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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October 31, 2026

[끊는 사람들]⑯ 잘 끊고 싶습니다. 도와주세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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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 우리 사회 마약류 중독 문제 최일선에 있는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마퇴본부)를 향한 제언들을 들어봤다. 먼저 회복자라는 자원에 신중해야 한다. 중독 회복자는 ‘회복 지원가’라는 이름으로 마퇴본부에 위촉되는데, 중독이 재발하는 경우들이 발생한다. 이 경우 마퇴본부를 이용하는 중독자에게 심각한 악영향이다. 마퇴본부에 몸담은 회복 지원가들이 박모 전 센터장이라는 특정인을 중심으로 친소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⑮편에서 이어짐)

마약 중독자의 회복 여정을 표현한 AI 생성 이미지

마약 중독자의 회복 여정을 표현한 AI 생성 이미지

끊는 사람들이 약물을 잘 끊고 살아가기 위해, 현 시점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곳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산하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마퇴본부)다.

전편에서는 지금까지의 마퇴본부가 ‘스타 회복자’들에 그릇된 스포트라이트를 조명하는 문제, 그리고 마퇴본부의 지원을 받고 영향력을 키운 1세대 회복자가 친소관계를 중심으로 일종의 세를 형성하는 문제를 짚었다(⑮편 참조).

2024년 기타공공기관에 지정되면서 급격하게 몸집을 키운 마퇴본부는 운영 측면에서도 여러 문제를 지적받는다. 회복·재활을 위해 설치된 전국 각 지역 센터 운영이 원활하고 인력 확보가 어렵다. 마약 중독 상담과 회복 지원 업무는 서류작업이나 행정절차보다 현장이 압도적으로 중요하지만 임금 구조는 거꾸로다. 임기제로 일하는 상위직에는 고연봉이 책정된 반면 현장은 턱없이 낮은 급여로 유지된다. 상담 실적의 내실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이용자 한 명 못 받고 문닫은 마퇴본부 서울 센터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함께한걸음센터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함께한걸음센터

“센터를 워낙 급하게 만들다 보니까 이용자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못하고 생긴 곳들이 있어요. 중독 당사자들은 신원 노출 가능성에 굉장히 예민한데, 신분확인이 된 사람만 출입시키는 건물에 입주한 센터도 있을 정도예요. 만들어 놓으면 이용자가 올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거든요. 현장을 너무 몰라서 정말 답답할 따름입니다.”

- 현직 함께한걸음센터 관계자

2024년 마퇴본부가 기타공공기관이 되면서 마약류중독재활센터는 17개 시·도에 한꺼번에 확대 설치된다. 기존에는 서울·부산·대전 3곳에만 센터가 있었다. 센터를 대폭 확대하며 마약중독재활센터의 이름은 ‘함께한걸음센터’로 바꿨다. 그러나 외형적 성장이 너무 급격하게 이뤄졌다. 접근성이나 이용자 특성을 면밀히 고려하지 않은 채 센터부터 열어버린 것이다.

이 관계자는 “택도 없는 입지에 센터가 세워진 곳들도 있다”고 말했다. 대중교통 접근성이 낮은 곳에 만들어진 곳들은 중독 당사자의 센터 이용 의지에 방해 요인이 될 수 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센터 위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반영이 잘 되지 않았다”며 “식약처가 너무 급박하게 센터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마퇴본부 감사를 지낸 이철희 부산시약사회 마약류 및 약물중독 예방센터 센터장은 “경기도 센터는 수원시에 있는데, 경기 북부 거주자에게는 접근성에 현저히 떨어진다”며 “이런 센터로는 중독 회복이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성급한 일처리 때문에 탈도 났다. 중독 회복 및 재활 수요가 가장 많은 서울의 일이다. 식약처는 서울 강동구에도 야심차게 센터를 준비하고 홍보했다. 그런데 주민 반발이라는 변수가 생겼다. 마약 중독 재활과 회복을 지원해야 한다는 당위와 별개로, 사회적 인식은 아직 중독 당사자를 향한 거부감이 큰 것이 현실이었다. 서울 센터 개소를 홍보하려던 조직의 필요가 일을 그르친 셈이다.

