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공화당에 6천억 쏟아붓고도 ‘빈손’…사업 불확실성만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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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부자인 일론 머스크가 3일(현지시각)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가장 큰 패배를 당한 인물로 꼽힌다. 테슬라와 스페이스엑스(X) 최고경영자(CEO)인 그는 공화당 후보 지원에 4억4500만달러(약 6천억원)를 쏟아부었지만, 지원한 후보 대부분이 낙선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집권 초 장관으로 일했던 그의 행적 등에 대한 조사를 벼르고 있다.
5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과 로이터 통신 등 보도를 보면, 머스크가 지원한 공화당 연방 하원 후보 37명 가운데 당선된 이는 3명뿐이다. 33명이 낙선했고, 나머지 1곳은 5일 오후까지 결과가 확정되지 않았다. 상원 후보는 7명을 지원했으나 6명이 패배했다. 아직 개표 중인 알래스카 상원 선거는 개표율 78% 기준으로 민주당의 메리 펠톨라 후보가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특히 스페이스X와 테슬라 본사가 있는 사업 근거지 텍사스에서의 패배가 뼈아프다. 그는 텍사스 연방 상원 선거에 약 2억3천만달러, 주지사 선거에 500만달러, 부지사 선거에 50만달러를 쏟아부었지만, 공화당 후보들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텍사스에서 당선된 민주당 제임스 탤러리코 상원의원 당선자와 지나 이노호사 주지사 당선자는 머스크가 텍사스에서 벌이는 사업에 대한 규제를 벼르고 있어, 사업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졌다. 선거 결과가 나오고 하루 뒤인 5일 미국 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10.77%, 스페이스X 주가는 9.05%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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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자금 감시단체 오픈시크릿 집계로, 머스크가 이번 선거에서 쓴 돈은 4억4500만달러에 이른다. 2024년 대선 때(3억달러)보다 50% 가까이 증가했다. 그는 일반 정치활동위원회(팩·PAC)나 특별정치활동위원회(SUPER PAC) 보다 후원자 공개 의무가 느슨한 ‘다크머니’ 단체를 통해서도 수천만달러를 추가로 집행했고, 공시 규정이 제각각인 주·지방 선거에도 수백만달러를 썼다고 지역 언론은 전했다. 이런 자금 투입으로 텍사스 상원 선거는 이번 선거에서 가장 많은 돈이 투입된 선거가 됐다. 정치광고 추적업체 애드임팩트는 이 선거에 총 5억7320만달러(7800억원)가 쓰였다고 집계했다.
민주당은 머스크와 그의 기업들에 대한 조사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벼르고 있다.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초기 정부효율부(DOGE) 장관으로서 정부 축소와 지출 삭감에 관여한 일과 우크라이나전쟁 때 스페이스X 위성 사용을 제한했는지 여부 등이 조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로버트 라이시 전 노동부 장관은 스페이스X 국유화까지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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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의원들은 이미 지난달 스페이스X와 국방부, 백악관에 서한을 보내 우크라이나의 스타링크 속도를 제한한 경위를 물었다. 머스크의 인공지능(AI) 챗봇 ‘그록’을 통한 여성·아동 성적 대상화 이미지 유포, 정부효율부 운영 과정의 이해충돌 문제, 스페이스X가 나사(NASA)·국방부와 맺은 연방 계약의 적절성도 조사 대상이다.
머스크 쪽의 공격적인 광고의 표적이 됐던 텍사스 민주당 당선자들도 칼을 빼들 기세다. 이노호사 텍사스 주지사 당선자는 머스크와 주정부 사이의 유착 관계를 파헤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미 공화당 주정부가 스페이스X의 로켓 발사장인 텍사스 남부 보카치카 해변을 넘겨준 경위를 따지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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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의 선거 개입이 오히려 민주당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공화당 후보들에게 부담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머스크는 엑스(X)에서 탤러리코 후보를 60차례나 거론하며 ‘순수한 악’이라고 비난했지만, 탤러리코는 이를 반격의 소재로 삼았다. 그는 “머스크는 우리의 땅과 물, 납세자의 돈을 원하며 자신만의 사적인 상원의원을 원한다”며 머스크를 선거전의 ‘맞상대’로 활용했다. 민주당은 머스크에 반발한 지지자들의 소액 기부로 공화당을 크게 앞서는 자금을 모은 반면, 공화당은 소수 대형 후원자에 대한 의존이 더 깊어졌다. 억만장자 마이클 블룸버그는 선거 막판 몇 주 동안 민주당에 8천만달러를 기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투표일이 다가오면서 머스크가 소득 불평등과 인공지능의 급부상, 데이터센터, 백악관에 대한 빅테크의 영향력 등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을 상징하는 인물이 됐다고 짚었다.
머스크는 투표를 앞두고 엑스에 “칼로 일어선 자는 칼로 망한다”며 “나와 싸우려는 자들은 내가 진짜 배후 조종자가 누구인지 밝혀내 꼭두각시뿐 아니라 그들 본체까지 찾아갈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위협했다. 투표 당일 밤 민주당의 압승이 드러나자 그는 엑스에 “이번엔 내 선거 개입용 우주 레이저가 작동하지 않은 모양”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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