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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November 3, 2026

많이 걸으면 돈 주는 정책, 건강불평등 확대 우려 커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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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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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영 | 중앙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시행 중인 ‘건강생활실천지원금제’는 스스로 건강을 챙긴 국민에게 금전적 인센티브를 제공해 만성질환을 예방·관리하고 재정을 아끼겠다는 취지의 사업이다. 현 정부 들어 건강위험군 대상의 ‘예방형’은 시범사업 지역이 기존 15곳에서 50개 시·군·구로 대폭 늘어났고, 고혈압·당뇨병 환자 대상의 ‘관리형’은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사업과 맞물려 이미 전국 단위로 시행 중이다. 그런데 일부 지역에서 시범사업으로 이어오던 방문시 진료비·약제비 소액 지원 기반의 노인 고혈압·당뇨병 등록관리사업 예산을 삭감하고, 이를 건강생활실천지원금제로 대체하겠다고 한다.

인센티브를 얻기 위한 조건은 까다롭다. 예방형 참여자는 스마트폰 앱을 켜고 하루 수천보를 걷거나 관련 교육을 이수해야 하며, 1~2년 뒤 혈압·혈당·체질량지수(BMI) 등 임상 수치를 실질적으로 개선해야 최대 12만포인트의 보상을 얻는다. 관리형 환자 역시 동네의원에서 케어플랜을 수립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의사가 지정한 교육·상담을 빠짐없이 이수하며 자가 측정과 걷기 실천, 최종적인 조절 목표까지 달성해야 연간 최대 8만원 상당의 지원금을 받는다. 겉으로는 합리적인 동기부여처럼 보이지만, 사회정의와 공중보건윤리의 관점에서 이 제도는 깊은 구조적 모순과 부정의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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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의사-환자 관계의 왜곡과 상업화’를 제도화한다. 의료사회학자 사즈와 홀렌더는 의사의 일방적 지시가 통하는 온정주의는 급성기 질환에나 맞을 뿐, 만성질환 관리의 이상적 모형에서는 양자가 대등하게 협력하며 돌봄 과정 그 자체에서 보람을 찾는 ‘상호 참여’ 모델이 필수적이라고 짚었다. 그러나 관리형 제도는 이 치료적 연대의 바탕에 금전적 이해관계를 끼워 넣었다. 의사는 케어플랜을 짜고 점검표를 채운 대가로 추가 관리 수가를 챙기고, 환자는 본인부담금을 더 내며 포인트 환급을 노린다. 상호 신뢰와 주체적 만족은 사라지고, 진료실은 ‘수가를 쫓는 관리자’와 ‘본전을 계산하는 소비자’가 흥정하는 상업적 거래처로 변질된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 ‘한국형 주치의’의 첫걸음이라 포장하는 것은 명백한 언어의 미화다.

둘째, ‘출발선의 불평등’을 철저히 은폐한다. 캐나다 맥길대의 공중보건윤리학자 크리스틴 보이트는 불규칙한 식습관과 운동 부족을 개인의 나태가 아니라 열악한 노동 환경과 빈곤 속에서 나타나는 불가피한 대처 기제로 정의한다. 장시간 노동과 교대근무, 가족 돌봄에 매인 저소득층은 매일 앱을 켜고 만보를 걷거나 신선식품을 챙길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없다. 대중교통이 열악하고 보행로조차 미비한 농촌 어르신들에게 매일 걷기와 잦은 병원 방문을 요구하는 것은 시작부터 불공정한 기준이다. 더욱이 환자의 혈압과 혈당은 유전적 소인, 중증도, 합병증 등 개인의 의지로 어쩌지 못하는 생물학적 변수에도 크게 좌우된다. 따라서 건강 인센티브 설계는 이러한 구조적 불평등을 보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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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소득 역진성’을 낳고 사회연대를 훼손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하랄트 슈미트 교수는 2004~2005년 독일 질병금고의 건강실천인센티브제 도입 초기 부유층의 참여율이 빈곤층보다 2배 가까이 높았던 실증 결과를 언급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조건부 인센티브가 건강 관리 여력이 충분한 집단에 혜택을 몰아주는 전형적인 ‘역예방 법칙’(preventive inverse care law)을 작동시켜 불평등을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다. 공적 건강보험의 근간인 ‘사회적 연대’는 대가를 바라지 않고 베푸는 ‘무조건적 상호부조’에 뿌리를 둔다. 이는 누구든 가장 취약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최소수혜자를 우선 보호해야 한다는 존 롤스의 정의관과도 맞닿아 있다. 건강 관리 여건조차 불평등하게 주어지는 현실에서, 개인이 실천을 증명해야 혜택을 주는 조건부 인센티브는 연대의 본질을 훼손할 수밖에 없다.

넷째, ‘질병의 개인 책임화’를 조장해 피해자를 비난한다. 인센티브는 ‘스스로 건강을 돌보는 것이 마땅한 윤리적 의무’라는 프레임을 씌운다. 그 결과 사회적 악조건 때문에 만성질환을 얻었거나 수치 조절에 실패한 이들은 ‘자기관리조차 못 하는 게으른 사람’이라는 도덕적 낙인과 자책감을 떠안는다. 국가와 사회가 책임져야 할 유해 환경 개선과 보건의료 안전망 구축 의무를 개인의 품성 문제로 둔갑시키는 폭력적 결과를 낳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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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 제도를 확충하려는 의도가 재정 절감에 있다면 실효성 근거도 제시해야 하지만, 만성질환 관리에서 건강 불평등을 야기하지 않는지에 대한 평가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건강은 개인이 홀로 걸음 수를 증명해 타내는 보너스가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보장해야 할 삶의 기본권이다. 이 점에서 노인 고혈압·당뇨병 등록관리사업과 같이 의원과 약국 방문시 누구에게나 소액을 지원하는 방식은 취약계층을 포함한 모두에게 질병예방의 실질적 기회가 보장되는 건강인센티브제도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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