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더스] 당신의 말하기가 발전하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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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5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에서 열린 '제28회 세계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관객들이 경연자를 격려하는 박수를 치고 있다. 강민지 기자 2026.10.15 mjkang@yna.co.kr
도통 말하기가 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준비가 부족해서는 아니고, 오히려 남들보다 철저히 대비한다. 미리 원고를 쓰고, 머릿속으로 정리해보고, 실제로 소리 내 연습도 한다.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실전에서는 말이 꼬이기 일쑤다.
왜 그럴까? 말하기는 '한번 말하고 끝나는 기술'이 아니라, '말하고 다시 보는 기술'이다. 말하기가 발전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재능이 부족해서도, 목소리가 나빠서도 아니다. 대부분은 잘못된 훈련 방식 탓이다.
많은 사람이 말하기를 '단선적'으로 연습한다. 반면 말 실력이 좋아지는 사람은 '순환적'으로 훈련한다. 이 차이가 말하기 실력을 가름한다.
◇ 연습은 단선적이 아닌 순환적으로
흔한 말하기 연습의 과정은 이렇다. 먼저 원고를 준비하고, 그다음 머릿속으로 정리한다. 그리고 실제로 말하고 나면 끝난다. 발표가 끝나면 안도하고, 회의가 끝나면 잊어버리고, 강의가 끝나면 다음 일정으로 넘어간다.
문제는 내가 어떻게 말했는지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전에 머릿속에서 논리를 만들었고, 핵심 단어도 정리된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실전에 들어가자 문장이 길어지고 핵심 단어는 흐려졌으며, 말은 점점 빨라지고 말끝이 약해졌다. 같은 말을 반복하고 "어…" "그러니까…" "뭐랄까…" 같은 군더더기가 끼어든다.
더 큰 문제는 본인이 그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다. 말하기는 자기 인식이 어려운 영역이다. 말하는 순간에는 내용에 집중하느라 내 말의 구조와 속도를 조절하기 어렵고, 듣는 이의 표정이나 시선을 포착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말하기는 단순 반복만으로는 잘 늘지 않는다.
물론 반복은 중요하다. 하지만 반성과 검토가 없는 반복은 실력을 높이지 못하고 습관만 만들 뿐이다. 잘못된 속도, 긴 문장, 약한 논리를 계속 되풀이하면 그것이 내 말하기 스타일로 굳어진다.
그래서 말하기 훈련의 핵심은 횟수가 아니라 말한 뒤에 다시 보고, 고치고, 다시 말하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다.
◇ 복기 반복하며 하나씩 단점 수정해야
단선적 말하기 과정은 원고 작성, 머릿속 정리, 말하기, 종료 순이다. 여기서 가장 위험한 단어는 '종료'다. 말이 끝나면 훈련도 끝나버려 다음 말하기로 연결되지 않는다. 경험은 쌓이지만, 실력은 늘지 않는 이유다. 경험이 실력이 되려면 반드시 복기가 필요하다.
반대로 말을 잘하는 사람들은 순환적으로 훈련한다. 처음엔 똑같이 원고를 준비한다. 하지만 차이가 있다. 문장을 완벽하게 만들려 애쓰지 않고 내가 오늘 말할 핵심 메시지를 세우는 정도로 마친다. 좋은 원고는 읽기 위한 문서가 아니라 말하기의 설계도다.
둘째, 핵심 단어(키워드)로 압축한다. 원고를 그대로 외우면 말이 딱딱해진다. 한 문단을 한 단어로, 한 장면을 한 문장으로, 전체 메시지를 한 줄로 줄여야 한다. 예를 들어 이 글의 키워드는 세 가지다. 단선형, 순환형, 복기 세 단어만 살아 있으면 말은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문장을 외운 게 아니라 구조를 잡았기 때문이다.
셋째, 1차로 녹화한다. 혼자 연습할 때도 휴대전화로 반드시 녹화해야 한다. 내 말하기를 객관화하기 위해서다. 내가 생각한 말과 실제로 나온 말은 다르다. 내가 느끼는 속도와 듣는 사람이 체감하는 속도도 다르다. 녹화는 그 차이를 보여준다.
넷째, 영상을 보며 한두 가지만 고친다. 처음부터 발음, 발성, 시선, 표정, 손동작, 내용, 속도를 모두 고치려 하면 훈련이 무너진다. 오늘은 말끝만 고치고, 내일은 군더더기만 줄이고, 모레는 서두 10초만 다시 만드는 식이다. 말하기는 한 번에 완전히 바꿀 수 없고 하나씩 고치며 좋아지는 기술이다.
다섯째, 다시 말하고 2차로 녹화한다. 이때 목표는 완벽함이 아니며, 이전보다 나아지는 것이다. 완벽을 목표로 하면 시작이 늦어지고, 개선을 목표로 하면 점점 좋아진다.
여섯째, 실전 말하기 후에는 반드시 복기한다. 발표가 끝난 뒤, 회의가 끝난 뒤, 강의가 끝난 뒤 반드시 모니터해야 한다. 필자는 30년 차 앵커지만 아직도 뉴스를 마치면 바로 제 자리에 앉아 다시 들어본다. '다음에는 무엇을 하나만 고칠 것인가?' 이런 질문이 습관이 돼야 말하기 실력이 누적된다.
◇ 준비는 치밀하게 표현은 자연스럽게
원고는 목적지가 아니라 출발점이다. 초보자는 원고가 없으면 말이 흩어진다. 그러나 중급자가 원고에 묶이면 말이 죽는다. 고수는 원고를 키워드로 압축해 현장에서 다시 살아나게 만든다.
말하기의 발전은 문장 중심에서 키워드 중심으로, 다시 메시지 중심으로 이동하는 과정이다. 처음에는 문장을 준비하고, 그다음에는 문장을 줄이고, 마지막에는 메시지의 흐름을 몸에 익혀야 한다. 그때 말은 비로소 자연스러워진다.
좋은 말하기는 원고를 읽는 게 아니고, 즉흥으로 떠드는 것도 아니다. 준비는 치밀하게 하되, 표현은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다.
오늘부터 이렇게 해보길 권한다. 하루 10분이면 된다. 말할 주제를 하나 정해 키워드를 3개 쓴다. 휴대전화로 찍으며 1분만 말해본 후 영상을 보며 단점을 하나만 짚는다. 그리고 다시 말한다.
이 훈련을 일주일만 해도 감각이 달라진다. 한 달을 하면 자신의 패턴이 보이고, 석 달을 하면 주변 사람이 알아본다. 말하기가 발전하지 않는 이유는 말할 기회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근본적 이유는 말하기가 순환하지 않기 때문이다.
말하고 끝나는 사람은 경험만 쌓지만, 말하고 다시 보는 사람은 실력을 키운다. 말하기는 반복이 아니라 순환이다.
김은성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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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호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박사, 삼성경제연구소 CEO 강사, 포스코·한화·LG·SK 등 대기업 임원 및 정부부처 장관 스피치 코치
<이 남자가 말하는 법> <리더의 7가지 언어> 등 저서 다수 [김은성 제공]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0월31일 10시3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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