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전 흉노 무덤서 유라시아 교류 흔적 찾았다

몽골 동부 초원에서 2000년 전 유라시아 대륙을 아우르던 동서 교류의 흔적이 확인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몽골 과학아카데미 고고학연구소, 몽골 국립박물관과 함께 2023년부터 4년간 진행한 몽골 동부 도르릭 나르스 유적 160호 무덤의 발굴조사를 최종 마무리했다고 6일 발표했다.
160호 무덤은 지금까지 몽골에서 확인된 흉노 무덤 중 최대 규모다. 조사단은 지하 14.5m 깊이까지 9차례에 걸쳐 쌓아 올려진 돌을 걷어내며 흉노 최상위 계층 무덤의 전체 구조를 밝혀냈다.
이번 발굴에서는 로마 제국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투명 유리잔, 한(漢)나라 장례 문화를 반영한 옥, 평양 낙랑 무덤 출토품과 닮은 은제 말 장식 등 총 413건의 유물이 쏟아져 나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몽골 동부 지역에서 이처럼 높은 수준의 유물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유물은 말을 꾸미던 은제 말 장식(말띠드리개)다. 얇은 은판을 두드려 표주박 모양으로 제작한 이 장식은 평양 석암리 219호 무덤 등 낙랑 무덤 출토품과 유사한 형태를 띤다. 다만 이번 유물은 중앙에 수정을 박아 넣고, 그 아래 금박과 붉은색·파란색 물질을 받쳐 빛과 색이 은은하게 비치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이같은 장식 기법이 흉노 무덤에서 확인된 것은 최초다.
함께 발견된 옥 15점은 한나라의 대표적 장례 옥기인 ‘옥벽’을 모티프로 하면서도, 형태를 일정하지 않게 변형하고 정교한 문양을 새겨 고유하게 재해석한 모습을 보였다. 손잡이가 달린 로마계 추정 유리잔은 향후 과학적 성분 분석을 통해 정확한 제작지를 밝힐 예정이다.
160호 무덤은 남쪽 무덤길을 포함한 총길이가 73m에 달하는 대형 유적이다. 웅장한 외형과 옻칠 마차 등의 매장품은 무덤 주인의 신분과 권력을 드러낸다.
반면 매장 주체부인 중심부는 웅장한 외형과 달리 깊이 14.5m 수준으로 뜻밖에 작고 얕게 조성됐다. 동급 규모의 몽골 중부 흉노 무덤 깊이가 22m에 이르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조사단은 무덤이 조성된 기원후 1세기 후반~2세기가 흉노의 세력이 기울던 시기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축소된 중심부 구조는 쇠퇴기 흉노 사회가 겪은 변화상을 보여주는 중요 단서로 평가된다. 널 안에서 수습된 치아와 머리카락의 DNA 분석이 완료되면 무덤 주인의 성별과 나이, 인근 배장묘 피장자와의 관계까지 구체적으로 밝혀질 전망이다.
이번 발굴 조사는 1997년부터 30년 가까이 이어져 온 한국과 몽골 공동학술조사의 대표적 성과다. 공동 학술조사는 도르릭 나르스 유적이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 데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 8월 21일에는 우흐나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이 몽골 정상 최초로 발굴 현장을 직접 찾아 “한·몽 공동학술조사는 두 나라 국민 간 우의와 협력을 보여주는 뚜렷한 상징”이라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올해 안으로 출토 유물을 국내로 들여와 보존처리와 과학적 분석을 진행하며, 몽골 연구원 2명을 보존 연수생으로 참여시킬 계획이다. 발굴 현장은 3D 디지털 콘텐츠로 재현되며, 이번 조사 성과는 6~7일 개최되는 제50회 한국고고학회 전국대회에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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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동부에서 2000년 전 동서 교류의 흔적이 발견된 160호 무덤의 발굴조사가 완료되었다.
이번 조사에서는 로마 제국의 유리잔, 한나라의 장례 문화를 반영한 옥과 함께 은제 말 장식 등 413개의 유물이 출토되었으며, 이들은 몽골 동부에서 확인된 유물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조사단은 이 무덤이 흉노 사회의 쇠퇴기를 반영하는 중요한 단서라며, DNA 분석을 통해 무덤 주인의 성별 및 나이를 규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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