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이라더니 35% 폭락”…은퇴 전 모아둔 금, 팔아야 할까 [퇴직금 들고 나왔습니다]

안전자산의 대명사로 불리던 금값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올해 1월 사상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던 국내 금값은 이후 하락세를 보이며 고점 대비 30% 이상 떨어졌다.
특히 은퇴를 앞둔 5060세대에게 금값 하락은 남의 일이 아니다. 직장생활을 하며 금반지나 골드바를 차곡차곡 모아온 사람도 적지 않다. 노후에 급한 일이 생기면 팔아 쓰겠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정작 돈이 필요한 시점에 금값이 크게 떨어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기업 부장 J씨(52)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2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며 내 집을 마련하고 예금 5억원과 개인형퇴직연금(IRP) 등 금융자산도 쌓았다. 하지만 배우자는 올해, J씨는 2029년 퇴직을 앞두고 있다. 자녀의 결혼과 창업, 유학자금 등 앞으로 목돈이 들어갈 일도 적지 않다.
J씨가 최근 고민하는 자산은 그동안 노후 대비용으로 모아온 금 200돈이다. 금값이 크게 흔들리면서 은퇴 전에 일부를 팔아 현금을 확보할지, 가격이 회복될 때까지 기다릴지 판단이 쉽지 않다.
안전자산 금도 급락…묵혀두면 무조건 오를까
금은 경제 불안이나 물가 상승기에 자산가치를 지키는 수단으로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안전자산이라고 해서 원금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6일 한국거래소 기준 국내 금값은 1g당 17만7490원으로 지난 1월 28일 26만9780원 대비 약 34% 하락했다. 금값은 미국 금리와 달러 가치, 국제 정세, 투자자금 흐름 등에 영향을 받는다. 국내 투자자는 환율도 고려해야 한다. 국제 금값이 오르더라도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 국내 금값 상승폭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금의 또 다른 특징은 보유하는 동안 현금흐름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금은 이자를 받고 주식은 배당금을 기대할 수 있지만, 금은 가격이 올라도 팔기 전에는 생활비로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은퇴를 앞두고 있다면 금을 무조건 오래 보유하기보다 노후자산포트폴리오에서 어떤 역할을 맡길지 먼저 정할 필요가 있다.
은퇴자에게 중요한 것은 금값보다 현금흐름
J씨 가정은 앞으로 3년 안팎에 딸의 결혼과 창업 지원, 아들의 유학 등 목돈 지출이 예상된다. 부부가 모두 퇴직한 뒤에는 생활비도 마련해야 한다.
문제는 국민연금 수령까지 상당한 소득 공백이 있다는 점이다. 배우자는 2034년, J씨는 2037년부터 국민연금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전까지는 보유 자산을 활용해 생활비를 충당해야 하는 만큼 금 200돈을 모두 장기 보유하는 것이 반드시 유리한 선택은 아니다.
한 가지 방법은 금 200돈 가운데 60~100돈을 향후 필요한 시점에 현금화할 목적자금으로 분류하고, 나머지 100~140돈은 분산투자 자산으로 남겨두는 것이다. 자녀 지원이나 주택 관련 비용이 발생할 때 금 일부를 매각하고, 당장 쓸 계획이 없는 금은 가격 변동을 감수할 수 있는 범위에서 보유하는 방식이다.
다만 30~50%라는 비율이 모든 은퇴자에게 적합한 것은 아니다. 금이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예금 규모, 향후 생활비 부족액에 따라 매각 규모를 달리해야 한다.
J씨는 예금 등 다른 금융자산도 상당해 금을 서둘러 처분할 필요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반면 노후자산의 상당 부분을 금으로 보유한 사람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생활비가 필요한 순간 금값이 하락하면 손실을 감수하고 팔아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은퇴 후 3~5년 안에 반드시 써야 할 돈은 금처럼 가격 변동이 큰 자산보다 원금 손실 위험이 낮고 현금화하기 쉬운 자산으로 준비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골드바 계속 모을까…KRX 금현물 거래도 대안
금을 계속 보유하거나 추가 투자할 계획이라면 거래 방식에 따른 비용도 따져봐야 한다.
금은방이나 금거래업체에서 골드바를 구입하면 매입가격과 매도가격에 차이가 발생한다. 부가가치세와 제작비 등도 고려해야 해 금값이 올라도 실제 매도 수익은 기대보다 적을 수 있다.
반면 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KRX 금시장에서는 증권사 금현물 계좌를 통해 1g 단위로 금을 사고팔 수 있다. 개인투자자의 매매차익에는 양도소득세와 배당소득세가 부과되지 않고, 시장 내 거래에는 부가가치세도 면제된다.
다만 거래 수수료가 발생하며, 계좌에 보유한 금을 실물 골드바로 인출하면 부가가치세 10%와 관련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미 보유한 골드바를 금현물 계좌에 그대로 넣어 거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 실물 금을 팔 때는 업체별 매입가격을 비교하고, 신규 투자는 수수료와 세금까지 따져 거래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다만 금은 오래 보유한다고 반드시 오르는 자산이 아니다. 특히 은퇴 이후에는 투자 손실을 만회할 근로소득이 줄어드는 만큼 금값 상승을 기대하며 필요한 자금을 묶어두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전문가의 원포인트 레슨
금은 자산을 분산하는 수단이지만 원금이 보장되는 자산은 아니다. 가격이 크게 하락할 수 있고 보유하는 동안 이자나 배당도 발생하지 않는다.
퇴직을 앞둔 가정이라면 앞으로 필요한 현금 규모를 먼저 계산해야 한다. 당장 쓸 돈은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금은 가격 변동을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보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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