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운기 서대문구청장 “정비구역 해제되면 3년간 재추진 못해···주민갈등 봉합도 필요”[민선 9기 서울 구청장에게 듣다]
박운기 서울 서대문구청장이 16일 자신의 집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대문구 제공
“저를 응원하는 분이 문자를 보내셨습니다. ‘재개발·재건축을 빨리 하겠다고 말해야지, 주민이 원치 않으면 해제하겠다는 말은 하지 말라’고요. 모든 구청장이 신속한 재개발·재건축을 외치고 있지 않습니까.”
박운기 서울 서대문구청장(59·사진)은 그러나 16일 인터뷰에서 “정비사업은 구청장의 의지가 아닌 주민 뜻에 따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정비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곳은 신속한 지원을 해야 하지만 주민이 반대하는 정비사업은 멈추는 게 맞다는 얘기다. 관내 정비사업 추진구역은 54곳에 달한다.
서대문구는 신속통합기획이 확정된 사업지라도 주민 반대가 20%를 넘으면 재검토를 거쳐 해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서울시도 반대 비율이 20%를 넘으면 자치구가 해제 여부를 판단하도록 권고한다.
“정비사업은 초기에 출발 여부를 정해야 합니다. 이미 공정률로 따져 사업이 20~30%까지 진행된 곳은 그제야 반대 목소리가 나와도 멈추기 어렵습니다. 그럴 땐 계속 진행하는 게 맞습니다. 그래서 주민들께도 늘 말씀드립니다. ‘반대하실 거면 사업 초기에 하셔야 한다’고요.”
구는 정비구역에서 해제되면 최소 3년간 재추진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정방침도 세웠다. 주민 갈등을 봉합할 시간을 줘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박 구청장은 “늘 직원들에게 ‘공정하고 투명하게 정비사업을 지원하라’고 말한다”면서 “이 원칙이 지켜지면 소소한 갈등은 있어도 큰 문제 없이 빠른 진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갈등관리책임관 운영을 확대해 갈등이 발생할 경우 즉각 양측의 민원을 듣고 해결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박 구청장은 “정비사업에선 늘 비대위가 만들어지기 마련”이라며 “들어줄 수 있는 것은 들어주고, 오해가 있으면 풀어주면 된다. 직원들에게도 주민의 민원을 귀찮게 여기지 말 것을 늘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구청장은 무너진 대학가 상권도 자생할 힘을 길러줄 계획이다. 신촌과 이대 앞은 한때 청년들이 몰리는 서대문구의 대표적 상권이었다. 현재는 십수 년째 침체를 겪고 있다.
역대 구청장마다 상권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대학생들은 학교 밖 소비를 줄였고, 대학가 상권은 변화한 소비 패턴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 높은 공실률에도 건물주들은 임대료를 낮추지 않았다.
박 구청장은 상권 침체를 해결할 키워드로 ‘청년’을 제시했다. 그는 “그동안 신촌 활성화는 관 주도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신촌의 주인이자 주체인 청년의 의견과 아이디어가 존중되지 않았다”며 “청년의 생각을 먼저 듣고, 행정은 그에 맞춰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대문구는 신촌 연세로에 청년창작실험공간 ‘SYNC-X’를 설치·운영할 예정이다. 청년 문화예술인들이 상주하는 거점을 마련해주고 그들 스스로 신촌에 맞는 색과 문화를 만들어가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그들을 중심으로 사람이 모이고, 상권이 살아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박 구청장은 “신촌은 희망이 조금씩 보인다”고 말했다. 홍대와는 다른 신촌만의 색깔을 내려는 청년들이 점차 늘면서 자생적 문화가 살아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그는 “관은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소통하며 뒤에서 지원만 하면 된다”고 했다.
“모래내시장에 ‘극락’이라고 공연도 하면서 주류도 파는 작은 공간이 있습니다. 원래 저녁만 돼도 불이 다 꺼지는 조용한 곳이었는데 지금은 청년들로 가득합니다. 주변 상권도 조금씩 되살아나고요. 이런 선순환 구조를 많이 만들어내면 변화도 생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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