예술·문화적 번영을 자랑하던 프랑스가 어쩌다 이렇게 몰락했을까.
# 이번 위기는 돌발 악재는 아니다. 프랑스가 몰락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그동안 누적된 과도한 재정 적자와 부채에 있다.
프랑스는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확장재정 정책을 폈다. 프랑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지출 비중은 57%를 넘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를 다툰다. 프랑스는 1974년 이후 50년간 단 한 해도 재정 흑자를 내지 못해 국가부채가 GDP의 110%를 웃돈다.
또 정치적 불안정성과 포퓰리즘도 위기를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조기 총선 이후 의회가 3자 구도로 분열되면서 긴축과 재정 개혁을 주도할 정책 동력을 잃었고, 감세, 복지 확대 등의 포퓰리즘 공약이 쏟아졌다. 정부는 갈등이 빚어질 때마다 국채를 발행해 돈으로 민심을 달랬다.
설상가상으로 고금리 시대가 오면서 위험이 극대화했다. 초저금리 시절 발행한 대규모 국채 만기가 돌아오는데, 10년물 국채 금리가 5%에 이를 정도로 오르자 이자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스노우볼(Snowball) 국면에 진입한 것이다. 2030년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부채만 1조 달러가 넘고 이자 비용만으로 한 해 수백억 유로가 나간다. 결국 프랑스 정부가 국가 부도를 피하고자 교사 4천명을 줄이고 공공 인프라 예산 삭감에 나서자 학생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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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학생 시위 현장에서 인권단체 옵서버들이 최루가스 사이로 뛰어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 한국은 어떤가.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50%대로 프랑스보다 훨씬 낮은 것은 다행스럽지만, 부채가 불어나는 속도가 빠른 것은 우려스럽다.
합계출산율은 0.7명대 안팎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며, 초고령사회 진입 속도는 빠르다. 앞으로 연금이나 건강보험, 기초연금 등의 의무 지출이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다.
프랑스는 출산율이 1.7∼1.8명 안팎으로 유럽 내에서 비교적 양호했음에도 고령화와 은퇴 세대 급증으로 연금과 의료 재정이 파탄 났다.
프랑스처럼 한국 역시 비생산적인 정쟁만 일삼는 여야 정치권은 국민의 안전보다 피로감과 위험을 키우는 요인으로 인식된 지 오래다.
프랑스와 같은 위기는 어느 나라에서든,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그 고통은 프랑스처럼 청년들의 몫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더구나 한국의 원화는 대외 충격에 취약한 비기축통화다. 글로벌 시장의 신뢰를 잃으면 국채 금리 상승에 그치지 않고 환율 급등(원화 가치 급락)과 자본 유출 등의 위험으로 번질 수 있다. 프랑스 Z세대의 비명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indigo@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0월08일 08시12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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