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매립은 ‘오염’인가, 돌고래 이송은 ‘유통’인가 [지평 기후에너지리포트]

환경법 연구의 어려운 점 중 하나는 그 대상이 넓다는 것이다. 이는 ‘환경’이라는 개념 자체가 갖는 포괄성, 환경오염 원인(모든 사람의 활동)의 광범위함, 헌법상 환경권의 종합적 기본권으로서의 성격, 다른 어떤 법들보다 과학·기술과 밀접히 연관돼 있는 점 등에 기인한다. 이러한 현상은 송무에도 그대로 반영돼, 민사·행정·형사 등 각 분야에서 모두 환경법이 쟁점이 되고 있다. 이에 각 분야별로 주목할 만한 최근 환경법 판례를 하나씩 살펴보고자 한다.
폐기물 매립만으론 오염 아냐
피고는 1994년 5월 A 지역에 대한 택지조성공사를 마친 다음, 그중 일부인 B 토지를 원고에게 양도했다. 2019년 10월 B 토지에 대한 터파기공사 중 건축폐기물과 생활폐기물 등이 발견됐고, 그 처리를 위해 원고는 58억여원을 지출했다. 원고는 ‘피고는 환경정책기본법 제7조 소정의 오염원인자에 해당하므로, 같은 법 제44조 제1항에 따른 무과실책임을 진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항소심은 ‘피고의 폐기물 매립으로 인해 토양이 오염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면서도, 폐기물이 매립된 상태 자체가 환경오염의 일종이라는 전제에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2026. 8. 13. 선고 2026다202828 판결)은 이러한 항소심판결을 파기했다. ‘오염토양’과 ‘폐기물’은 서로 다른 개념으로, 폐기물이 매립된 상태 자체만으로 당연히 토양오염이 발생했다고 볼 수 없는 점, 폐기물이 위법하게 매립됐더라도, 그로 인한 환경오염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폐기물 매립에 관여한 사업자 등이 폐기물처리비용 상당의 손해에 대해 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환경정책기본법상 ‘환경오염의 원인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이 그 근거였다.
위 대법원 판결은 “폐기물 매립 자체만으로는 환경정책기본법상 ‘환경오염’에 해당하지 않고, 환경오염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환경오염이 발생했음이 인정돼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으로, 일반 불법행위책임과는 달리 환경정책기본법상 ‘환경오염 원인자 책임’은 무과실책임이므로, 이를 인정함에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향후 폐기물 매립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 시, 실제로 환경오염이 발생했음을 증명할 수 있는지를 면밀히 검토한 다음, 그에 따라 청구원인을 민법으로 할지 아니면 환경정책기본법으로 할지를 선택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분뇨시설 면적은 시설만 따져
A 사업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국토계획법’)상 계획관리지역에서 가축분뇨 배출·처리 시설을 건축하는 사업으로, 건축허가 및 변경허가를 받은 면적은 9550㎡이고, 설치되는 가축분뇨 배출·처리 시설 면적은 4615.88㎡이다. 원고들은 A 사업 부지로부터 약 300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농지의 공동소유자들로, ‘피고의 건축허가 및 변경허가 처분에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누락한 하자가 있다’고 주장하며, 위 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환경영향평가법 제43조 제1항, 같은 법 시행령 제59조 [별표 4] 제1호 (나)목 및 비고 제7호에 의하면, ① 국토계획법에 따른 계획관리지역에서 ‘사업계획 면적’이 1만㎡ 이상인 경우 또는 ②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가축분뇨법’) 제2조 제3·8호에 따른 ‘가축분뇨 배출·처리 시설 면적’이 5000㎡ 이상인 경우에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에 해당하는 바, “‘가축분뇨 배출·처리 시설 면적’ 또한 ‘사업계획 면적’을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것이 원고들의 주장이었다.