계약 기간은 2028년까지였다. 이미 보증금을 치르고 인테리어 공사까지 진행 중이던 상황. 성급한 일처리의 불똥이 강동구청에도 튀었다. 강동구도 주민들 항의를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강동구 센터는 이용자 한 명 받아보지 못하고 무산됐다. 임대료만 계속 지불해야 할 판이었다. 강동구가 임대계약을 떠안고 보증금과 월세를 감당했다. 강동구는 전세권을 다시 설정하고 한 법인에 임대를 주는 방식으로 손해를 면했다. 건물주 사정으로 2028년까지던 계약은 지난 2월 종료됐다.

일할 사람 없고, 상위직만 챙겼다…서비스 질은 ‘빨간불’

센터에서 일할 인력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인력 문제는 크게 인건비와 전문성 문제로 압축된다.

‘인건비 최하위에 직원 3명 중 1명 퇴사’.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도 인력 관리 문제가 지적됐지만 올해도 실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마퇴본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30일을 기준으로 전국 함께한걸음센터 평균 퇴사율은 12%다. 10명 중 1명은 퇴사한 것이다. 복지위 허종식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뽑힌 직원 22명 중 14명은 근무기간을 8개월도 채우지 못하고 퇴사했다.

인건비 현실화는 이미 2024년부터 과제로 지적됐다. 그해 마퇴본부는 연봉이 가장 낮은 공공기관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마퇴본부는 상위직 연봉을 대폭 인상했다. 하위직에 비해 최고 2배 넘는 인상률을 보였다. 지난해 식약처 종합감사 결과를 보면 1~3급 연봉은 33~37% 올랐지만 4~6급은 8~15% 오르는 데 그쳤다. 현장을 주로 책임지는 하위직에서 퇴사가 더 많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현직 함께한걸음센터 관계자는 “센터뿐 아니라 본부 직원도 자주 바뀌고, 하달되는 지침도 자주 바뀐다”며 “달라지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현장은 새 지침을 숙지하는 데 급급하다”고 말했다. 일단 직원이 퇴사하면 다시 채용 절차를 거쳐 사람을 구하기까지 3~4개월은 공백이 생긴다.

“마뜩잖은 직원이 들어와도 섣불리 내보낼 수도 없어요. 약물 중독 당사자들의 행동특성이 좀 급하고 산만하다는 거예요. 본업만으로 안정적이지가 않은데, 인력 충원도 불안정하고 본부 지침도 자주 바뀌어서 종사자들은 늘 불안하고 초조합니다. 결국 서비스 질이 저하되는 거예요.”

마약퇴치운동본부 함께한걸음센터 현장 직원들은 불안정한 노동 여건을 호소한다. 일러스트 | 김상민 화백

마약퇴치운동본부 함께한걸음센터 현장 직원들은 불안정한 노동 여건을 호소한다. 일러스트 | 김상민 화백

인력 결원이 잦고 근속기간이 짧은 문제는 조직 역량 저하로 직결된다. 전문성이 축적되지 않는 것이다. 인력을 채용할 때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다. 마퇴본부 경영기획팀이 인력을 심사하는데, 함께한걸음센터 지부장 등 ‘현장의 전문성’을 볼 수 있는 관계자들이 참여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마퇴본부의 각 지역 지부에서는 도덕적 해이도 관찰됐다. 지부는 함께한걸음센터와 별개의 각 지역 조직으로, 전국에 16곳이 운영 중이다. 지부장들이 자신을 지부 직원 교육사업의 강사로 ‘셀프 위촉’한 사실이 감사 결과 알려지기도 했다. 서미화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마퇴본부가 기타공공기관에 지정된 2024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8개 지부의 지부장을 지낸 12명이 수의계약 359건을 통해 자신을 교육사업 강사로 위촉하고 강의료 총 34115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방법으로 혼자 1200만원 넘는 강의료를 챙긴 지부장도 있었다.

