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떼일 걱정 없는 ‘전월세 안심신탁’ 이달 말 첫선…집주인 호응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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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전세를 원하는 임차인과 월세 수익을 원하는 임대인을 연결해주는 신개념 임대차 방식인 ‘전월세 안심신탁’을 이달 말 출시한다. 개인 간 사금융 형태로 운영되어 온 전세제도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오는 첫 시도인데, 집주인들이 얼마나 호응할지가 관건이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임대인 이자수익률과 세제혜택 규모 등이 안심신탁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국토교통부의 주택통계를 보면 1∼7월 전국 월세거래량 비중(보증부 월세·반전세 등 포함)은 68.3%로 1년 전 같은 기간(61.8%)과 견줘 6.5%포인트 늘었다. 특히 월세화는 비아파트가 주도하는 중이다. 2024년 69.5%였던 비아파트 월세 비중은 2025년 75.6%, 올해 80.4%로 가파르게 늘고 있다. 아파트에서도 월세 비중은 꾸준히 늘어 올해 52.4%로 절반을 넘겼다. 전세사기 사태의 여파로 비아파트에서는 전세 회피 현상이 강한 데다, 전세대출 규제도 강화되면서 세입자가 대출을 받지 않아도 될 정도로 보증금을 낮추는 대신 월세를 받는 매물이 많아진 것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허그·HUG)는 ‘전월세 안심신탁’이 급격한 ‘월세화’의 연착륙을 위한 상품이라고 설명한다. 허그와 임대인, 임차인이 3자 계약을 맺고 임차인이 전세 보증금을 허그에 예치하는 방식이다. 허그는 보증금을 운용해 임대인에게 매달 월세에 해당하는 수익을 지급하고, 임대차계약이 끝나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직접 돌려준다. 기존 전세제도는 임차인이 주택 거주를 대가로 임대인에게 거액의 보증금을 무이자로 빌려주는 개인간 사금융 성격이 강했다면, 안심신탁은 공적기구(허그 전월세안정화기구)가 중간 매개체로 들어가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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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신탁은 매달 비용이 나가는 월세보다 전세를 선호하는 임차인들에게 특히 유용하다. 우선 통상적인 전세계약과 달리 임대인이 보증금을 가지고 있지 않고 이를 전월세안정화기구가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안전하다. 현행 전세 제도는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거액을 쥐여주면서도, 그 돈이 갭투자나 위험 자산에 쓰이는 것을 막을 법적 안전장치가 전무한 ‘깜깜이 사금융’에 가깝다. 하지만 안심신탁에서는 임대인의 자금 사정 등으로 인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아울러 임차인의 주거 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허그는 보증금 1천만원에 월세 74만원짜리 빌라가 전월세 안심신탁에 가입하고 전세 2억원(전월세 전환율 4.7% 기준)의 매물로 바뀌는 상황을 예시로 들어 이를 설명한다. 만약 세입자가 보증금의 80%인 1억6천만원을 연 3.97% 이율로 전세대출로 조달한다고 가정하면, 매달 이자로 약 53만원이 나간다. 월세 74만원을 내던 것보다 20만원가량 저렴하다. 보증금을 떼일 위험이 없는 만큼, 별도의 전세금반환보증과 전세대출보증에 가입할 필요도 없어 보증료 부담도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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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 대출 형태를 띤 전세 제도를 공공의 안전망으로 끌어들이는 첫 시도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는 결국 ‘집주인의 참여’다.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각자의 사정에 맞게 융통하던 기존 방식을 포기하고 공공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할 매력적인 유인책이 필수적이다. 허그는 임대인에게 연 4∼5% 수준의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는 아직 목표일 뿐 수익률이 확정되진 않았다.
안심신탁의 운용 수익이 목표수익률에 못 미치거나 투자 손실이 발생할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허그 관계자는 “보증금으로 조성될 주택공급 활성화 펀드 재원은 허그가 원리금 지급을 전액 보증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에 투입돼 이자 수익을 받는 구조”라며 “허그의 전문적인 심사를 거친 사업장에만 투자하기 때문에 보증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은 극히 적으며, 설령 사고가 나더라도 허그가 보증하기 때문에 손실이 발생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확정이자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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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그는 목표 수익률 외에도 임대인이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을 다양하게 마련해 임대인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임차인의 월세 미납 리스크가 원천 차단되며,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공실이 발생하더라도 최대 2개월간은 허그가 월 수익을 그대로 보장한다. 주택에 근저당이 설정돼 있어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웠던 임대인 역시 허그의 공적 신용을 바탕으로 한층 수월하게 임차인을 모집할 수 있다. 여기에 등록임대사업자의 보증가입 의무가 면제돼 임대보증료 등의 비용 부담도 덜 수 있다. 주택연금 이용자의 경우 비수도권으로 이주한 뒤 안심신탁에 가입하면, 실거주 요건을 면제해 월세 수입과 주택연금을 동시에 수령할 수도 있다.
임대수익에 대한 세율 완화 등 세제 혜택도 제공될 예정이다. 최인호 허그 사장은 지난달 20일 설명회에서 “주택임대소득 분리과세 세율을 현행 14%보다 낮춰 한 자릿수로 조정하고 공제 한도를 높이는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정경제부와 협의를 통해 확정될 구체적인 세제지원 내용에 따라 임대인의 실질 수익률이 결정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임대인들의 참여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개인간 사적 대출에 의존하던 전세 제도를 공공의 관리 아래 두는 이번 실험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임대인의 참여 유인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박원갑 케이비(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사실상 무이자 레버리지로 쓰이던 전세를 제도권 안으로 끌고 들어온다는 점에서 취지가 좋고,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금리가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 4%대 수익률로는 임대인들의 참여 유인을 만들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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