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in제주] 낯선 세계·고난의 여정…'오디세이'와 닮은 듯 다른 제주신화

영화 '신과 함께'·'케이팝 데몬 헌터스'에도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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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 사진]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지난달 개봉 이후 추석 연휴까지 50여일째 흥행몰이 중인 영화 '오디세이'는 흥미진진한 그리스 신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원작인 그리스 서사시 '오디세이아'에서는 오디세우스가 낯선 세계를 떠돌며 시련을 극복해 가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1만8천 신(神)이 등장하는 제주신화에도 고난의 여정을 이겨내는 오디세이아와 닮은 듯 다른 이야기가 있다. 제주신화 '원천강본풀이'가 대표적이다.
원천강본풀이에는 '오날(ㄴ+아래 아+ㄹ)이'라는 인물이 부모를 찾기 위해 신비의 땅 '원천강'으로 떠나는 여정이 전개된다.
오날이가 원천강으로 가는 길에서 장상이라는 사람, 연꽃, 큰 뱀, 매일이라는 처녀, 옥황상제의 세 시녀 등 인간과 신적 존재들을 만나고, 이들과 관련된 각각 이야기가 펼쳐진다.
마침내 원천강에 도착해 부모와 상봉한 후에는 사람들과 신적 존재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오날이도 신적 존재로 거듭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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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 사진]
이처럼 저승을 비롯한 낯선 세계가 등장하고 인간 세계의 혼란을 바로잡는 오디세이아의 세계관은 제주신화와 공통점이 많다.
영화 '신과 함께'의 모티브가 되기도 한 제주신화 '천지왕본풀이'의 '대별왕'·'소별왕', '차사본풀이'의 '강림도령'을 그 예로 꼽을 수 있다.
'천지왕본풀이'는 인간 세상이 저승과 달리 공정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운 이유를 말해주는 제주신화다.
옥황상제는 아들인 대별왕과 소별왕에게 각각 이승과 저승을 맡아 다스리도록 하려 했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형인 대별왕보다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그려지는 동생 소별왕이 욕심을 부려 이승을 차지한 것이다. 이 때문에 오늘날 사람들이 불평등과 각종 사회문제로 고통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승과 달리 대별왕이 다스리는 저승에서는 공정한 법이 작동해 어떤 혼란도 억울한 일도 없을 것이라는 기대도 담겨 있다.
천지왕본풀이는 이승에서 겪는 고통을 개인의 잘못으로만 여기지 않도록 위로하면서 저승에서는 공정하게 평가받으리라는 위안과 희망을 전한다.
차사본풀이는 유능한 관원인 '강림'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저승을 다녀온 뒤 염라대왕의 눈에 띄어 저승차사가 되는 과정을 그린 제주신화다. 차사는 염라대왕의 명을 받들어 목숨을 다한 사람의 혼을 데리고 가는 저승사자다.
차사본풀이는 제주 사람들의 사후세계에 대한 관념이 잘 나타나 있다. 나이순으로 저승에 가는 게 아닌 사람마다 죽는 시기가 다른 이유도 신화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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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풍부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제주신화 등 제주문화는 이 밖에도 다양한 작품에 영감을 줬다.
'신과 함께-인과 연'에서는 재개발 지구에 홀로 남은 할아버지와 손자를 지키는 가택 신 '성주신'(마동석 분)이 등장한다.
제주신화에도 가택 신 이야기를 담은 '문전본풀이'가 있다.
'문전본풀이'는 부엌에 '조왕신'이, 문간에 '문전신'이, 뒷간에는 '측신'이 좌정하는 등 집안 곳곳 신들의 내력을 풀어준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헌트릭스 멤버인 루미와 미라·조이가 데몬 헌터 역할을 부여받는 장면 속 배경은 제주로 추정된다.
헌트릭스 뒤로 보이는 돌담으로 둘러싸인 무덤이 이런 추정의 근거다. 무덤 주위에 '산담'이라고 불리는 돌담을 쌓은 매장 방식은 제주만의 독특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 장면에서는 산담뿐만 아니라 돌하르방까지 등장한다. 돌하르방은 명실상부한 제주의 대표 상징물로, 예부터 제주 사람들은 돌하르방을 고을의 악한 기운을 막고 소원을 이뤄주는 수호신이라 생각했다.
또 조이가 악령과 싸울 때 사용했던 무기인 '신칼'은 심방(제주의 무당)이 굿을 할 때 사용한 무구와 유사하다. 과거 제주산 말총으로 만든 갓 등 이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다양한 소품에서도 제주 문화와 연결되는 요소를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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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ss@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9월27일 08시0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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