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응급실 압수수색 논란…의료계 “진료 방해” vs 경찰 “적법 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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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생후 4개월 아기가 숨진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아주대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압수수색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의료계는 보건복지부와 경찰청 등이 준비 중인 수사 가이드라인에 응급실 등 필수의료 현장 압수수색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아 11월 말까지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의료사고 발생 시 환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수사와, 응급의료 현장의 진료권을 함께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의료계 “필수의료 현장 압수수색, 원칙적 제한해야”
대한소아응급의학회와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협의회는 30일 오전 서울 대한의사협회(의협)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실 등 생명이 위급한 필수의료 현장 압수수색은 원칙적으로 제한되어야 한다”며 이런 내용을 가이드라인에 담으라고 요구했다. 류정민 대한소아응급의학회 회장은 “응급실은 굳이 수사관들이 진료 공간에 직접 들어오지 않더라도, CCTV와 전산 기록 그리고 부검을 통해 그 어느 곳보다 투명하게 진료 과정과 원인을 증명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무분별한 영장 집행 통제 장치, 통상적인 환자 사망 건에서 과도한 현장 조사 관행 개선 등도 요구했다.
의료계의 공개적인 압박에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후 예정에 없던 소아의응급의학회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정 장관은 “의료진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계속 노력하겠다”며 “필수의료 현장에 적용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신속히 마련될 수 있도록 경찰청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다음주 중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을 만나 수사 가이드라인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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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있었길래
앞서 지난 7월15일 아주대병원에선 생후 4개월 아기가 소아청소년과 외래 진료를 받다 호흡곤란과 청색증을 보여 소아응급센터로 옮겨졌다. 아기는 약 1시간 동안 심폐소생술을 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이후 유족이 의료과실을 주장하며 의료진을 고소하자 경기남부경찰청은 9월30일 소아응급센터를 압수수색했다.
의료계에선 응급실 압수수색이 과도하다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지난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선 함영욱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단장이 ‘압수수색을 사과하라’는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의 거듭된 요구에 “안타깝다”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그 직후 소아응급센터 교수 7명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이지숙 센터장도 29일 병원에 사표를 제출했다. 같은 날 경찰 고위 관계자들은 아주대병원을 방문해 “응급의료 현장에 이해가 부족했다”며 의료진에게 사과했다고 이 센터장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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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리는 시선
경찰이 소아응급실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한 건 전례가 드물다. 소아응급의학회 등이 “임의제출이나 자발적 협조가 가능한 자료에 무분별하게 영장을 집행하는 관행을 차단할 통제 장치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실제로 경찰은 이번 영장 집행 전에 병원 쪽에 관련 자료 임의제출을 요구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의료계는 ‘병원이 수사에 협조할 의사가 있는데도 경찰이 과잉수사를 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의료계는 또, 전자의무기록은 수정할 때마다 이력이 남기 때문에 전산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경찰이 굳이 응급실에 들어와 진료를 방해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경찰은 “과거 다른 의료기관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미 제출된 자료가 변작되거나 삭제된 정황이 일부 있어 임의제출을 요구하지 않았다”(김종철 직무대행, 12일 국회 행정안전위 국감)고 설명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상 압수수색 전에 반드시 임의제출을 요구해야 한다는 의무도 없다. 경찰은 영장을 집행할 때도 병원 법무팀·수간호사 등과 사전 협의를 거쳤고, 환자가 없을 때 병원 관계자와 함께 진료실 2곳과 처치실 1곳에 들어갔다. 특히 처치실은 진료가 끝날 때까지 4시간가량 기다리다 비었다는 연락을 받은 뒤 2분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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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다연 한국의료변호사협회 대외협력위원장(변호사)은 “소아응급실은 압수수색의 필요성·관련성·최소침해성이 엄격하게 요구된다”며 “진료가 진행 중인 공간에 경찰이 직접 진입해 진료를 방해했다면 영장 집행이 위법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신현호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장(변호사)은 “의료계라고 해서 압수수색의 예외가 될 수는 없다”며 “환자의 생명권을 먼저 고려해야 하며, 의사의 직업 수행의 자유도 이러한 기본권의 테두리 안에서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변호사 겸 의사인 박호균 한국의료변호사협회 회장은 “압수수색 자체가 잘못됐다고 수사기관을 비난하는데,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경찰이 집행할 때 강압적인 행위가 있었던 게 아닌데도 이렇게 이슈가 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다른 방법은 없나
애초에 이런 논란을 차단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나백주 을지대 의대 교수는 “프랑스의 경우 의료사고 신고가 들어오면 경찰이 자동적으로 의무기록을 확보하도록 하고 있어, 압수수색 같은 논란이 생기지 않는다”며 “의료진 대부분이 환자를 살리려고 일하는데, 지금처럼 의료사고를 당사자의 분쟁으로 보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데만 초점을 맞춰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사고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증거를 확보하고 구조적 원인을 분석해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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