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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October 13, 2026

레이저 차단 필름에 아이폰 탐지기까지...스파이 공포 속 몸집 키우는 中 방첩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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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공항에서 체포된 장완잉(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FBI 요원들의 모습. 장완잉은 라이칭더 대만 총통의 아들과 그의 가족들을 감시해 중국에 정보를 넘긴 혐의로 체포됐다. [AFP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공항에서 체포된 장완잉(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FBI 요원들의 모습. 장완잉은 라이칭더 대만 총통의 아들과 그의 가족들을 감시해 중국에 정보를 넘긴 혐의로 체포됐다. [AFP연합뉴스]

중국 관리들이 굳게 닫힌 문 뒤에서 중대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극도로 민감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테이블 위에는 ‘기밀’ 도장이 찍힌 문서들이 펼쳐져 있다. 그때 갑자기 눈에 보이지 않는 레이저 빔이 방 안으로 쏘아져 유리창을 훑고 지나가며 회의 내용이 외부로 고스란히 전송된다.

중국 국가안전부는 6개월 전 새로운 형태의 ‘레이저 도청’에 대해 정부 부처와 기타 기관들에 경고하며 이처럼 공상과학 영화 같아 보이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국가안전부에 따르면 이 같은 정교한 비접촉식 감시 기술은 실내의 음파로 인해 발생하는 유리창의 미세한 진동을 감지하는 원리에 의존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레이저 빔을 창문에 쏘아 반사되는 신호를 수신하고 이를 분석해 외부 조작자는 실내에서 오가는 대화를 재구성할 수 있다.

13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스파이 행위와 데이터 유출에 대한 공포가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 제조업체들이 급성장하는 보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술 발전과 고조되는 스파이 우려, 중국 당국의 국가 안보 요건 강화 등이 기밀 보호 장비 제조업체들에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SCMP가 입수한 여러 기밀 보호 장비 업체의 제품 카탈로그에는 온갖 간첩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다채로운 제품들이 소개되어 있다.

앞서 언급한 레이저 침투 사례의 경우, 날아오는 레이저 빔을 감지해 경보를 울리는 동시에 레이저가 발사된 방향까지 식별해 내는 모니터링 시스템이 존재한다. 또 다른 제품은 창문의 투명도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특정 파장의 레이저만 흡수하는 ‘레이저 차단 필름’을 사용한다.

그런가 하면 전자 신호와 전자기 간섭을 차단하는 동시에 적외선 열화상 감시로부터 실내를 보호해 주는 전자파 차폐 원단으로 제작된 특수 커튼도 있다.

현재 가장 수요가 높은 제품은 중국의 ‘화이트리스트(허용 목록)’에 등재되지 않은 기기에서 발생하는 와이파이 및 블루투스 신호를 포함해 미확인 신호를 탐지하고 차단하는 시스템이라고 한 업계 내부 관계자는 밝혔다.

이 관계자는 “많은 첨단 도청 및 은밀한 감시 시스템이 100미터가 넘는 거리에서도 와이파이나 블루투스를 통해 무선으로 제어될 수 있다”며 “이는 현장 보안 검색대 같은 물리적 보안 조치의 방어선을 훌쩍 넘어서는 범위”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미확인 블루투스, 와이파이 및 기타 신호에 대응하도록 설계된 시스템이 필수적인 인기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미확인 신호 탐지 시스템 중에서도 애플 기기에서 방출되는 신호를 집중적으로 수색하는 장비가 특히 눈에 띈다. 국가 안보 우려를 이유로 일부 중국 정부 부처와 기관들은 2023년부터 직원들에게 직장 내 아이폰 사용 중단을 요구해 왔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제품을 업데이트하고 개발함에 따라 은밀한 녹음 방지 장비 역시 또 다른 성장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장치는 주로 보안 회의실을 구축하거나 중국 인력이 참여하는 해외 활동 중에 사용된다고 덧붙였다. 중국 기업들이 판매하는 대부분의 장비는 중국 내에서 제조되지만, 최소 한 곳의 업체는 러시아산 녹음 방지 재머(전파교란기)를 수입해 중국 고객들에게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한 방첩 장비 제조업체 직원에 따르면 이 같은 제품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은 2023년 무렵부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직원은 “2023년 이후 주문 금액이 해마다 대폭 증가했고, 고객을 찾기가 훨씬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2023년 이후 수요 급증의 원인이 명확하지는 않으나 중국 내에서 일어난 주요 방첩 및 데이터 보안 관련 사건들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SCMP는 전했다.

그해 8월 중국 국가안전부는 중국 최대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위챗에 공식 계정을 개설하고 대중에게 스파이 위험을 경고하는 게시물을 매일 쏟아냈다. 사회 전체가 “기밀 보호를 위한 방어선을 공동으로 구축하고 방첩 활동에 동참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또한 2023년 중국은 2014년에 제정된 반간첩법을 대폭 개정해 간첩 행위의 정의를 확대하고 국가 안보 법 집행 기관의 조사 권한을 강화했다.

여기에 2023년 7월 당시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었던 윌리엄 번스는 10년 전 심각한 타격을 입었던 중국 내 스파이 네트워크를 재건하는 데 미국 정보기관이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중국은 대응 조치를 하겠다고 맞섰고, 2024년 ‘국가비밀보호법’을 대폭 개정했다.

업계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에는 기밀 보호 장비를 전문으로 하는 10여 개의 중견 기업이 있다. 이들 중 다수는 국방 산업과 어느 정도 연관성을 맺고 있다.

중국 기밀 보호 장비의 주요 고객은 군 부대, 성(省)급 이상 정부 부처, 그리고 국가 기밀을 다루는 국유 기업들이다. 특히 방위산업 분야 기업들의 수요가 매우 강하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그는 이 사업이 기밀 보호 시스템 구축이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일부 지방 정부 부처로 확장되고 있다고 했다.

일부 기밀 보호 장비 업체들은 장비 판매 외에도 해외로 출장을 가는 관리들에게 대(對)감시 및 도청 방지 기술을 훈련하는 업무도 지원하고 있다.

소식통은 업체들이 은폐된 감시 장치가 설치된 방을 직접 꾸며놓고, 관리들이 대감시 기술을 실습하며 최종적으로 숨겨진 장비를 찾아내도록 하는 훈련을 진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다양한 유형의 휴대용 대감시 장비 사용법뿐만 아니라, 도청 장치가 어떤 형태를 띠고 어디에 숨겨져 있을 수 있는지를 가르친다”며 “교육생들이 찾아내야 하는 감시 장치가 때로는 화분 속에 놓인 돌멩이일 수도 있고, 때로는 돔 조명 기구에 부착된 장식물 조각일 수도 있다. 장치들이 매우 교묘하게 위장되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심지어 이들 기밀 보호 장비 기업들은 해외 확장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한 소식통은 “기밀 보호 장비의 해외 판매는 주로 중앙아시아 및 아프리카 국가의 정부 부처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며 ”특히 타지키스탄이나 카자흐스탄을 비롯해 해당 지역에서 ‘일대일로’에 참여하고 있는 국가들이 주요 고객”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기밀 보호 장비는 전체 시스템 세트가 통상 악 1만5000달러에서 3만 달러(약 4000만원)에 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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