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기후피해 기금, 대홍수 네팔 280억원 지원 ‘역사적 첫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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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지역 홍수·산사태 재난을 겪은 네팔이 기후변화 때문에 피해를 본 국가를 지원하기 위해 조성된 국제기금의 첫 지원 대상국으로 결정됐다. 기후변화 손실·피해를 보상하는 역사적인 첫걸음을 뗀 것이지만, 지원 규모가 복구에 필요한 재원의 0.5%에 불과한 등 해결해야 할 숙제도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산하 ‘손실과 피해 대응 기금’(FRLD·Fund for responding to Loss and Damage, 손실피해기금)은 지난 22일(현지시각) 임시 이사회를 열고 “네팔에서 발생한 보테코시 돌발홍수에 대응하기 위해 2160만달러(286억원, 160만달러는 감독 비용)를 네팔에 잠정 배정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8월26일 네팔과 중국 국경지대에서 빙하·암석 사태로 인한 대규모 홍수·토석류가 발생해 1400명 이상이 사망하고 6000여명이 실종된 바 있다. 이에 네팔 정부는 선진국들이 배출한 온실가스가 재난의 원인이 됐다고 주장하며 손실피해기금에 보상을 신청했다.
소수의 선진국이 배출한 온실가스 때문에 ‘개발도상국’들이 주로 기후변화 피해를 보는 것은 기후변화의 핵심적인 현실로, 국제사회는 그간 선진국들이 이에 대한 금전적인 책임을 지도록 하는 논의를 벌여왔다. 지난한 줄다리기 끝에, 선진국들이 법적인 배·보상이 아닌 자발적인 출연·지원 성격으로 기금을 조성하기로 합의한 결과물이 바로 손실피해기금이다. 잠정적이긴 하지만, 이번 결정은 2023년 손실피해기금이 공식 출범한 뒤 처음으로 지원을 결정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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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전세계 곳곳에서 기후대응 조처가 시급한데도 기금의 신청·심사·결정 등은 까다롭고 느리다는 비판이 거셌는데, 이번 결정은 신속한 지원을 위해 기존에 규정된 절차와는 다른 이례적인 의사결정 절차를 밟은 사례로도 평가된다. 정규 이사회는 오는 12월 열릴 예정이나, 이 사안만을 따로 논의하고 결정할 특별 임시 이사회가 열렸다. 또 신속한 대응을 위해 네팔이 ‘바베이도스 이행 방식’(BIM)에 따른 지원 신청서를 정규 신청 기간이 아닐 때도 제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시범 도입했다. 바베이도스 이행 방식은 개별 지원 규모, 대상, 전달 방식 등에 대해 2025년 기금이 정한 절차를 말한다.
이브라히마 셰이크 디옹 손실피해기금 사무총장은 이번 결정에 대해 “현장의 긴급한 필요에 맞춰 기금 운영 방식을 조정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네팔의 복구를 지원할 길을 열어줄 뿐 아니라, 기금의 설립 목적을 온전히 이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진전”이라고 자평했다. 이는 네팔이 신청서를 제출한 뒤 국제·시민사회가 7주 동안 이사회를 꾸준히 압박한 결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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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국제사회에서는 2천만달러라는 지원액이 네팔의 재난에 대응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규모라고 지적한다. 현재 기금 관련 규정상 2천만달러는 한 국가가 한 번에 신청할 수 있는 최대 규모다. 네팔 정부가 신청한 내용을 보면, 이번 대홍수에 따른 피해액은 26억9천만달러, 재건과 복구에 필요한 비용을 고려하면 전체 47억1천만달러에 달한다. 지원받을 수 있는 금액이 필요한 금액의 0.5%에 불과한 셈이다. 또 이번 결정은 잠정적이라, 실질적인 기금의 지출은 공식적인 제안서 제출, 이사회 승인 등의 추가 절차를 밟은 뒤에야 이뤄질 전망이다.
선진국들의 온전한 피해 배·보상을 요구하는 ‘필더펀드’(Fill the Fund) 운동을 이끄는 기후운동가 하르지트 싱(사타트 삼파다 기후재단)은 이번 결정에 대해 “역사적인 첫걸음이지만 일회성으로 끝나선 안 된다. 지원이 몇 달 아닌 며칠 안에 이뤄질 수 있는 영구적인 신속 대응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또 “압력에 굴복해 네팔에 2천만달러를 지원하는 데 동의했지만, 선진국들은 취약국들이 필요로하는 지원을 여전히 꺼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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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환경법센터(CIEL)의 수석 활동가인 리엔 반담은 선진국들의 지원은 “자선 행위가 아니라 법률상 의무의 문제”라며 “기후위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국가들이 피해에 대한 구제책과 배상을 제공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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