항소심은 위 별표의 ‘가축분뇨 배출·처리 시설 면적’은 ‘사업계획 면적’이 아니라 가축분뇨법상 시설 자체만의 면적을 뜻하므로, 시설 면적이 5000㎡에 미달하는 A 사업은 해당 시설면적 기준에 따른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아니라고 봤고, 대법원(2025. 10. 16. 선고 2025두33592 판결) 또한 이러한 판단이 타당하다고 봤다. 위 각 판결은 ‘문언해석을 기본으로 하되 목적론적 해석은 보충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확립된 대법원 판례 법리에 충실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돌고래 무상 이송도 허가 받아야
피고인들은 2022년 4월 A 해양수족관에 보관 중인 해양보호생물인 큰돌고래 2마리를 B 해양수족관으로 이송해 보관하기로 결정하고 같은 달 화물차 및 선박을 이용해 큰돌고래 2마리를 B 해양수족관으로 이송 후 보관했는데, 이 과정에서 해양수산부장관의 허가를 받지 않았다. 이에 검사는 피고인들을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제1심은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해양생태계법’) 제20조 제1항이 해양보호식물의 ‘이식’은 규정하나, 해양보호동물의 ‘이송·양도·양수·운반’ 등은 규정하지 않는 점 △피고인들의 기증(무상양도) 및 이송 대상인 큰돌고래는 상품이 아니므로 ‘유통’에 해당하지 않는 점 △‘유통’의 의미를 확대 해석하면 기본권을 제한하게 되는 점 등을 근거로, 피고인들이 무죄라고 봤다.
그러나 항소심은 이러한 제1심판결을 파기했다. △해양생태계법 제20조 제1항은 본문에서 ‘포획·채취·이식·가공·유통·보관·훼손’을 금지하고, 단서 제4호에서 공익사업 등을 위한 해양보호생물의 ‘이동 또는 이식’에 허가가 필요하다고 규정하며, 단서 제6호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19조에서도 인명 또는 수산물 피해 방지를 위한 해양보호생물의 ‘이동 또는 이식’에 허가가 필요하다고 규정하는 바, 만약 해양보호동물의 ‘이동’이 허가 대상이 아니라고 본다면, 원칙적으로는 허가가 필요치 않으나, 공익적 필요나 해양수산부령에 규정된 상황에서는 허가가 필요하다는 모순이 발생하는 점 △해양보호식물과 해양보호동물을 구별할 특별한 이유가 없는 점 △‘유통’은 ‘양도·양수·운반’ 등을 포함해 물건 등이 장소적으로 이동되는 것을 통틀어 명명할 수 있는 용어인 점 △‘양도·양수’ 등 비난받아야 할 행위가 금지되지 않는다는 해석은 해양생태계법의 목적에 반하는 점 등이 그 근거였다. 위 항소심판결은 대법원의 상고기각판결(2025. 3. 13. 선고 2025도439 판결)로 그대로 확정됐다.
위 항소심판결은 해양생태계법상 ‘유통·보관’의 의미를 넓게 해석해, 해양보호생물의 무상 이동 및 보관 행위도 규제 대상에 포함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는 해양생태계를 종합적·체계적으로 보전·관리한다는 해양생태계법의 입법취지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해석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비록 해양생태계법 제20조 제1항 본문에는 ‘이동’이라는 문언이 없지만, 같은 항 단서 제4·6호에는 ‘이동’이라는 문언이 있는 바, 본문과 단서를 종합적으로 해석하면, 본문을 통한 규제 대상에도 ‘이동’이 포함돼 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언해석의 원칙을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지평 기후에너지리포트]에서는 기후에너지환경 분야 정책 변화부터 사업개발, 투자, 인허가, 분쟁까지 주요 법률 이슈를 짚고, 기업이 알아야 할 핵심 정보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한재상 변호사는 법무법인 지평 건설부동산그룹 및 기후에너지센터 소속으로 판사 재직 경험과 행정법(환경법)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행정, 환경, 민사, 형사 및 도산 분야의 자문과 소송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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