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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September 24, 2026

고기산적·명태전 없어도 풍성하다…스님이 차린 ‘비건 추석상’ 4가지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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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 스님이 치자 우린 물로 반죽한 노란 깨송편을 만들고 있다. 주호 스님 제공 사진 크게보기

주호 스님이 치자 우린 물로 반죽한 노란 깨송편을 만들고 있다. 주호 스님 제공

‘한가위’에는 풍성한 계절의 의미가 담겼다. ‘한’은 크다, ‘가위’는 가운데라는 뜻으로 음력 8월 보름의 큰 명절을 일컫는다. 수확을 앞둔 농경사회에서는 한 해의 결실을 나누고 조상에게 감사하며 가족과 이웃의 안녕을 빌었다.

풍성함을 나누는 데에는 절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조선 초기까지 사찰에서 조상 제사를 모시는 풍습이 널리 행해졌고, 유교 제례문화가 퍼진 뒤에도 추석이면 계절의 결실을 나누고 가족과 이웃의 평안을 기원했다. 최근에는 여러 신도가 함께 합동차례를 지내며 조상을 기리고 불교의 생명 존중과 수행의 가르침을 되새긴다. 사찰에서 보내는 추석 풍경은 차례에 그치지 않는다. 송편을 빚고 명상과 걷기를 하며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

사찰음식 장인이자 송학사 주지 주호 스님은 명절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가족이 함께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 사람이 음식을 도맡아 차려내는 대신 다 함께 재료를 다듬고 송편을 빚고 전을 부치며 명절의 시간을 나누는 것이다.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안부를 살피는 것 자체가 명절을 보내는 중요한 방법이라는 뜻이다.

그 음식에는 사찰음식의 원칙도 담긴다. 고기와 생선은 물론 마늘·파·부추·달래·흥거 등 이른바 오신채(五辛菜)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콩과 두부, 버섯, 나물 등 식물성 재료를 중심으로 음식의 맛을 낸다. 자극적인 양념과 육류를 덜어낸 채소 중심의 상차림은 속에 부담을 덜 주면서 제철 재료의 맛을 살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갖가지 나물과 녹두를 섞어 영양면에서도 충실한 녹두전 속재료. 주호 스님 제공 사진 크게보기

갖가지 나물과 녹두를 섞어 영양면에서도 충실한 녹두전 속재료. 주호 스님 제공

스님은 사찰식 차례 음식으로 가장 먼저 녹두전을 추천했다. “추석에는 꼬지전보다 녹두전을 꼽는다”며 “동그란 보름달을 닮았고, 갖가지 나물과 영양가 높은 녹두를 섞어 굽는 전”이라고 설명했다. 스님은 청암사 승가대학에 있을 때 추석이면 학인 스님들이 대방에서 송편을 만들고 후원에서는 녹두전을 부쳤다고 회상했다. 사찰식 녹두전에는 돼지고기, 파, 마늘을 넣지 않는다. 불린 녹두를 갈아 고사리, 숙주, 배추, 버섯 등을 넣고 소금으로 간해 부친다.

■녹두전 | 4인분

재료: 깐 녹두 300g, 고사리 100g, 숙주 150g, 배추 또는 김치 150g, 표고버섯 5개, 소금, 식용유

1. 깐 녹두는 깨끗이 씻어 6~8시간 충분히 불린 뒤 물을 조금씩 넣어 되직하게 간다.

2. 고사리는 삶아 잘게 찢고, 숙주와 배추는 잘게 썰어 물기를 꼭 짠다. 표고버섯도 잘게 썬다.

3. 간 녹두에 고사리·숙주·배추·표고버섯을 넣고 소금으로 간해 섞는다.

4. 달군 팬에 식용유를 넉넉히 두르고 반죽을 동그랗게 떠 넣어 앞뒤로 노릇하게 지진다.

비건 만두에 빠질 수 없는 재료는 바로 표고버섯이다. 쫀득한 식감에 감칠맛도 있어 고기 대신 적격이다. 주호 스님 제공 사진 크게보기

비건 만두에 빠질 수 없는 재료는 바로 표고버섯이다. 쫀득한 식감에 감칠맛도 있어 고기 대신 적격이다. 주호 스님 제공

추석 음식이라고 하면 으레 녹두전과 송편을 떠올리지만, 만두도 계절을 가리지 않고 가족이 함께 빚어 나누기 좋은 음식이다. 주호 스님은 가족이 함께 만들 음식으로 사찰식 만두를 추천했다. 특히 사찰에서는 정해진 명절 음식에 얽매이기보다 그때 나는 재료를 살려 만두소를 채운다. 스님은 표고버섯을 즐겨 사용한다. 쫀득한 식감과 특유의 향, 감칠맛이 있어 고기를 넣지 않은 음식에서도 깊은 맛을 내기 좋기 때문이다.

