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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October 14, 2026

지역균형발전, ‘삼전닉스’만 믿으면 실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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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이 9일 오후 전남광주 서구 군공항 탄약고 부지를 찾아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 예정지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이 9일 오후 전남광주 서구 군공항 탄약고 부지를 찾아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 예정지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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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이 추진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권력자의 의지, 정책에 대한 국민의 감정적 지지, 그리고 정책의 준비 정도다. 의지는 얼마나 강하게 밀어붙이느냐고, 감정적 지지는 그 정책이 국민의 마음에 얼마나 와 닿느냐다. 준비는 목표를 실현할 논리와 실행 수단을 갖췄느냐다.

이 틀로 이재명 정부의 자본시장, 부동산,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짚어 보자. 자본시장정책은 정책에 대한 지지와 준비는 충분하나 집권 초기보다 대통령의 의지가 후퇴한 듯 보인다. 대통령이 의지를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 부동산 정책은 국민의 감정적 지지가 가장 결여되어 있다. 이게 해결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 한다. 지역균형발전은 준비를 더 철저히 해야 한다. 특히 ‘삼전닉스’와 운명을 함께하면 안 된다.

 ‘마가’가 보여주는 정책의 성공 조건

트럼프 대통령은 ‘마가’(MAGA) 정책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정책 추진의 세 가지 요소를 살펴보기 좋은 표본이다. 한 번 대통령을 지낸 뒤 재선에서 패해 본 것이 크다. 선거를 지면 정신이 번쩍 든다. 절박하게 정책을 보완한다는 뜻이다. 우선 권력자의 의지를 보자. 트럼프는 관세를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 불러 왔다. 1기의 트럼프는 취임 1년이 지난 2018년 1월에야 첫 관세를 발표했다. 재선에 실패하고 돌아온 2기의 트럼프는 선서 몇 시간 만에 멕시코·캐나다에 25% 관세를 선언했다. 표적도 달라졌다. 1기의 관세가 중국이라는 특정 표적을 겨눈 것이었다면, 2기는 거의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전면전으로 번졌다. 올해 2월 대법원이 관세를 위법이라 판결하자, 그는 몇 시간 만에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10% 관세를 다시 물렸다. 122조가 7월24일 만료된 순간, 301조로 곧바로 갈아탔다. 법원이 막으면 법 조항을 바꿔서라도 간다는 집요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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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에 대한 국민의 감정적 지지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하트랜드’(Heartland)의 서사다. 미시간 등 미국의 중서부와 남부 일부 지역을 뜻하는 이 지역은 한때 미국 제조업의 심장이었으나, 세계화와 자동화, 중국의 부상 속에 공장과 일자리를 잃었다. 트럼프는 이 상실의 책임을 중국과 역대 정부의 무역협정에 돌렸고, 그의 마가 구호는 소외된 노동자들에게 음악과도 같았다. 굴뚝에 대한 향수는 강하다. 2024년 한 여론조사에서는 80%가 제조업 종사자가 늘면 나라가 나아질 것이라고 답했다. 제조업이 전체 고용의 8%도 안 된다는 지적에도 이 정서는 꺾이지 않았다. 트럼프는 2기 집권기에 들어 이 서사를 한층 끌어올렸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상호관세를 발표한 2025년 4월2일을 “해방의 날”로 선언했고, “황금시대”라는 구호를 전면에 내걸었다.

정책의 준비는 집권 1기와 2기의 시차가 가장 잘 드러나는 지점이다. 1기 마가는 공장과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2017년 트럼프는 폭스콘의 위스콘신 공장 기공식에서 100억 달러 투자와 1만3천개의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지만, 2021년 투자 규모는 6억7200만달러, 고용 목표는 1454개로 쪼그라들었다. 세제 혜택만으로는 공장이 생기지 않는다는 교훈을 얻은 셈이다. 2기의 트럼프는 이 실패를 메울 보완책으로 대미투자의 ‘강제’를 들고 나왔다. 일본은 5500억 달러, 한국은 3500억 달러, 유럽연합(EU)은 6000억 달러를 약속했고, 그 대가로 ‘관세 상한 15%’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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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시각) 미국 오하이오주 영스타운의 코벨리 센터(Covelli Centre)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시각) 미국 오하이오주 영스타운의 코벨리 센터(Covelli Centre)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준비의 또 다른 축은 물가 상승 우려에 대한 대응이다. 1기에는 2019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소비재 관세를 연기하며 “소비자에게 영향을 줄 수 있어서”라고 말한 바 있다. 부과 전 관세를 미리 늦추는 수준이었지, 이미 걷던 관세를 되돌린 적은 없었다. 2기는 다르다. 트럼프는 처음엔 관세가 물가를 올리지 않는다고 부인했지만, 지난해 11월 생계비 부담을 핵심 쟁점으로 치른 지방선거에서 공화당이 잇달아 패하자, 이미 걷고 있던 200개 넘는 식료품의 관세를 소급 철회했다. 올해 8월에는 소고기 30만톤에 90일간 관세를 면제하기도 했다. 관세가 가격을 올릴 수 있다고 처음 인정한 것도 이때다.