마퇴본부 초기 단계부터 관여한 한 인사는 마퇴본부가 식약처 퇴직자들의 자리를 챙겨주는 산하기관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2010년대부터 식약처 명예퇴직자나 정치인 출신들이 사무총장으로 와요. 챙겨주는 자리로 변질된 거죠. 그렇게 온 사무총장이 1년도 안 돼서 갑자기 안 나오기 시작하다가 퇴직해버렸는데 다른 직원들이 영문을 모른 일도 있었어요. 진짜 중독자 회복에 뜻이 있는 사람들 여럿이 점점 그만두게 됐어요. 이렇게 체계 없고 허술한 조직이다가, 갑자기 너무 중요한 공공기관이 되어버린 거죠.”

마퇴본부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한 한 인사도 “마퇴본부는 식약처 전령이고, 이사장과 사무총장은 마약 중독 회복에 관한 실무경험이 전무하다”며 “현재 마퇴본부 이사는 사실상 서국진 이사장의 거수기이고, 이사회 운영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퇴본부 실적, 알맹이는 ‘텅’…현장보다 행정업무 ‘골몰’

마퇴본부의 실적은 외형상 성장세다. 중독 회복 분야 인사들은 마퇴본부가 숫자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먼저 1342 용기한걸음센터다. 1342 센터는 마약 중독 당사자들을 위한 전화 및 채팅 상담 서비스다. 익명 이용을 전제로 하고, 휴무일 없이 24시간 운영된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1342 용기한걸음센터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1342 용기한걸음센터

1342 센터 상담 건수는 2024년 4502건에서 2025년 9178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올해 8월 기준으로는 5959건인데, 추세대로면 지난해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이용자 특성을 고려해 익명으로 이뤄지지만 상담자 유형 통계를 낼 수 없다는 점은 한계다. 1342 센터는 전화를 건 이용자에게 함께한걸음센터나 다른 재활 및 치료기관 정보를 제공하고 연계한다고 설명하는데, 실제 연계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

상담원들 역시 자주 퇴사한다. 마퇴본부 관계자는 “교대근무이고, 4조 3교대로 돌아가는 업무다 보니 상담사들 퇴사가 잦고 자주 바뀐다”며 “상담사를 새로 교육해야 하는 수요도 계속해서 발생한다”고 말했다.

윤현준 중독회복연대 대표(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대우교수)는 “1342 센터 같은 24시간 대응체계 시스템은 중요하다”며 “중요한 만큼 근무 지속성이 낮은 현 상태로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 대표는 계속해서 교체되는 상담원을 계약직으로 채우 것이 아니라, 중독 당사자를 채용해야 한다고 봤다. “교육으로 단련된 중독 당사자들이 상담에 응대하는 것이 이상적이죠. 경험 기반의 상담이 이뤄진다면 훨씬 효과적이겠죠. 지금은 상담원들이 오히려 중독자들에게 배우고 있는 실정이니까요. 궁극적으로는 1342 센터 기능을 더 강화해야 해요. 갈망은 주로 밤에 올라옵니다. 자살예방상담전화는 소방·경찰과 연계돼서 출동도 이뤄지잖아요. 그렇게 가야 해요.”

마퇴본부는 전국 함께한걸음센터에서 심리검사·상담, 중독상담, 집단프로그램, 가족프로그램 제공 건수가 2024년 9988건, 2025년 2만752건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올해 9월 기준으로는 1만9360건으로, 추세대로면 올해 실적은 2만5800건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숫자는 이용자 수가 아니라, 서비스 이용 건수다. 중복 집계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어떤 당사자가 심리검사를 이용하고, 중독상담과 집단프로그램도 함께 이용하면 1명이 3건의 이용 건수로 등록된다. 여러 차례 이용한다면 수는 더 커진다.