■표고버섯만두 | 4인분(20개)

재료: 만두피 20장, 불린 표고버섯 20개, 애호박 ½개, 풋고추 1개, 청양고추 1개, 두부 100g, 들기름 3큰술, 간장 1큰술, 설탕·소금·후추 약간

1. 불린 표고버섯은 물기를 꼭 짜 잘게 썰어 간장·설탕·들기름에 밑간한다.

2. 애호박은 채 썰어 들기름에 볶고, 두부는 물기를 빼 으깬다. 풋고추와 청양고추는 잘게 다진다.

3. 표고버섯을 볶은 뒤 뜨거울 때 고추를 섞고 두부와 애호박을 넣어 버무린다. 소금과 후추로 간한다.

4. 만두피에 소를 넣어 빚은 뒤 찜기에 올려 10분~15분 정도 찐다.

전과 함께 명절 밥상을 화려하게 만들어주는 음식으로는 오색꼬지전이 있다. 주호 스님은 꽈리고추와 홍파프리카, 당근, 새송이버섯, 생표고 등 오색을 대표하는 채소를 꼬치에 꿰어 사찰식 전으로 만든다. 햄이나 맛살을 넣지 않아도 채소의 색만으로 충분히 명절 음식다운 모양이 난다.

채소들의 각각 천연색을 이용한 오색꼬지전. 주호 스님 제공 사진 크게보기

채소들의 각각 천연색을 이용한 오색꼬지전. 주호 스님 제공

■오색꼬지전 | 4인분

재료: 꽈리고추 16개, 홍파프리카 ½개, 당근 ½개, 새송이버섯 2개, 생표고버섯 5개, 나무꼬치 20개, 밀가루 300g, 물 1컵, 콩기름, 조선간장, 참기름, 소금

1. 꽈리고추는 꼭지를 따고, 홍파프리카는 씨를 빼 6cm 길이로 자른다. 굵은 꽈리고추는 길이로 반 자른다.

2. 당근은 6cm 길이, 1cm 두께로 잘라 소금 두 꼬집을 넣고 10분간 둔 뒤 뜨거운 물에 2분 데친다. 새송이버섯도 6cm 길이, 2cm 두께로 자른다.

3. 생표고버섯은 2cm 두께로 썰어 조선간장 ½작은술과 참기름 1작은술을 넣고 살짝 볶는다.

4. 준비한 채소를 색깔을 맞춰 꼬치에 꽂고 마른 밀가루를 얇게 묻혀 털어낸다. 밀가루 300g에 물 1컵과 조선간장 1작은술을 넣어 반죽한 뒤 꼬치에 입혀 콩기름을 두른 팬에 앞뒤로 노릇하게 지진다.

추석 음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송편이다. 추석은 햅쌀과 햇곡식이 나오는 계절과 맞물린다. 수확한 쌀로 떡을 빚고 콩과 깨, 밤 등으로 소를 만들어 한 해의 결실을 음식에 담았다. 반달 모양으로 빚는 송편에는 앞으로 차오를 달처럼 풍요를 바라는 뜻을 담았다고도 전해진다.

치자 우린 물과 포도 껍질 삶은 물로 색을 낸 송편. 주호 스님 제공 사진 크게보기

치자 우린 물과 포도 껍질 삶은 물로 색을 낸 송편. 주호 스님 제공

■송편 | 4인분

재료: 습식 멥쌀가루 500g, 깨소 30g, 밤 10알, 땅콩 30g, 소금·설탕·참기름 약간, 치자 우린 물, 포도 껍질 삶은 물

1. 깨와 원당을 섞어 깨소를 만든다. 밤은 껍질을 벗겨 반쯤 익힌 뒤 소금과 설탕을 넣어 졸이고, 땅콩도 삶아 소금과 설탕으로 졸인다.

2. 습식 멥쌀가루에 뜨거운 물을 넣어 익반죽한 뒤 치자 우린 물과 포도 껍질 삶은 물을 각각 넣어 노란색과 보랏빛 반죽을 만든다.

3. 반죽을 떼어 가운데를 오목하게 만든 뒤 깨소·밤·땅콩 등을 넣고 반달 모양으로 빚는다.

4. 찜기에 솔잎과 송편을 번갈아 올려 30분 정도 찐 뒤 참기름을 살짝 바른다.

차례는 본래 차를 올리는 ‘다례제’에서 비롯됐다. 스님은 “제사의 의미보다 찻자리에 의미가 있다”며 “가족을 생각하고 정성을 다하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기와 오신채를 덜어낸 음식을 가족이 함께 만들고 나누는 것, 그 소박한 시간 속에서도 명절의 마음은 충분히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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