자본시장 활성화, 대통령 의지가 중요하다 

이재명 정부의 정책을 보자. 먼저 자본시장이다. 자본시장 활성화는 이재명 대통령의 가장 선명한 공약이었다. 대선 예비후보 시절이던 2025년 4월 그는 “나도 한때 큰 개미였다”며 상법 개정안 추진을 공언했다. 취임 후에도 이 의지는 이어졌다. SNS에는 “상법 개정하니 기업과 국가사회 모두가 좋아지지 않았습니까”라는 글을 직접 올렸다. 그런데 지수가 꺾인 이후 이 의지는 눈에 띄게 흐려졌다. 아무런 언급이 없다. 의지는 성과가 보일 때만이 아니라 위기일 때 더 분명해야 신뢰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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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감정적 지지는 나름 탄탄하다. 이는 구체적인 분노의 기억에서 나온다. 2024년에는 두산그룹이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불리한 비율에 편입하려 했다. 두산그룹 지배주주 일가의 지배력만 크게 뛸 것이라는 논란이 제기됐다. 두산에너빌리티 주주연대는 트럭 시위에 나섰고, 합병은 무산됐다. 2025년 3월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급할 것 없는 3조원대 유상증자로 주가가 하루 만에 13% 급락하기도 했다. 이런 사례들이 쌓이며 지배주주가 이익을 가져가고 개미투자자가 비용을 떠안는다는 인식이 퍼졌다. 이 인식은 상법개정의 직접적 추진력이 됐다.

정책의 준비도 잘 되어있다. 20년 넘게 쌓인 지배구조 개선 시도의 역사 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 1998년 외환위기 직후 상법 개정으로 집중투표제와 이사의 충실의무가 처음 도입됐지만, 집중투표제는 정관으로 배제할 수 있는 임의규정이어서 사실상 유명무실했다. 2000년에는 증권거래법 개정으로 사외이사 선임이 의무화됐다. 이후 집중투표제를 의무규정으로 바꾸려는 시도가 거듭 국회에 발의됐지만 그때마다 재계 반발에 막혔다. 2011년 상법 개정에서는 이사의 자기거래 규율이 강화됐고, 2016년에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됐으며, 2020년에는 공정경제 3법 논쟁이 있었다. 매번 도입과 좌절을 거듭하며 무엇이 효과적인지에 대한 경험이 쌓였다. 이재명 정부의 2025~2026년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포함한 세 차례 상법 개정은 이 긴 역사의 집대성이다.

정책 의지 강한 부동산·균형발전, 성공의 조건은? 

부동산 정책은 세 조건 중 국민의 감정적 지지가 가장 뚜렷하게 결여된 사례다. 대통령의 의지는 거듭 확인된다. 그는 “망국적 부동산 투기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타파할 것”이라고 말해 왔다. 정부는 취임 한 달도 안 돼 지난해 6월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묶는 대책을 내놓았고, 10월에는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 때 세금 중심 규제의 부작용을 학습해 대출 규제를 먼저 꺼내 든 결과로, 나름의 준비도 있었다. 초기에는 이 전략이 통했다. 다주택자와 실수요자를 분리해 투기 수요만 겨냥한다는 메시지가 통하면서, 정권 초기 긍정 평가가 50%를 넘는 조사도 있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의 모습. 연합뉴스

그러나 지지는 오래가지 못했다. 가장 싸늘해진 것은 2030세대다. 대출 규제 이후 전세 매물이 줄며 임대료가 뛰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분노가 쏟아졌다. 한 이용자는 “월세가 이재명 들어서자마자 하늘로 가버렸다”고 썼다. 결혼을 앞둔 한 20대는 임장까지 갔던 매물을 눈앞에서 다른 이에게 뺏겼다. 그는 “서울에 내 집이 어디 있을까 싶다”고 토로했다. 이런 체감은 숫자로도 드러난다. 7월 조사에서 30대 부정 평가는 56%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8월 조사에서는 69.4%까지 치솟았다. 대통령의 말이 거듭 강경해질수록, 정작 그 말을 가장 믿어야 할 2030 무주택자들에게서 신뢰는 더 멀어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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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균형발전은 이재명 대통령이 가장 강하게 밀어붙이는 주제 중 하나다. 그는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사실상 모든 큰 문제들의 출발점은 극심한 국토 불균형”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은 “폭발 위기”, 지방은 “소멸 위기”라는 표현도 썼다. 국민의 감정적 지지도 나쁘지 않다. 3월 조사에서 지역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응답은 94%였고, 중앙행정기관의 지방 이전에도 57.6%가 찬성했다.

그러나 이 정책은 준비 면에서 약점이 있다. 정책의 성과가 사실상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 두 기업의 투자 결정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점이다. 3대 메가프로젝트 전체 투자는 연관 사업 포함 1400조 원에 이른다. 이 중 두 기업의 반도체 몫이 800조 원으로 절반을 훌쩍 넘는다. 지난해 12월부터 용인 클러스터 이전론이 제기됐다. 정부는 서남권 신설과 용인 투자 가속이라는 절충으로 답했다. 이는 두 기업의 결정을 빌려 균형발전의 성과를 보여 주려는 시도로 읽힌다. 문제는 속도다. 메가특구법이라는 제도적 뒷받침이 자리 잡기도 전에 대기업 투자 발표부터 서둘렀다. 이는 성과를 빨리 보여 주려는 조바심으로 비친다. 준비 없이 상징적 발표에 기댈수록 위험은 커진다. 사업이 지연되거나 두 기업의 계획이 바뀌면, 정책 전체의 신뢰가 함께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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