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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October 11, 2026

“우리는 배우며 익어가는 존재…AI 공부하자,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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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AI 학구열’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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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일 경기도 수원 광교노인복지관에서 열린 ‘2026 시니어 디지털 금융교육’에 참여한 수강생들이 AI를 배우는 다짐 등을 적은 칠판을 머리 위로 들어올리고 있다. 카카오임팩트재단 제공.
9월2일 경기도 수원 광교노인복지관에서 열린 ‘2026 시니어 디지털 금융교육’에 참여한 수강생들이 AI를 배우는 다짐 등을 적은 칠판을 머리 위로 들어올리고 있다. 카카오임팩트재단 제공.

“에이아이(AI)는 누구나 처음이에요. 어렵다, 낯설다, 그런 선입견 대신 디지털 세상 한번 이해해보겠다, 이런 작은 호기심으로 수업을 들어주시면 좋겠어요.”

“네에~!”

‘시니어 티처’ 김채현씨 말이 떨어지자마자 머리가 희끗희끗한 15명의 수강생들이 씩씩하게 답했다. 지난달 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광교노인복지관에선 ‘2026 시니어 디지털 금융교육’이 한창이었다. 카카오 기업재단인 카카오임팩트재단은 2024년부터 카카오·카카오페이와 함께 시니어 티처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60살 이상 시니어에게 디지털 교육을 시킨 뒤 전국 곳곳에 ‘파견’해 또다른 시니어에게 디지털 도구 사용법을 가르치는 방식이다. 최근 거세게 불고 있는 인공지능 열풍은 시니어도 예외가 아니었다. 교육 수요가 높아지면서 올해부터는 에이아이(AI)도 커리큘럼에 포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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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아이를 사용해본 적 있냐는 질문에 몇몇 수강생들은 “써보긴 했지만…” 이라며 말꼬리를 내렸다. 김씨는 자동응답 챗봇, 로봇청소기에도 에이아이가 쓰인다는 걸 얘기하며 쉽게 설명을 이어갔다. “검색은 한번 답하고 끝나지만 이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물어볼 수 있어요. 데이터를 입력하면 점점 더 똑똑해지는 게 특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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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카카오톡에 들어온 무료 챗지피티에 음성으로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것이 첫번째 실습이었다. “백내장에 대해 알려줘.” “고래사진 보여줘.” 휴대폰 화면에서 마이크 버튼을 얼른 찾지 못하는 이들에겐 이날 보조 교사로 참여한 다른 ‘시니어 티처’들이 달려갔다. 디지털 도구 사용이 능숙하지 못한 이들도 충분히 수업을 따라가게 돕는 시스템이다. 지시어로 이미지 만드는 작업도 이어졌다. ‘+’ 버튼을 눌러 현재 자신의 사진을 올리게 한 뒤 에이아이에 “20년 더 젊은 모습”으로 바꿔달라고 했다. 머리숱도 훨씬 많고 자글자글 주름이 사라진 얼굴에 수강생들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광교노인복지관 디지털교육에 참가한 한 수강생이 에이아이를 사용해 자신의 사진을 젊은 시절 모습으로 바꾸고 이를 지브리스타일로 변환했다. 카카오임팩트재단 제공
광교노인복지관 디지털교육에 참가한 한 수강생이 에이아이를 사용해 자신의 사진을 젊은 시절 모습으로 바꾸고 이를 지브리스타일로 변환했다. 카카오임팩트재단 제공

이날 첫번째 수업은 에이아이에 대한 기초적 지식 위주로 진행됐지만, 수강생들의 지식이나 기대 수준은 높은 편이었다. 평생 집에서 살림해왔다는 오선균(76)씨는 “개안을 한 기분”이라고 했다. “디지털을 배우니 정말 세상이 밝아지는 거 같아요. 최근엔 카카오택시 부르는 거 배워서 타고 다녀요. 너무 행복해요. 급할 때 온라인 송금하는 거, 길 찾는 거, 에이아이에 물어보는 거… 계속 배우는데 끝까지 ‘실행’이 쫙 안되는 게 문제죠, 자꾸 잊어버리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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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한국일보 편집국장 출신으로 현재 ‘광교 IT 기자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흥률(66)씨는 지난해 ‘니가 기자냐, 나는 기자다!’라는 에세이를 출간하면서 챕터 구성·제목 달기 등에서 “챗지피티 덕을 많이 봤다”고 했다. 이미 에이아이를 많이 써봤음에도 “기초를 다지고 재교육을 받으려고” 강의를 들으러 왔다. 오랫동안 자영업을 하다 몇년 전 은퇴한 정병길(84)씨는 2년 전부터 에이아이를 공부하고 있다. 이미 몇차례 관련 강좌도 들었다. “컴퓨터를 쓰다가 막힐 때 옛날엔 에이에스(AS) 센터에 가서 돈 주고 고쳤는데 이젠 에이아이에 물어보면 웬만한 문제는 해결돼요. 우리 애들이 건강식품이나 약 사다주면 예전엔 몸에 좋은 거겠지 하며 그냥 먹었는데 이제는 약병 사진을 찍어서 성분·사용법 같은 거 다 물어봐요.”

이들을 움직이는 엔진은 에이아이를 잘 배워서 잘 쓰고 싶다는 열망이었다. 수강생들은 에이아이 지식을 묻는 퀴즈 풀이에 앞서 각자 칠판에 하고 싶은 말을 적었다. “아름답게 늙어가자. AI를 정복하자”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화이팅” 같은 결의에 찬 문구가 가득했다. 그 가운데 한 문장이 눈길을 끌었다.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좀더 배우고 익어가는 것이다. 아자!”

삶의 황혼기, 일상을 배움으로 숙성시켜려는 이들에게 ‘디지털 취약계층’이라는 낙인은 어울리지 않는 듯했다. 눈에 얼른 들어오지 않는 버튼을 찾는 데 도움이 필요했고, 배운 것을 잊어 다시 익혀야 할 때도 있었다. 그래도 이들은 일상을 바꿀 도구를 배우러 교실에 왔다. ‘에이아이 액티브’들에게 ‘낯선 것’은 ‘취약하다’의 유의어가 아니라 ‘배우다’의 목적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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