마퇴본부의 실질적인 실적을 따지려면 당사자 개인별로 수립된 회복 계획을 봐야 한다. ISP(개별 서비스 계획) 사례관리다. 사례관리 이용자로 등록하면 추적 관리가 가능하고 보다 실질적인 회복 지원으로 이어진다. 사례관리 이용자 수는 마퇴본부가 밝힌 프로그램 제공 건수와 비교하면 확 낮아진다. 서미화 의원실이 마퇴본부에서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사례관리 수는 2024년 2114건, 2025년 2109건에 불과하다. 2025년의 실적을 보면 사례관리에 등록한 수는 전체 서비스 제공 건수의 10%에 그친다.

마퇴본부는 2024년 이전부터 마약류 사범 교육을 진행해 왔다. 지난해 12월 정부 부처별 업무보고에서 서국진 마퇴본부 이사장과 담당 국장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던 중 버벅댄 부분이다(⑭편 참조). 검찰에서 의뢰하는 기소유예 처분자 교육은 의무화되어 있다. 보호관찰소에서는 마퇴본부에 마약류 사범의 재범을 방지하기 위해 교육(이수명령)을 의뢰한다. 집행유예자 수강명령도 있다. 이 수치도 마퇴본부의 실적으로 발표되지만, 실상은 마퇴본부가 새로 발굴한 수요가 아니라 과거부터 법무부와 협력해 이어 온 것이다.

현직 함께한걸음센터 관계자는 “사법치료 연계 사업에 너무 많은 현장 역량이 투입된다”고 했다. 이수명령·수강명령 등 대상자 면담 및 보고서 작성, 전문가 위원회 회의, 맞춤형 서비스 연계, 결과보고서 작성 등 단계를 거치는데 여기에 대부분의 시간을 쓴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사법치료 때문에 센터에 온 이용자들은 명령을 다 이수하고 나면 대부분 발길을 끊는다”고 말했다. 재판이 진행 중인 마약류 사범들은 “필요한 양형자료를 챙기고 나면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고도 했다. 사법 관련 업무를 관리하는 데 현장 역량 대부분을 소진하는 것이다. 현재 센터가 이용자를 머물게 하지 못하고 있고, 지속 가능한 프로그램을 내놓지도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마퇴본부,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덩치만 커졌고, 내실은 갈 길이 멀다.”

종합하면 현 시점 마퇴본부는 이렇게 진단된다. 마약류 사범이 한 해 2만명이 넘고, 암수율을 고려하면 6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지만 정책은 여전히 중독 치료·재활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연합뉴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연합뉴스

최근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한 중독 당사자는 기자에게 보호관찰소에서 보호관찰관이 진단서에 ‘중독’이라는 글씨가 적힌 것을 보고 신기해하더란 말을 전했다. 중독이 진단명이 될 수 있다는 것 자체를 낯설어했다는 것이다. 그 끝에 보호관찰관은 이렇게 말했다. “중독이 병이란 인식은 별로 없죠.”

마약 중독 분야 유일의 공공기관인 마퇴본부는 이런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 영향력이 큰 특정 ‘회복계 셀럽’과 그들이 형성하는 카르텔적 질서를 정리해야 한다(⑭편 및 ⑮편 참조). 숫자로 표시되는 실적에 치중하는 구습을 버리고, 중독 당사자들을 실질적으로 살려야 한다. 임기직 인사나 순환직 공무원이 아닌, 현장 인사들이 정책 결정에 참여해야 한다. 함께한걸음센터가 중독 당사자가 머무를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 진짜 회복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도와야 한다.

끊지 못해 울고, 재발하고, 갇히고, 자살을 기도하고… 그동안 고통 받는 너무 많은 중독 당사자들을 만났다. 마퇴본부가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은 없다.

(시리즈 끝)

[끊는 사람들] 연재는 https://www.khan.co.kr/series/articles/as432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아래 QR코드로도 접속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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