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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October 22, 2026

‘공범들’ 기획 조태상 “춤춘 우리도 공범…더 이상 공범 아닌 날 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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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별 멤버 조태상. 모임 별 제공
모임 별 멤버 조태상. 모임 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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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이 춤을 췄다는 이유로 영업정지 당한 클럽은 두달간 문을 닫아도 임대료와 전기요금을 계속 내야 한다. 누군가는 이 시간을 그냥 지켜보고 싶지 않았다. 한 음악인은 음악적 색깔도, 활동 방식도 다른 동료들에게 연락을 돌렸고, 보름 남짓 만에 18팀의 곡이 모였다. 그렇게 만들어진 컴필레이션 음반이 부산 라이브클럽 오방가르드를 후원하기 위한 ‘공범들’이다. 이 앨범을 기획한 밴드 모임 별의 멤버 조태상을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그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오방가르드가 이 사태의 희생자로 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았으면 했어요.” 조태상은 “제도 개선을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 두달을 버티는 데 실제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방가르드는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공간에서 관객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췄다는 이유로 지난 8월26일부터 두달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 사건은 라이브 공연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관객의 움직임을 현행 제도가 ‘춤’으로 규제하는 것이 현실에 맞느냐는 논란으로 번졌다.

모임 별은 오방가르드와 인연이 깊다. 최근 4~5년 동안 해마다 한차례 이상 이곳에서 공연했다. 조태상은 오방가르드를 지역 음악인뿐 아니라 외지 밴드와 해외 음악가까지 이어주고 라이브 공연과 디제잉 공연을 함께 품는 공간으로 기억했다. “서울 밖에서 그런 역할을 해주는 클럽이 많지 않아요. 단순히 한 클럽이 영업정지를 당한 문제로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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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별은 2000년 서울에서 결성된 혼성 밴드이자 디자인·디제잉 작업을 병행해온 창작 집단이다. 현재 조태상을 비롯해 조월, 허유, 이선주, 서현정, 황소윤 등이 멤버로 참여하고 있으며, 자체 레이블 비단뱀클럽을 통해 꾸준히 음반을 발표해왔다.

모임 별 멤버 조태상. 모임 별 제공
모임 별 멤버 조태상. 모임 별 제공

처음부터 ‘공범들’ 음반 제작을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관련 논의와 제도 개선 요구가 이어지는 것을 지켜보다 ‘두달’이라는 시간이 눈에 들어왔다. “영업을 해도 근근이 버티는 곳인데, 문을 닫아도 임대료와 전기료는 나가잖아요. 우리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실제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규제 전체를 부정하기보다 당장 버텨야 하는 공간을 돕고 문제를 다시 환기하자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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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방식도 조심스럽게 정했다. 사태가 크게 공론화되는 것 자체를 오방가르드 운영진이 부담스러워한다는 점을 알고, 음반 제작과 지원 의사를 받아들일 수 있는지 먼저 물었다. 판매금 전달 방식도 세금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무사와 상의했다. 조태상은 “당사자가 이런 연대나 지원을 원하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렇게 연락한 음악인 대부분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까데호, 넷갈라, 디구루, 모허,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세이수미, 키라라, 파란노을, 이민휘 등 18팀이 모였다. 기존에 만든 미발표곡도 괜찮다고 했지만, 상당수는 아예 새로 곡을 썼다. 모임 별도 사건을 직접 기록하는 신곡 ‘작은 클럽’을 발표했다. “마약을 제조했나/ 내란을 선동했나/ 외환을 획책했나” 같은 재치 있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전체 곡을 받기까지 보름 남짓, 마스터링과 제작을 합쳐도 4~5주밖에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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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취향도, 창작 세계도 다 달라 실제 한 공연에 함께 서기 어려운 사람들이에요. 그런 차이를 뛰어넘어 한 음반에 모였다는 경험 자체가 남았으면 했습니다.”

후원 공연 대신 음반을 택한 것도 현실적인 이유에서다. 공연은 장소와 일정 조율에 시간이 걸리고, 정작 오방가르드는 문을 닫은 상태였다. 18팀의 음원을 스트리밍으로 서비스하려면 권리와 정산 과정도 복잡했다. 결국 실물 시디(CD)를 한차례만 제작하기로 했다. 참여자들은 최소한의 실비만 받고 제작·포장·배송·판매 수수료 등을 제외한 금액을 오방가르드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우성 작가의 2011년 작품 ‘아무도 내 슬픔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를 사용한 ‘공범들’ 앨범 표지. 모임 별 제공
이우성 작가의 2011년 작품 ‘아무도 내 슬픔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를 사용한 ‘공범들’ 앨범 표지. 모임 별 제공

제목 ‘공범들’은 이번 사태를 비튼 말이다. “무대에서 연주자는 춤을 출 수 있는데 같은 음악을 듣는 관객은 업종에 따라 춤을 추면 문제가 될 수 있잖아요. 연주하고 춤췄던 우리도 다 공범이라는 뜻입니다. 빨리 더 이상 공범이 아닌 순간이 왔으면 좋겠고요.”

앨범 표지에는 불타는 오리배를 그린 이우성 작가의 2011년 작품 ‘아무도 내 슬픔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가 쓰였다. 조태상은 사건과 그림을 직접 대응시키기보다는 “그 사이의 간극에서 보는 사람이 각자 생각할 여지를 남기고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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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번 일을 ‘케이팝 산업의 뿌리인 라이브클럽을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로만 설명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처음 음악을 만든 사람이 관객을 만나고, 누군가는 처음 라이브 연주를 듣는 순간이 여기에서 생깁니다. 산업의 미래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 순간 자체가 소중한 거죠.”

조태상이 ‘공범들’에 바라는 것도 거창한 결말보다는 기록 자체에 있다. “이런 현실을 안타까워한 사람들이 같이 대처하고 연대하려는 마음이 있었다는 것, 그 기억이 남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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