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범 “교도소에서 먹게 해달라” 소송···호주 ‘국민 잼’ 베지마이트 금지시킨 이유는?
호주의 대표 음식 베지마이트. Getty Images/이매진스
호주의 ‘국민 잼’ 베지마이트를 교도소에서도 먹게 해달라며 소송을 낸 살인범이 끝내 패소했다. 호주인으로서 자국의 식문화를 누릴 권리가 있다는 주장이었지만, 법원은 수감자의 문화적 권리가 형 집행 과정에서 제한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교정 당국은 베지마이트의 강한 냄새와 끈적한 질감이 마약 반입을 막는 보안 체계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26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에 따르면 호주 빅토리아주 대법원은 최근 살인죄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앙드레 매키크니(54)가 제기한 베지마이트 반입·섭취 금지 취소 청구를 기각했다. 매키크니는 1990년대 퀸즐랜드주에서 부동산 개발업자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퀸즐랜드주 교도소에서 복역하다 빅토리아주로 이감된 그는 2006년부터 시행된 베지마이트 금지 조치가 자신의 문화적 권리를 침해한다며 소송을 냈다. 베지마이트는 빅토리아주를 비롯해 퀸즐랜드·남호주·태즈메이니아주 교도소에서도 금지돼 있다.
매키크니는 호주인으로서 자국의 문화를 누릴 권리가 있고, 교도소 역시 수감자의 건강과 복지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베지마이트 금지가 수감자의 건강과 복지를 해친다는 주장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문화적 권리도 수감에 따른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다.
교정 당국은 베지마이트의 강한 냄새와 끈적한 질감이 교도소 보안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정에서는 베지마이트 냄새가 마약 탐지견의 활동을 방해할 수 있다는 당국의 증언이 나왔다. 끈적한 베지마이트를 반입 금지 물질에 발라 냄새를 감추거나, 교도소 안에서 술을 만드는 데 활용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2017년 2월24일(현지시간) 호주 멜버른 하이센스 아레나에서 열린 월드컵 체조 도마 종목에서 2위를 차지한 호주의 에밀리 리틀이 베지마이트 한 병을 선물로 받고 있다. Getty Images/이매진스
베지마이트는 맥주 양조 과정에서 나온 효모 추출물로 만든 짙은 갈색의 스프레드다. 짭짤하고 쌉싸름한 맛에 감칠맛이 강해 호주에서도 호불호가 갈리지만, 한국의 김치처럼 호주 식문화를 상징하는 음식으로 여겨진다. 주로 버터를 바른 토스트나 샌드위치 사이에 얇게 펴 발라 먹는다.
1923년 영국산 스프레드 ‘마마이트’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베지마이트는 처음에는 판매가 부진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호주군 전투식량으로 보급되면서 대중화됐고, 현재는 연간 2000만 병 이상 팔리는 국민 식품으로 자리 잡았다. 2022년 멜버른시는 베지마이트 공장에서 퍼져 나오는 냄새까지 도시의 문화유산으로 인정했다.
지난해 4월에는 캐나다에서 호주식 카페를 운영하던 업주가 현지 식품 규정을 이유로 베지마이트 판매 중단을 요구받자,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직접 문제를 제기했다. 경쟁 제품인 영국산 마마이트는 판매하면서 베지마이트를 금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였다. 논란 끝에 해당 카페는 베지마이트를 계속 판매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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