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위헌’ 후속 입법 8년째 미적…임신중지약 도입 계기로 물꼬 트나
“미프진 접근성 확대해야” 1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사무실에서 정부의 임신중지 약물 도입 관련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권도현 기자
정부가 임신중지 약물인 미프진 도입을 공식화했지만 2019년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형법상 ‘낙태죄’의 후속 입법 조치는 8년째 멈춰있다. 여야 모두 종교계 반발 등을 의식해 후속 입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결과다. 국회가 신속하게 관련 법 정비에 착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임신중지 관련 형법 개정안은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이 낸 것이 유일하다. 조 의원안은 임신 10주 이하의 임신중지만 허용하고 그 이후부터는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정부안을 포함해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각각 6건과 7건 발의됐으나 모두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임신중지한 여성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 의사는 2년 이하 징역에 처하는 형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국회에 이듬해 12월31일까지 대체 입법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국회가 입법에 나서지 않으면서 임신중지 약물은 음성적으로 유통됐고, 임신중지 시술이 필요한 여성들은 법적 안전망 밖에 놓였다. 미프진 도입 전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형법 조항과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장애 등으로 임신중지 허용 요건을 제한한 모자보건법 조항을 모두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정치권에서는 미프진 도입이 후속 입법 조치에 나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여야를 막론하고 여럿 발의돼 있지만 방향에 차이가 있다. 여권에서 발의한 법안들은 수술뿐 아니라 약물로도 임신중지가 가능하도록 하고, 임신부 본인의 동의를 받아 임신중지를 할 수 있도록 하며, 임신중지에 대한 보험 급여를 실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반면 국민의힘에서 발의한 법안은 임신중절 수술 허용 대상을 임신 22주 이내의 태아로 한정하고, 의사의 수술 거부권을 규정하는 내용 등이 중심이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입법 부작위 상태가 지속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며 “개정안을 신속히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적극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종교계 등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내용인 만큼 처리 과정이 녹록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한 여당 의원은 통화에서 “그간 미프진 도입이 잘 안 되다보니 모자보건법·형법 개정을 논의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미프진이 도입되면서 오히려 법 개정 동력은 더 없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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